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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Aug 11. 2021

검은색으로 깔 맞춤

어쨌든, 수영 3

수영장으로 막 내려갔을 때, 준비체조 음악의 1절이 끝나고 2절이 시작되었다. 수영장의 준비체조는 팔, 어깨와 목, 허리를 중점으로 전신을 풀어주는 운동이었다. 다른 수영장의 준비체조 음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설마 엄정화의 <포이즌>은 아니겠지. 만약 같은 노래라면 소름!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분 중에서 댓글로 자신이 다니던 수영장의 준비체조 음악이 어떤 노래인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수영장을 다닌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체조 음악과 동작은 바뀌지 않으니 신기할 따름이다. 


새로운 강습 선생님이 오면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이 준비체조 동작과 음악일 듯싶다. 엄정화의 <포이즌>은 1998년 7월에 발매했으니, 그 이후에 지어진 수영장의 초창기부터 <포이즌>이 체조 음악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이 음악에 맞춰 동작을 구상한 사람도 궁금해졌다. 혹시 같은 구, 같은 도시의 모든 수영장 음악이 이 노래는 아니겠지라는 의심도 들었다. 같은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같은 음악으로 똑같은 체조를 한다는 상상을 하면 재밌었다. 


가끔 기계의 오작동으로 음악이 나오지 않으면 선생님의 구령이나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간단한 스트레칭 체조를 했다. 그럴 땐  어렸을 때부터 했던 '국민체조'와 비슷한 스트레칭을 했다. 어릴 때는 몰랐는데, 국민체조는 최고의 스트레칭 운동이라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 몸이 찌뿌둥해서 스트레칭이 필요하면 '국민체조' 음악과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 한다. 따따다다다 따따다다다로 시작하는 '국민체조'의 음악과 천천히 구령을 하는 남자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수영장 테두리를 둘러싸고 서 있는 회원들이 어색하게 선생님의 동작을 곁눈질로 쳐다보며 준비체조를 했다. 수영장을 오래 다닌 회원들은 몸에 다 익어서 음악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하는 동작들이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초급반 회원들은 동작을 따라 하기 바빴다. 


수영을 하기 전에 물속에 몸을 담그기 전에 하는 준비체조는 중요했다. 간단해 보이는 스트레칭 동작이지만, 수영 전에 반드시 해야 했다. 몸의 긴장을 풀어주기에 갑자기 과한 동작을 해서 오는 근육 경직에 대비할 수 있었다. 가끔 수업에 늦게 들어오는 회원들도 간단하게 스트레칭 동작을 하고 물속으로 들어왔다. 그러지 않으면 수업하는 중간에 갑자기 발에 쥐가 나거나 어깨를 잘못 돌려 괴로워하면서 몸에 문제가 생기곤 했다. 수영 전 스트레칭이 꼭 필요했다. 


수영을 오래 한 사람들은 어떤 수영복을 입었느냐만 봐도 초급반 회원인지 마스터즈반 회원인지 알 수 있었다. 초급반 회원들은 대부분 검은색 수영복을 입고, 검은색 수모와 패킹 수경을 썼다. 상급반 회원이나 마스터즈반 회원들은 화려한 무늬나 원색의 수영복에, 특이한 마크가 새겨져 있는 색깔과 무늬의 수모와 노패킹 수경을 쓰고 오리발과 스노쿨을 챙겨 왔다. 가끔 전신수영복을 입는 마스터즈반 회원들도 있다. 무지갯빛 스트랩이나 귀마개, 기록 측정이나 음악을 듣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차고 방수 이어폰을 끼고 수영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초급반인 나의 수영복은 검은색이다. 인터넷으로 검은색 반신수영복(허벅지까지 내려옴)과 수모와 패킹 수경을 패키지로 구입했다. 검은색으로 입어야 좀 더 날씬해 보일 테니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겠지만, 나 스스로는 두꺼운 허벅지가 엄청 신경 쓰였다. 수영장 수영복은 대부분 원피스 수영복인 경우가 많고, 반신수영복을 입는 회원들도 있다. 처음 수영을 배우는 신입회원 치고 밝은색 수영복을 입고 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예전에 수영을 배웠거나 수영을 쉬다가 다시 하러 오는 경우만 밝은 수영복을 입었다. 

 

여름휴가로 워터파크를 가거나 바닷가를 가거나 수영장을 가면 4 pcs의 수영복을 입거나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기에 수영장용 수영복을 살 필요가 없었다. 실내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기 위해서는 원피스 수영복이나 반신수영복을 사야 했다. 사이즈 때문에 고민했지만, 대략 입는 옷 사이즈에 맞춰 수영복을 구입했다. 


나중에야 자신의 옷 사이즈보다 한 치수 작게 수영복을 입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속에 들어가면 수영복이 늘어나기에 타이트하게 입어야 좀 더 오래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짱짱한 수영복은 비누칠을 하면 입기 편하지만, 그만큼 수영복이 금방 상하기도 한다는 것을. 수영이 끝나면 물로 헹구고 그늘에 잘 말리지 않으면 수영복이 금방 삭는다는 것도 배웠다(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삭아서 입지 못한 수영복도 있었다).


나는 레인이 4개 있는 수영장에 다녔다. 검은색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많은 쪽이 1 레인이었다. 수영장에서 큰 전자시계가 걸린 벽을 바라보고, 맨 왼쪽이 1 레인, 맨 오른쪽이 4 레인이었다. 1 레인이 초급반, 2 레인이 영법 교정반, 3 레인이 마스터즈반, 4 레인이 실버반. 보통은 이렇게 구성된다. 준비 체조가 끝나고 초급반 강습을 하는 1 레인을 확인하고 자연스레 물속으로 들어갔다. 수영장 속으로 발을 내밀어 들어가는 순간, 차갑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색 수모와 검은색 패킹 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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