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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r 28. 2024

파리지앵은 다 비쩍 마른 명태?


Camino de Santiago를 마무리 지으며 귀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2박 3일간 머문 파리.

짧게 허락된 체류 기간 동안 찾아보고 싶은 곳이 너무도 많고 많은 파리였다.

예술과 패션과 명품과 시테섬을 품어 안은 센 강이 흐르는 파리.

삼십 년 전 처음 해외 나들이로 배낭여행을 갔던 유럽인데 당시 파리에서는 몽마르트르 언덕과 퐁네프 다리와 노트르담 대성당에 감동 진하게 느꼈다.

소르본대학과 로댕미술관과 에펠탑과 베르사유궁에서도 한껏 감격했었다.


그때 루브르 뮤지엄은 공사 중이라 수박 겉핥듯 전면의 유리 피라미드만 보았던 터.

이번엔 모던아트의 전당 퐁피두센터 등 미처 못 본 미술관을 골고루 다 섭렵해 볼 작정이었기에 파리 뮤지엄 패스 2일권을 50유로에 구입했다.

 파리 주변의 숱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횟수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패스였다.

  먼저 오르세 뮤지엄이 문 열자마자 들렀다가 센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선 루브르로 향했다.



그렇게 하루 진종일 넓고 너른 오르세와 루브르를 한 바퀴씩 돌고 나니 어질어질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대형 미술관 다이 소장품이 좀 많은가.

세계에서 가장 큰 뮤지엄으로 방마다 무수히 내걸린 회화에 또 층층마다 촘촘히 진열된 조각품들.

 메소포타미아 페르시아부터 그리스 로마시대까지 망라하는 문화 예술의 보고로
38만 점에 달하는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루브르에선 쪼맨한 모나리자에 겨우 눈도장만 찍고 나온 셈이다.

아무리 명화일지언정 하고많은 그림과 조각품에 단단히 질리다 못해 숫제 멀미가 날 지경이었으니까.



 대신 다음날 하루는 온전히 샹젤리제 거리와 센 강가 골목길에 할애하기로 하고 종횡무진 파리 시내를 쏘다니며 걷고 또 걸었다.

스페인에서 카미노를 가장 장거리로 걸었던 날보다 두 배는 더 걸었다고 폰에 찍혀있었다.

그럼에도 샹송을 부르듯 왈츠를 추듯 가볍고 달달한 기분이라 내내 발걸음조차 경쾌했으니.

종일토록 주로 상가 숍의 쇼윈도 인테리어와 파리지앵들의 면면을 사진에 담았더랬는데
폰 조작 실수로 저장시킨 사진을 다 날려버렸다.

그 순간의 황당함이라니.... 하지만 그보다 더 중히 애집했던 모든 거 언젠가 다 놓아버리는데.

해서 현재 남겨진 사진은 언니에게 카톡으로 전송했던 몇 장의 사진만이 겨우 살아있을 뿐이다.

전과 달리 퐁네프 다리가 무덤덤하게만 다가와 감성의 무뎌짐에 그만 고개 흔들었고.

강 건너에서 불타다 만 노트르담 대성당 찍으면서는 애석한 맘 금할 길 없었다.

그러나 조명이며 소품 하나하나 저마다 예술적 감각이 뛰어난 쇼윈도 디스플레이에 감탄 연발했다.

아름다운 선셋 무렵 에펠탑 주변 샹드마르 공원을 거닐면서 잠시....

잔디 위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와인 즐기는 파리지앵들을 은근슬쩍 부러워도 했지 싶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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