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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Oct 22. 2024
싱거운 요트 투어, 럭셔리는 개뿔~
벌써부터 한번 타봐야지, 벼르던 요트다.
주상절리를 위에서 내려다보려니 감질만 났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야 전모를 옳게 감상하겠구나 싶었다.
대포동 주상절리 전망대가 긴 공사 끝에 새로이 오픈하였어도 마찬가지다.
저 아래 뿌리내린 돌기둥의 진면목을 보려면 전망대로서는 한계가 있었다.
바다로 나가 주상절리를 감상하는 방법은 선상에서만 가능하다.
그를 위한 요트투어는 여기저기 여러 군데서 운영되고 있다.
한 시간 이용료가 4~6만 원대로 적잖은 요금을 내고 타보는 요트라 나름 누구나 기대가 클 터다.
비단 주상절리대 관광 요트투어만이 아니다.
대정 모슬포항에서 진행하는 돌고래 에코투어는 자연생태계 훼손행위라 저지시키는데 앞장서고 싶을 정도라 아예 제쳐놨다.
차귀도 요트투어는 로맨틱한 선셋 투어와 낚시 투어가 추천상품으로 떠있었지만 내가 원하는 건 주상절리를 보는 것.
퍼시픽 마리나 요트 샹그릴라를 지난여름 타러 갔다가 예약제라서 땡볕에 헛걸음만 하였기에 이미 김이 샜다.
이웃 마을 업체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아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그랑블루를 타러 갔다.
대포항에서 출항하여 푸른 바다와 주상절리를 배경으로 낚시체험과 운 좋으면 돌고래 구경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단다.
선상 내 다이닝 코스로 짜여진 와인, 음료, 다과 등을 제공하며 낚시로 잡은 생선은 즉석 회도 가능하다고 광고글에 쓰여있었다.
그러나 세일러복을 입었다고 다 수병도 아니며 요트라도 마스트에 달린 삼각돛 가득 바람을 안았어야 요트답다.
밋밋하고 납작한 요트에 승객들이 다 오르자 배 한 척이 먼저 출항했다.
이어서 우리 요트도 쌍둥이처럼 따라서 앞으로 전진했다.
날씨는 쾌청, 미풍이 살랑대는 오후 한 시 즈음의 태양은 따가웠다.
햇살을 피해 선실로 들어갔다.
후미 테이블에 주류와 다과가 준비돼 있었다.
제주의 그 흔한 귤이나 농장 재배가 보급돼 가격 현저히 낮춰진 열대 과일류 몇 조각이라도 있었다면 헛웃음 나오진 않았을 게다.
차마 사진에 담지는 않았지만 약간의 다과, 맥주와 와인은 품질의 고하는 제쳐두고라도 그 곁에 떡하니 자리한 컵라면은 웬 구색?
더더욱 점심시간 갓 지난 한시 반 타임, 허겁지겁 컵라면을 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데 두 번 놀랬다.
그럴싸한 다이닝 코스며 고급, 명품, 사치, 호화스럽다는 럭셔리 뜻이 하품을 하겠다.
요트는 사뿐히 방파제를 지나 바다로 나아갔다.
소라 속 같은 층계 통해 2층으로 올랐다.
푸른 하늘을 인 물결 잔잔한 바다 위를 빠르게 항해하는 새하얀 요트, 가슴이 설레다 못해 흥분이 일만도 했다.
드디어 요트 안에서 늘씬한 주상절리대를 건너다보며 그 웅장한 경관을 감상할 수 있겠구나!
대포동 해안을 따라 성천포에서 월평동까지 분포된, 약 3.5km에 이르는 대포해안 주상절리대.
성천포는 오늘날의 중문포구, 베릿내로 불리던 별이 내리는 계곡 하류에서부터 약천사가 위치한 월평마을이 포함된 지역이다.
수직 절리(columnar joint)를 이룬 4~6 각형의 돌기둥이 높고 낮은 형태로 늘어서서 장관을 이룬 곳이다.
1천 도에 달하는 용암이 화구로부터 흘러나와 급격하게 식을 때 수축하면서 갈라져 생긴 지형으로 기상 늠름한 돌기둥이 볼만하다.
학술적 가치가 큰 데다 키가 20미터에 이르는 돌기둥들이 늘어선 경관 독특하고도 수려하여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되었다.
규모 면에서 단연 국내 최고의 주상절리대를 이룬 곳이기도 하다.
배에서 그 절경을 감상하는 게 주목적이었던 데 반해 그랑블루 요트는 월평동 주상절리만을 맴돌았다.
대포마을은 글자 그대로 큰개(大浦)라는 이름의 포구로 북태평양과 맞바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이 포구를 지나는 올레길 8코스는 ‘해안 누리길’이라는 정겨운 해안길을 품었고.
월평동 주상절리도 물론 대포해안 주상절리대에 연계되긴 하나 우리 머리에 입력된 곳은 지삿개 육각형 바위가 늘어선 대포동주상절리다.
중문관광단지 내 국제컨벤션센터 옆의 멋진 주상절리를 정면에서 바라보고 싶었는데 배는 월평 마을 앞 주상절리만 내동 왔다 갔다 한다.
저 멀리 강정 포구와 범섬이 보이고 중앙의 약천사 이층 법당 뒤편으로 우뚝 서있는 한라산인데 운무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진 솜씨가 후지긴 하나 실제 역시 아무리 관찰해 봐도 주상절리 짝퉁도 못 되는, 그저 그렇고 그런 제주 해안가 풍경일 따름.
이어서 15분간의 낚시체험 시간은 맹탕 릴 낚싯대 잡고 끄덕끄덕, 두어 승객이 엄지손가락만 한 열기를 낚아챘을 뿐이다.
한 입 거리도 안 되는 고 작디작은 걸로 회를 쳐? 어림없으니 바다로 다시 방생하며 나무아미타불!
재미 도통 없으나마 그마저 후딱 시간이 지나 낚시채비 거두더니 슬슬 배가 움직거린다.
벌써 회항한단다.
진짜 주상절리 구경은 완전 물 건너갔다.
요트 안의 직원들 서비스가 그나마 괜찮아, 항해사 흉내를 내보거나 낚시질하는 모습을 서비스 차원에서 자청해 사진을 찍어줬다.
사진 촬영 서비스만이 가장 점수 후하게 얹어줄 만하였고 그 외는 본전 생각났다면 알만 하리라.
한 시간이 그새 지났다는 게 조금치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 잘 끝났다 싶어 뒤도 안 돌아보고 하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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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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