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량화 Oct 25. 2024

산방산 건너 화순 고을의 시월

명소 곳곳에 포진한 제주에서 단풍놀이까지 욕심낸다면 과욕 아닐까요?

단풍 구경은 뭐니뭐니해도 내장산이고 설악 천불동이고 지리 피아골이지요.

쿨하게 인정!

그래도 곶자왈 숲속에 들면 곱게 물든 단풍이 후드득 낙엽 지며 부분적으로 가을 서정 충족시켜 줍디다.

숲 전체로 용암 번지듯 맹렬하게 익어가는 농염한 단풍빛이기보다는요.

호올로 볼 붉히는 뒤꼍 감나무처럼 은근스레 열정 불사르는 서귀포의 단풍도 나름 멋이 있더라구요.

하늘 짙푸른 날, 대비도 선명하게 적단풍나무 붉나무 빨갛게 불타고요.

고로쇠나무 무환자나무 때죽나무 퐁낭 단풍도 놋노란 빛깔 아름답지요.


샛노라니 익어가는 감귤밭 정취는 제주, 그것도 서귀포에서만 만날 수 있는 스페셜 이벤트이구요.

꼭 많아야 맛인가요.

숲 새새에서 가끔씩 더러 얼굴 내미는 단풍에 탄성 보내며 반가워 손 흔드는 재미도 찰지지요.

희소가치로 치자면 더 값지잖나요.

어제 하루는 단풍놀이로 즐거웠습니다.

다음 주에 가면 색채 칙칙하게 퇴색해 있거나 이파리 떨어져 나무 허술해졌을지도 모르겠네요.

한 밤 자고 나면 어제는 가고 새로운 하루를 맞듯 뭇 사물과의 만남과 작별은 일상다반사.

우리는 이처럼 모든 것과 잠시 연이 닿았다가 아주 헤어지기도 하지요.

화양연화의 한 시절에 집착지 않아야 떠나보냄 못내 서운타 하지 않겠네요.

안녕! 매사 낙엽 지듯 가벼이 훌훌 이별할 수 있기를.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 만날 때 미리 헤어질 것을 염려하였듯 떠날 때는 다시 만날 것을 믿어볼까요.

작가의 이전글 교래 자연휴양림에도 추색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