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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Oct 28. 2024
열정과 호기심 살아있다면 숫자에 불과한 나이
서울로 돌아가는
유 선생과 식사를 했다.
45년생인 그녀는 성악을 전공한 음악교사 출신이다.
조용한
성품이지만
나이 무색하게 호기심과 열정 끝도 한도 없다는 점에서 우린 비슷하다.
누군가 말하길 호기심은 동기부여의 중요한 요인이라 하였다.
이태 동안 제주에 살면서
산과 들, 바다
구석구석 탐색해 보고 이제 궁금한 게 거의 다 풀렸던가.
올레길, 오름
섭렵만이 아니라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까지 취득한 그녀다.
일단 무릎 관절에 문제가 생겨 떠나기는 하지만 미진한 구석이 있다면 한 해 더 살 터이나, 호기심도 더는 남지 않았나 보다.
아니다,
해외여행이
가능해 졌으
니 앞으로는 여름 시즌에 맞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모차르트 페스티벌 갈 꿈에 부풀어있는 그녀다.
조카가 독일에서 살고 있어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갔
다던 유럽.
반짝이는 그녀 눈빛에서 뜨거운 삶에 대한 열정과 싱그러이 파도치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팔
십
이
낼모레가
아니라 숫제 소녀 같은 얼굴이다.
어디까지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무릎 삐걱대는 거야 부속품 낡아가는 당연한 과정이니 탓할 수 없고, 그래도 잔뜩 호기심 부풀려 찾아갈만한 데가 있다는 건 축복이지.
아암, 이만큼 건강한 것도
축복이고 말고요!
화제가 여기에 이른 데 한몫 거든 건 아무래도 홍신자선생이다.
엊그제 빗속에 펼쳐진 홍신자선생의 크리에이티브한 야외무대는 수많은 관객을 압도했다.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 고 백남준선생에게 바치는 오마주 공연이었다.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정신없이 매몰돼 버리는 경험을 간만에 해봤다.
관객 거의 모두를 하나로 빨아들여 집중케 했고 마침내 숨죽여 몰입하게 만들었던 그녀.
팔순의 현대무용가, 구도의 춤꾼, 아방가르드 무용가로 잘 알려진 그녀다.
그녀의 끝 모르게 타오르는 예술혼, 추위 재촉하는 비마저도 데일 듯 뜨거이 타오르는 격정의 불꽃만은 어쩌지 못했다.
팔십 둘.
그러나 나이란 열정 여전한 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그녀가 여실히 보여줬다.
무위의 춤사위, 넋대 불러 더불어 노닐듯 너울거리는 몸짓은 그러나 처연하고 비감스러웠다.
최고 최상의 가치이자 의미인양 부여잡고 놓치지 않으려 집착했던 '그것'에 속지 않은 이 누구일까.
색즉시공 공즉시색, 종당엔 모두가 공(空)이요 무(無)로 귀결되는 것을.
한 생애 살아보니 오! 과연 제행무상 절감하고도 남겠더이다.
눈가를 닦아내는 이들은, 성성한 빗줄기가 얼굴을 적신 때문이었을까.
하긴 비로 인해 비장미는 더 극대화된 효과도 있었다.
비디오 아트에서 모티브를 취한 하얀 제단, 그 연출을 맡은 분은 그녀의 남편 사세선생이다.
생각 사思, 세상 세世ㅡ베르너 사세가 독일인인 그의 이름이다.
선생은 독일 보쿰대학에서 한국학을 공부해 <계림유사에 나타난 고려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향가해석방법론>으로 정교수가 됐다.
함부르크 대학에서 정년퇴임한 뒤 한국으로 와서 한양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월인천강지곡>을 독일어로 번역한 한국학자인 그는 <동국세시기>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사군자 치는 선비 풍모를 한 그는, 한지의 느낌과 묵향이 좋아 수묵화를 그리는 현역 화가다.
어울릴듯하지 않은 자유분방한 아티스트와 점잖은 학자와의 조합인데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부부이면서 편안한 친구 같은 사이다.
드물게 보기 좋은 커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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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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