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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Oct 29. 2024
저마다 색다른 천제연 삼단 폭포
서귀포의 폭포를 두엇 본 다음이라 대로변 다리 위에서 원 물줄기부터 확인해 봤다.
한라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대개 풍부한 수량의 폭 너른 계류를 보여줬다.
밀밀하게 난대림 숲 우거져 있던 여타 폭포 상류와는 달리
천제연 위편은
메마른
건천으로
하얗게 바래있었다.
지독한 건천인 중문천 계곡을 보나따나 천제연폭포 위용은 일단 기대치 않았다.
강바닥 밑으로 물줄기 흐르다가 용천수 솟기야
한다
지만 바로 아래 폭포 기세는 보나 마나일 터.
아니나 다를까, 제1폭포는 우렁찬 물소리 대신 고요한 적막에 싸여있었다.
층계에 서서 내려가 볼까 말까 주춤대는 일단의 관광객들을 비집고 물가로 내려갔다.
그들은 아마도 비나 와야 폭포 줄기 볼 수 있다는 사전 정보와 그래도 예까지 왔으니, 하는 두 마음의 갈등 사이에서 망설이는 거 같았다.
천제연은 폭포수가 없어도 충분히 장관이었다.
대포해안의 주상절리를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며 다음엔 꼭 배를 타고 1킬로에 이른다는 석벽을 전면에서 보고야 말리라 했는데.
장엄스런 석벽 천제연 주상절리야말로 백미 중의 백미, 그야말로 대박인 특별 선물을 받은 셈이다.
사각 돌기둥 착착 쟁여진 채 둘러쳐진 천제연 주상절리는 바짝 곁에 가서 쓰다듬어 볼 수도 있었다.
(
현재는 접근불허
)
벌겋게 흘러내리던 용암 덩이 급작스레 냉각되며 원주 모형으로 수축된 결과라는 주상절리대를 이리 가까이서 또렷하게 보긴 첨이다.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잉크 푼 듯 새파란 호수에 바람결 스쳐 수면 일렁거리자 석주의 반영이 심하게 흔들거렸다.
문득, 성난 삼손이 괴력으로 웅대한 신전 석주 무너뜨리듯 돌기둥 갑작스레 와르르르 무너져 내릴 듯한 위압감 느껴져 타다닥 계단 뛰어올랐다.
제2 폭포를 만나볼 차례다.
데크길 따라 층계 오르내리는데 폭포소리가 시원스레 들려왔다.
그럼 그렇지, 저 암반 아래 숨은 용천수 솟구쳐 수량 덧보탠 게 틀림없었다.
좋은 포토 스폿인 전망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인증사진 찍기에 바빴다.
실크처럼 섬세하고도 부드럽게, 그보다는 새하얀 신부의 면사포처럼 우아하게 퍼져내리는 신비로운 폭포수.
장노출 같은 촬영기법 동원할 카메라도 아닌 일반 폰으로 찍어도 그 비슷한 효과가 나왔다.
한참을 기다려 동영상 하나와 사진 서너 컷 담고는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제3 폭포 가는 길은 경사진 계단길 한참을 내려가야 했다.
다시 올라올 생각하면 아찔하다고들 하는데 그쯤이야 약간 숨찬 운동 거리.
점심시간 이용해 운동 삼아 날마다 십 층까지 오르내리는 이도 있다는데.
반면 얼마나 걷기 멀리했기에 젊은이들 저리도 힘들어할까 싶었다.
하긴 청년 시기야 건강 걱정 따위는 먼 나라 얘기며 강 건너 불구경하기다.
세 번째 폭포는 낙차 거리 짧은 대신 수량만은 풍부해 폭포소리 아주 옹골찼다.
물줄기는 멀리서 보기엔 마치 흰 크레파스 짓뭉개 떡칠한 거 같았고 소리는 하도 우렁차 귀가 멍멍할 지경이었다.
흰 폭포 줄기차게 섞여도 沼 이룬 물빛은 여전히 사파이어 원석처럼 푸르렀다.
저만치 폭포 양켠 주변을 따라 천연기념물 제378호로 지정된 난대림 숲 밀밀함에도 단풍 든 나무도 적잖았다.
마치 아마존 밀림지대처럼 상록수와 관목류 및 덩굴식물이 우거져 있었으나 낙엽수도 노랗게 섞여 석양빛에 익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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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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