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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Oct 29. 2024

동백과 애기동백 그리고 산다화

설악에서부터 치달려 내려온 단풍이 제주에도 당도했어요.

노거수 팽나무 자디잔 이파리 어느새 낙엽졌지만 고로쇠나무 손바닥 같은 단풍 꽃처럼 환하네요.

엊그제, 예술인 마을에서 선다홍, 연분홍으로 함빡 핀 산다화를 봤어요.

헬레나 씨가 애기동백꽃 한창이라며 가리킨 곳에 연연한 분홍빛 어려있었어요.

아, 산다화네! 반가움에 소리쳤지요.

그 단어에 생경스럽다는 표정 살짝 스치며 헬레나 씨는 여기선 애기동백이라 하는데요, 했지요.

언젠가 대화 중에, 송이째로 툭 떨어지는 동백꽃 처연스럽다 했더니 말없이 그녀는 동백 그늘에 낙화 진 꽃잎 둥글게 깔린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과연, 고요히 진 벚꽃잎 밑동 아래 낙화 하얗게 쌓여있듯 동백꽃이파리 바닥을 붉게 물들였더군요.

초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따뜻한 지역에서 피어나는 동백이라 더러는 폭설로 하얀 눈 모자 덮어쓰기도 하는데요.

차나뭇과 상록 활엽수인 동백은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자생하는데 윤기로운 잎과 단아한 꽃을 자랑하지요.

산다화(山茶花) 역시 한겨울 윤기 나는 이파리 새새로 붉은 꽃 환하게 피어납니다.

알고 보니 산다화란 이름은 원산지인 일본식 이름이고 국내에선 꽃이 작다고 애기동백, 서리동백이라 불리기도 한데요.

키가 큰 동백과 달리 산다화는 나지막한 키에 잎새나 꽃잎이 동백만큼 두텁지가 않아요.

동박새가 꽃술에서 꿀을 찾는 것도 동백꽃이고 꽃잎 흩날리는 산다화와 다르게 동백은 송이째로 툭 져버려요.

예전 엄마들 쪽머리를 빗을 때 머릿기름으로 쓰는 동백기름도 당연 동백의 씨에서만 얻지요.

동백꽃, 하면 토종 동백으로 이루어진 여수 오동도 동백길과 선운사 동백숲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제 경우는 '동백의 씨'라는 수필로 80년대 말 등단한 고동주 선생이 동시에 연상된답니다.

오래전 만추였고 온양에서 열린 세미나를 마친 다음 맹씨행단으로 이동하던 중 통영시장인 고 선생이 말을 걸더군요.

'풍속도'도 좋지만 그보다 '반지꽃' 글이 더 따뜻해서 좋던데요, 등단할 당시 발표된 내 글에 대한 견해였어요.  

그분보다 일 년 앞서 등단한지라 다음 해에 발표되는 글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돼 속속 찾아 읽던 때였는데요.

동백의 씨 내용은 가난하고 고달팠던 지난 시절에 대한 반추인데 이제는 팔순을 넘긴 노옹이 되신 분.

어릴 때 어버이를 여읜 외톨이로 무수한 역경 헤치고 민선시장에 오르기까지의 반생 어떠했을지 짐작 가고도 남더군요.

끝 모르게 이어지는 사념에 빠져있다가 퍼뜩 현실로 돌아오게 한 천진스러운 정경과 접했는데요.

아래 사진은 예술인 마을에서 우연히 스냅으로 담은 분홍 원피스를 입은 아기 사진이지요.

연분홍 산다화 꽃나무 아래서 주운 나뭇가지에 골똘히 몰입해 있는 아기가 무심히 핀 연분홍 꽃과 어찌나 절묘히 어울리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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