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과 애기동백 그리고 산다화

by 무량화

설악에서부터 치달려 내려온 단풍이 제주에도 당도했어요.

노거수 팽나무 자디잔 이파리 어느새 낙엽졌지만 고로쇠나무 손바닥 같은 단풍 꽃처럼 환하네요.

엊그제, 예술인 마을에서 진다홍, 연분홍으로 함빡 핀 산다화를 봤어요.

헬레나 씨가 애기동백꽃 한창이라며 가리킨 곳에 연연한 분홍빛 어려있었어요.

아, 산다화네! 반가움에 소리쳤지요.

그 단어에 생경스럽다는 표정 살짝 스치며 헬레나 씨는 여기선 애기동백이라 하는데요, 했지요.

언젠가 대화 중에, 송이째로 툭 떨어지는 동백꽃 처연스럽다 했더니 말없이 그녀는 동백 그늘에 낙화 진 꽃잎 둥글게 깔린 사진을 보여주었어요.

과연, 고요히 진 벚꽃잎 밑동 아래 낙화 하얗게 쌓여있듯 동백꽃이파리 바닥을 붉게 물들였더군요.

초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따뜻한 지역에서 피어나는 동백이라 더러는 폭설로 하얀 눈 모자 덮어쓰기도 하는데요.

차나뭇과 상록 활엽수인 동백은 한국, 일본, 중국 등지에서 자생하는데 윤기로운 잎과 단아한 꽃을 자랑하지요.

산다화(山茶花) 역시 한겨울 윤기 나는 이파리 새새로 붉은 꽃 환하게 피어납니다.

알고 보니 산다화란 이름은 원산지인 일본식 이름이고 국내에선 꽃이 작다고 애기동백, 서리동백이라 불리기도 한데요.

키가 큰 동백과 달리 산다화는 나지막한 키에 잎새나 꽃잎이 동백만큼 두텁지가 않아요.

동박새가 꽃술에서 꿀을 찾는 것도 동백꽃이고 꽃잎 흩날리는 산다화와 다르게 동백은 송이째로 툭 져버려요.

예전 엄마들 쪽머리를 빗을 때 머릿기름으로 쓰는 동백기름도 당연 동백의 씨에서만 얻지요.

동백꽃, 하면 토종 동백으로 이루어진 여수 오동도 동백길과 선운사 동백숲을 떠올리곤 하는데요.

제 경우는 '동백의 씨'라는 수필로 80년대 말 등단한 고동주 선생이 동시에 연상된답니다.

오래전 만추였고 온양에서 열린 세미나를 마친 다음 맹씨행단으로 이동하던 중 통영시장인 고 선생이 말을 걸더군요.

'풍속도'도 좋지만 그보다 '반지꽃' 글이 더 따뜻해서 좋던데요, 등단할 당시 발표된 내 글에 대한 견해였어요.

그분보다 일 년 앞서 등단한지라 다음 해에 발표되는 글들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집중돼 속속 찾아 읽던 때였는데요.

동백의 씨 내용은 가난하고 고달팠던 지난 시절에 대한 반추인데 이제는 팔순을 넘긴 노옹이 되신 분.

어릴 때 어버이를 여읜 외톨이로 무수한 역경 헤치고 민선시장에 오르기까지의 반생 어떠했을지 짐작 가고도 남더군요.

끝 모르게 이어지는 사념에 빠져있다가 퍼뜩 현실로 돌아오게 한 천진스러운 정경과 접했는데요.

아래 사진은 예술인 마을에서 우연히 스냅으로 담은 분홍 원피스를 입은 아기 사진이지요.

연분홍 산다화 꽃나무 아래서 주운 나뭇가지에 골똘히 몰입해 있는 아기가 무심히 핀 연분홍 꽃과 어찌나 절묘히 어울리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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