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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Nov 02. 2024
11월 서귀포는 감귤로 빛난다
감귤빛으로 물드는 서귀포의
가을은
예로부터 귤림추색(橘林秋色)이라 일컬어왔다.
깊어가는 가을, 귤밭에 조랑조랑 열린 귤들이 금빛 풍광을 이룬다는 뜻이다.
돌담 너머 진녹색 잎새 사이로 샛노랗게 익어가는 귤은 한라산 멋진 배경 덕에 한층 귀물답게 보인다.
남의 집 귤밭이라도
건너다보노라면 절로 풍요로운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화산토에 해바르고 온화한
기후대라
서 귤이 맛 좋다며, 효돈동 토평동 하효동 남원읍 각각
자기
동네가
그렇노라
고
내세운
다.
마을마다 제각금 자기네 고을 감귤 맛이 새콤달콤
최고라는
주장들이
다.
이른 아침, 하늘 창창하기에 서홍동으로 향했다.
작년에 눈여겨봐 둔
, 한라산 배경으로 놋노랗게 익어가는
감귤밭 사진 찍기 그럴싸한 포인트가 있어서이다.
짙푸른 잎 사이로 요리조리 얼굴 내민 감귤이 아침햇살에 알알이 반짝댄다.
한창 조생종 감귤 수확철인 요즘.
가지가 휘늘어지도록 총총 매달린 귤을 보나 따나 일손이 부족할 만도 하다.
그래서인 듯 근자 들어 노인복지관 교실이 영 헐빈해졌다.
출석률이 저조해질 만도 한 것이, 다들 미리 조를 짜 귤 따러 가버려서이다.
일당이 십만 원 가깝다니 수입 쏠쏠해 중국 여자들도 알음알음으로 이맘때 돈 벌러 온다고.
하여 가을 깊어갈 즈음이면 서귀포 견공들마저 만원 권 물고 다닌다는 우스개가 떠돈다.
농가 추수기만큼이나 서귀포의 11월 12월은 일손 구하기가 어려운 시기.
한꺼번에 몰려있는 귤 따기 적기라서 그만큼 집집마다 귤 따 들이느라 정신없이 바쁘다.
그렇다고 초짜에게 일 맡기기엔 까탈스런 작업인 것이, 과일과 과수를 상하지 않게 전지질 하는데도 수련이 필요해서다.
실제 귤 따본다며 전지를 해보니 일손 익은 현지인 속도의 반도 따라잡을 재간이 없었다.
해마다 귤 수확철이면 그래서 서귀포엔 손 맺고 노는 할망이 없을 정도란 말이 수긍됐다.
옛말에 가을걷이 바쁜 농번기엔 부엌 부지깽이도 일하러 덤벼든다고 하였다.
그러나 귤은 아무나 따는 게 아니었다.
삼 년 전 11월 초하룻날 서귀포로 거처를 옮겨왔다.
이사 오고 나서 처음 딱 한 번 귤을 사 먹었다.
서귀포 귤 인심이 어찌나 좋은지 농장 한다며 보내주고 이웃사촌이라고 건네주고 식당에서 밥 먹고 나면 또 한 봉다리 담아준다.
하다못해 버스 기사분이 손님마다 귤을 하나씩 건네주기도 했다.
귤 밭 가장자리를 둘러싼 돌담 위에 쪽 나란히 귤을 올려놓고 오가며 맛 보라는 농장 주인도 있다.
오늘은 뜻밖에도 감귤영농조합에 들어갔다가 싱싱한 귤을 한 아름 얻어왔다.
컨테이너 앞에서 귤을 옮기는 젊은이에게 길을 물으며 얘기를 나누던 중 그가 최상품 귤을 주섬주섬 배낭에 넣어주는 게 아닌가.
선과를 거쳐 코팅 작업까지 마친 귤이라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상품 귤이었다.
때깔이 좋으니 맛도 더 기차게 좋았다.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파치'라는 게 있다.
겉보기엔 멀쩡하나 하자가 있는 귤은 절대 유통을 시키지 않는다고 한다.
서귀포 감귤의 신용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상품화 자체가 원천 차단된다는 것.
지난해는 감귤 과잉생산에 따른 가격 하락을 막고자 조합에서 손해보상을 해주는 조건으로 밭떼기 채로 폐기처분시킨 걸 수차 보았다.
귤이 산처럼 수북하게 쌓여 속절없이 썩어가는 게 아깝기 그지없었다.
감은 농익으면 홍시가 돼 저절로 떨어지지만, 귤은 다 익어도 단단한 꼭지에 매달린 채 나무로부터 물을 빨아들여 귤을 따주지 않으면 나무가 고사해 버린다고.
해서 판매할 상품이 아닐지라도 비싼 인건비 들일 망정 다 따줘야 된단다.
그런 경우는 양파밭, 무밭, 양배추밭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통째로 마구 트랙터로 갈아 엎어지는 현장도 따라서 종종 목격됐다.
과학 영농을 하는 시대라지만 그래도 이렇듯 어느 구석엔가 허점이 노정되기도.
수요와 공급의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고육지책을 쓰기도 해야 하니 어떤 업종이나 돈 벌기가 수월치만은 않은 세상이다.
돌담에 붙어 기생하는 송담의 무성한 줄기와 꽃/귤밭 돌담에 똬리를 튼 해묵은 송담 뿌리
억척스럴 정도로 부지런한 제주인답게 귤밭 귀퉁이에도 채소를 심고/돌하르방이 보초 선 귤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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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지나니 만사 여유작작, 편안해서 좋다. 걷고 또 걸어다니며 바람 스치고 풀꽃 만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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