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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Nov 21. 2024

그랜드 캐년 가거든 레드 버스를 타보시게

우리는 점점 말을 잊게 되었다네

희떠운 번설이 오히려 누가 될 따름이기에..

사진에 담는다는 것도 부질없었다네

감히 어찌 무한대를 작은 사각 틀 안에 가두리오

거대한 자연 앞에

아득한 일월 앞에

한 점 티끌에 불과한

존재의 보잘것없음이라니

미약함이라니.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네.

그뿐이었네

여전히... 꿈만 같다네.

아니 꿈인지 생시인지 아스름해지네.

그랜드캐년에서의 마무리 시간은 노을 비낀 선셋 뷰 포인트에서 즐겼다네.


레드버스를 타고 협곡을 따라  한참을 거슬러 오르며  중앙부 몇몇 포인트에서 하차했다네.


호피 포인트 뷰는 그중에서도 압권.


화염처럼 불길 번지다가 황금빛 어룽지는 단애


게다가 갈수록 날씨는 변화무쌍, 국지적으로 무거운 구름장에서 눈이 쏟아지는가 하면 계곡에서는 안개가 보얗게 피어오르더군.


시시각각 변모하는 기상상태라 만화경을 들여다보듯 한 요지경 속.

서 마주한 그랜드캐년의 비경이야말로 내 무딘 표현력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재간이 없지 뭔가.

어딘지 몽롱하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전경

더라네,

차라리 아주 먼 지상 밖의 초월 공간인 샹그릴라를 만나몽환적이었다 할까.

그러나 저물녘 바람의 감각만큼이나 생생하게 숨 쉬는 그랜드캐년의 화폭 접해봤다네.

정녕 그랜드캐니언은 신의 작품, 대지의 조각품이며 하늘의 대서사시였네.

수억 년 전 물과 바람이 빚어낸 풍경들이 교향악 되어 장대하고 웅장하게 연주되는.

경외(敬畏) 조차 빛바랜 진부한 수사가 되고 마는.

한데 절대미의 극치인 대자연 앞에서 왜일까?

오래 전인 90년 초 미서부 관광 팀으로 처음 여기를 왔을 때도 그랬듯, 문득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네.

"Go~!" 외치고는 그랜드캐니언의 벼랑 끝으로 차를 몰아 돌진해 버리는 그 짧은 찰나가 아마도 영원이리니.


 

2억 5000만 년 전 바다 지층이 융기되면서 협곡이 형성됐고 600만 년 전부터 콜로라도 강에 의한 침식작용으로 오늘의 비경이 마련됐다는 그랜드 캐년이라네.

해발 2300m 안팎의 콜로라도 고원은 20억 년 전 지각변동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강의 침식으로 협곡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700만 년 전으로 추정된다지 않는가.

 날씨는 한겨울 영하 9도, 한여름 40도로 같은 계곡 내에 아열대에서 한대에 이르기까지의 기후대가 공존하는 곳.

저마다의 생도 추웠다 더웠다 이처럼 다양한 희로애락의 파노라마 아니던가.  

우주적 안목으로 관망하면 종잡을 수없이 엎치락뒤치락하기는 종족이며 국가도 예외는 아니지.

그랜드캐니언이 인디언 이외의 외부인에 의해 발견된 것은 1869년 존 웨슬리 파웰 소령 일행에 의해서라네.


그들이 보트 4대로 콜로라도 강을 따라 여행한 후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고 하더군.

파웰 소령은 그랜드캐니언을 “한눈에 이곳을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지.

하긴 불가능하기로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도 마찬가지, 내일은 신 외의 아무도 예단할 수 없지 않은가.  

지질학자 클래런스 더튼은 “하루나 일주일, 혹은 한 달 안에 이곳을 제대로 파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 그랜드캐니언.

모르기로야 그랜드캐니언뿐 아니라 우리네 생도 한치 앞조차 알 수 없다네.

1908년 천연기념물 보호 지역으로 설정됐다가 1919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그랜드캐니언이라더군.



수많은 단구(段丘)로 이루어진 대협곡.

 어마어마하게 큰, 그래서 '그랜드'라는 이름이 붙을만한 이 암석층의 웅장함은 차라리 말문을 닫게 하는.

잔등으로 좌르륵 전율이 흐르며 오직 두 손 모아지는 이 숙연함이라니.

연령은 23억 세(歲)로 지구 나이의 절반에 해당하고 전체 길이는 446km에 달한다네.


폭은 13~26km에 이르는가 하면 깊이는 1500m로 걸어서 내려가면 이틀 걸린다더군.

어설픈 수치 감각으로는 도무지 가늠조차 힘들 정도.

이해하기 쉽게 하자면 길이는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고속도로 길이보다 좀 더 길고 깊이는 태백산 높이에 해당된다고.

그래도 내 슷자개념으로야 도저히 감이 안 잡힌다네.

접근이 허용된 양대 림(Rim) 지역은 캐니언의 20분의 1도 되지 않는다니 잠깐 스쳐 지난 길손이 본 것은 캐년의 한 점에 불과할 뿐으로 뭘 보았다 말함은 부질없는 객기.

그러니 캐년의 위엄 어린 아름다움을 한 뼘 사진에 담기엔 역부족 아니겠나.

웅대한 스케일을 근사치로나마 표현해 낸 작가도 아직은 없다더군.



끝으로 팁 하나 추천하네.


혹시 자유여행으로 그랜드 캐년을 찾는다면 꼭 레드 버스를 타보시게나.


트레킹을 하며 품 안 깊숙하게 들어가 보는 경우는 예외이겠지만.


간단한 트레킹을 염두에 둔 분들을 비롯, 하루 이틀 일정을 잡은 분들이라면 레드 버스 탑승은 필수가 되겠더구먼.


레드 버스를 타기 전에는 캐년의 극히 일부만 보는 것이므로 그랜드 캐년의 '그랜드'를 경험하려면 필히 레드 버스를 타야겠더군.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두어 번쯤 계속 타면서 운전석 오른쪽과 왼쪽에 번갈아 앉아보게나.


그때 비로소 스펙터클하게 안겨드는 캐년의 장관을 만끽해 볼 수 있으니까.


블루나 퍼플 노선 등은 일반 차량 통행도 가능하나 레드 버스가 다니는 곳은 개인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깊은 속살에 해당되는 지역.


패키지여행처럼 수박겉핥기식의 눈도장 찍기가 아니라면 캐년의 진수, -변화무쌍하고 웅장 황홀한-그 기막힌 비경을 보려거든 필히 레드 버스를 타보시추천하겠네.




*브라이트 엔젤 코스-2시간 반에서 3시간:캐년 바닥까지 내려감.


*허밋 레스트 코스-왕복 3시간:웅장한 캐년과 콜로라도 강을 한눈에 담음.


*난이도가 높은 하드 트레일 코스는 콜로라도 강으로 내려가 하룻밤을 지낸 다음 강줄기를 따라 이동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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