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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Dec 02. 2024
충청도식 김장 맛 보셔유
딩동~우체국에서 배달된 묵직한 소포를 받았어유.
엊그제 김장을 한 언니가 배추김치를 보낸다 했거든유.
야물게 포장된 박스를 풀자 다시 신문 겹겹 둘러 안전장치를 한 김치통이 나오더군유.
락앤락 통을 여니 예전 엄마가 그랬듯이 김칫독 아구리에 마감 삼아 너줄가리 배춧잎으로 꼭꼭 여미고 다진 얌전한 솜씨 그대로가 보이데유.
비닐 곱게 덮어쓰고도 그 아래 나란히 덮여있는 배춧잎 들춰 김장김치 반포기 꺼내서 얼른 시식부터 했슈.
친정엄마가 살림 돌봐주고 언니는 직장 생활을 계속했기에 김장이니 반찬 같은 거 나몰라라, 하고 산 언니인데 희한하게도 엄마 김장맛에 분위기까지 그대로 전승되어 엄마 느낌이 김치에서 물씬 풍기는 겁니다.
아직 생김치래도 알맞게 절여진 고소한 배추에 양념 간도 적당해서 고구마랑 곁들여 먹으니 눈 사락사락 내리던 어릴적으로 돌아간 기분이 듭디다.
이럴 땐 배추포기를 도마에 올려놓고 써는 것이 아니라 머리 부분만 치고는 손으로 죽죽 찢어먹어야 제격이쥬.
텁텁한 멸치 젓갈을 쓰는 경상도식 김치와는 색깔부터 다른 충청도식 김장김치
.
새우젓 넣어 담백하고 칼칼하고 시원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인디유.
기본양념 갈아 넣고 무채에 쪽파 대파 생굴 등 온갖 재료 버무려 조화 이룬 가운데도 달달한 홍시맛, 매콤한 고추맛이 살짝 혀끝에 감겨들더군유.
예전 어른들은 들녘 추수 마치고도 겨울철 반식량이라며 김장 해넣고나야 비로소 월동준비 끝냈다고 하셨슈.
그만큼 삼동 겨울나기에 큰 비중을 차지하던 김장으로 보통 몇백 포기씩 담그던 김장김치인데 식생활 변화로 요즘에야 위상 형편없이 줄었지만유.
하긴 나부터도 김장이란 걸 담아본 기억이 별로 없을 정도이니 어찌 보면 천상 한량 팔자인지 아니면 인복을 좋게 타고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결혼하고 처음 대구에 내려와 살 적엔 시댁에서 일괄적으로 담아줬고 그 후 부산으로 이사한 다음부터 김장철만 되면 엄마가 내려와 담가주셨지유.
미국 뉴저지 살 때도 솜씨 좋은 교우 할머니가 해마다 배추 사서 절이는 일부터 시작해 전체를 도맡아 아주 맛깔진 김장을 해놓으셨답니다.
캘리포니아에서야 온난한 기후대라 김장 별도로 담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겨울철마다 텃밭에 푸성귀 농사지어 싱싱한 채소 찬거리 줄을 이었으니.
작년엔 언니가 김장을 해서 직접 싣고 와 올여름까지 너끈히 지냈는데, 나처럼 김치며 된장 즐기는 순 토종 식성에게야 김치가 식생활의 근본이쥬.
마침 아들이 전화 왔길래 이모가 김장김치 소포로 보냈더라 했더니 외할머니 음식맛을 아는지라 은근 땡기는 눈치더라구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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