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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Dec 02. 2024
말 걸어온 과줄 그리고 오메기떡
서귀포 올레시장은 지근거리라서 슬리퍼 끌고 다녀오는 곳이다.
여기 와서 처음 맛본 오메기 떡은 제주의 전통 떡이다.
쌀농사가 어려운 지역 여건상, 차조와 찹쌀가루에 쑥가루를 넣어 익반죽을 한다.
되직한 반죽을 호두알만큼씩 둥글게 빚어 분화구를 낸 다음 팥소 넉넉히 넣어 오므린다.
빚은 떡을 끓는 물에 삶은 후 찬물에 헹궈 물기 빠지면 팥 흑임자 견과류 등 고물을 골고루 묻혀 낸다.
달달한 팥소와 쫄깃한 식감으로 맛 독특한 오메기떡은 토속적인 제주 떡이다.
관광객이라면 한결같이 맛본다는 오메기떡은 선물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여섯 개 들이 한 팩을 샀는데 하나 겨우 맛보다가 달아서 더는 못 먹었다.
나머지는 그대로 냉동실에 들어갔다.
따스할 때 먹는 게 맛이 가장 좋다지만 지나치게 달켜서 냉동칸 신세를 지게 된 오메기떡.
출출하면 그래도 한두 시간 전에 미리 꺼내서 해동시켰다가 두엇 더 먹었더니 괜찮았다.
제주에 와서 '과줄'이란 단어를 아주 오랜만에 다시 들어봤다.
예닐곱 무렵일 게다.
잔치가 있어 외가에 가면 외숙모는 과방에서 내가 좋아하는 산자와 약과를 챙겨 작은 동구리에 담아놨다.
그러면서 잘 뒀다가 집에 가서 먹으라고 했다.
과줄이라 칭하던 할머니와 달리 외숙모는 산자라 부르던 바삭바삭 달콤한 우리네 전통 과자.
찹쌀가루를 막걸리와 꿀로 반죽한 뒤 얄신하게 밀어 모양을 낸 다음 꾸덕하게 말려 기름에 튀겨서 조청 바르고 쌀 튀밥에 굴린 한과다.
잔칫상이나 다과상에 필히 오르던 과줄.
순우리말인 과줄은 요사이 강정이라고 하는데 산자라는 이름에 우리는 오래전부터 익숙해 있던 터다.
정초에 주로 만드는 강정은 경상도에서는 박상이라고 하며 제주에서는 과질이라고도 한다.
제주 전통한과를 만드는 도솔천에서 과줄 한 통을 사 왔다.
여행객이 선물용으로 특히 선호한다는 도솔천 제주 한과.
감귤과줄인데도 희한하게 예전에 먹어본 바로 그 맛이었다.
달고 찐득한 물엿에서는 가마솥 걸린 외가 부엌의 황토 내음이 스치는듯했다.
아랫목 구들장 위에 죽 펴널었던 과줄이 부풀어 오르던 변모도 떠올랐다.
하나 둘.... 과줄을 한자리에서 거푸 두 개나 먹었다.
신기했다.
몸은, 입맛은, 그 시절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다.
순간, 과줄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랬다. 마치 골동품점 앞에 서있는 듯했다.
바삭바삭한 산자도 담아 봤을 나무 함지나 쿵더쿵 돌절구는 잘 꾸며진 거실에서 테이블이 되기도 한다는 요즘.
오밀조밀한 떡살이며 다식판이 참기름에 절은 고운 무늬를 띠고 있어서 나는 솜씨 좋던 대고모 얼굴을 게서 보았고
매일을 일속에 사시던 외숙모,
그분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떠오르는 건 푸른 녹이 슨 청동화로 앞에서였다.
삭풍 몰아치는 겨울밤,
인두로 모양을 잡으며 겹저고리가 지어졌고 그 틈틈이 언 홍시도 녹여 주시던 외숙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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