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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무량화
Dec 03. 2024
제주에서는 지공대사 대신 차공대사?
한국으로 리턴한 뒤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으며 당연직 지공대사로 등극했다.
지하철 표 공짜로 선물 받은 사람 반열에는 진작 올랐지만 칠십 넘어
이윽고
수혜자가 됐다.
복지가 향상돼
,
나이 든 어르신들 그간
근검절약하며
산업 일구느라
애쓰셨다며 예우를 해주니 고맙게 받았다.
교통카드 덕에 부산에서 지하철을 무료(공짜)로 타고 다녔다.
운전대만 잡으면
어깨가 경직돼 운전을 아예 못하는 지라 감사히 그 혜택을 누렸다.
제주에서 일 년 살아볼 예정으로
,
아는 이 하나 없는
섬에
들어온 지도
어느새
삼 년이 지났다.
서귀포에 거처를 정하고는
그간
하늘만 훤하면 외출해 여기저기 쏘다녔다.
역마살이 꼈는지 한자리에 가만히 있기가 어려운
성정
인 데다 볼거리 천지인 제주이니 어련하랴.
차분한 성향에 조신하다는 소리 듣고 자랐던 터인데 나이 들면서 그 반대가 돼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남매 둘 다 공히, 엄마는 관절 튼튼하고 다리 건강하니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거라고 반기면서 성원 보낸다.
버스를 타고 성산포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남원까지는 와봤는데 그다음부터는 초행길, 표선 지나 신산리인지 어디 짬에서 일게다.
팔십 훨씬 넘은 노인장이 지팡이를 짚고도 허뚱거리며 버스에 올랐다.
기사 양반 벌컥 화를 내며, 그러게 집에나 들어앉아 있지 쓸데없이 왜 돌아다니냐고 냅다 퉁박을 줬다.
맨 앞 좌석에 겨우 앉은 노인장도 질세라 뭐라 뭐라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기사는 다시, 허구헌 날 왜 나다니냐고! 암튼 골치야 골치! 노인장 흘겨보며 짜증 섞인 핀잔을 퍼부었다.
반말 짓거리임에도 이번엔 아무 대거리가 없다.
아무런 반응이 없자 안전벨트나 매요! 벼락 치듯 고함을 지른다.
노인장은 아마도 이 버스를 늘 이용하는 단골손님인 듯 비슷한 행태를 자주 접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렇지 승객에게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 기가 찼다.
저 양반도 똑같이 돈 내고 타는 손님인데 노인한테는 손님 대접 안 해도 되나요? 물었다.
돈은 무슨 돈! 공짜 주제에 시간만 잡아먹는데 성질이 안 나우꽈? 화통 터지니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기사는 그러고도 화가 안 풀린 듯 한참을 구시렁거렸으나 모른 체 해버렸다.
그 바람에 제주에서는 70세 이상이면 버스 공짜로 탄다는 걸 알게 됐다.
월요일 일찌감치 중앙동 주민센터로 직행했다.
동사무소 직원이 교통복지카드는 농협에 가서 만드는 거라고 알려줬다.
주민등록증과 사진 한 장을 반드시 지참하라고도 일렀다.
부산에서 지하철카드를 만들 적에도 부산은행에서 발급받았던 생각이 났다.
농협에 가서 담당 창구에 인적 사항 기록지를 적어 제출했다.
즉석에서 만들어 주던 부산과는 달리 여기 교통카드는 서울에서 만들어 보내므로 보름 정도 기다려야 된다 하였다.
대신 임시 대용 카드를 만들어 줬다.
공항 리무진과 빨간 급행 버스는 해당이 안 되지만 블루와 그린 색 버스는 무료라고 했다.
개인사업체에서 운행하는 버스 외의 나머지는 공영버스 체제로 전환, 이 시스템 가동한 지도 몇 년 됐다고.
게다가 매 해 십육만 원 정도가 교통카드에 자동 적립돼 그만큼의 택시 이용도 가능하다는 혜택도 주어졌다.
나처럼 걷기 좋아하는 사람은 교통카드 있다 해도 서너 정거장쯤이야 예사 걸어 다니지만 버스를 타야 할 거리도 있다.
서귀포에서 제주공항까지는 섬을 횡단하므로 시간 반 걸리나 성산일출봉 경우 버스 타면 동으로 근 두 시간쯤 달려야 한다.
촘촘한 정거장마다 서야 하니 시간이 그만큼 걸리지만 뭐 바쁠 거 있나?
차창 밖 두루 구경하며 유유자적 그 또한 나름 신선놀음 아니랴.
그 후 제주도엔 사방팔방 어디든 내 발자국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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