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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쪼록 따뜻하고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by 무량화


무릎 / 박해석


고마워해야 하리라

무릎 한 켤레

온갖 뼈마디 부서져도 쉽게

낮아질 수 없는 우리에게

무릎 너희 있어

땅에 무릎 꿇고 거기 입맞추게 하는

두 손으로 공손히 세상 한번 받들어올리는,

신은 멀어도

그의 숨결 너나들이하는

해진 무릎 한 켤레

흙으로 돌아가 발 뻗고 잠들기까지

모름지기 우리는 그를 고마워해야 하리라




서귀포 시내에는 성당이 세 군데나 있는데요.


면형의 집을 자주 다니지만 서귀포성당이나 서귀복자성당도 때에 따라 나갑니다.


한국 성당들이 여러 사정으로 장궤틀을 없앴던데 여긴 거의 다 장궤가 기다리고 있지요.


해서 무릎을 꿇고 기도 바칠 수 있어서 좋답니다.


하느님 전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건 최고의 흠숭자세인데요.


피조물이 창조주 앞에서 드릴 수 있는 첫 번째 경배 행위가 무릎 꿇기 아니겠어요.


이는 절대자이신 신적 존재에 대한 경배 자세로, 그리스도의 현존하심에 경외를 드리는 예절이기도 하니까요.


또한 겸손과 통회의 정신을 나타내는 자세이기도 하고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거나 용서를 청할 때도 우리는 무릎을 꿇잖아요.


엎드려 오체투지 기도하고 싶을 때는 대신, 장궤틀 내려 거기 무릎 꿇고 오래 기도 바칠 수 있어서

고마이 여기는 서귀포 성당들이랍니다.


특히 면형의 집에는 소성당 외에도 야외 십사처를 돌며 기도하다가

무릎 깊게 꿇을 수 있는 장궤틀이 놓여 있기에 자주 찾게 됩니다.


자신에게 가장 진솔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자리.


손 모아 합장 기도할 수 있다는 거야말로 은총입니다.

매사에 진실을 다 하면서 살되 날마다 여여하기를 발원하며 바치는 기도.

이는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겠다는 약속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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