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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 그대로, 더 브로드 뮤지엄

by 무량화

드디어 보인다.

낯익은 건물이 저만치 나타났다.

다운타운 벙커힐 언덕 꼭대기 대로상에서 여전스런 모습으로 기다려주는 새하얀 자태.

이날의 목적지인 더 브로드 뮤지엄이다.

바로 곁의 날아갈 듯한 은빛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Walt Disney Concert Hall)도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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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흥분감을 지그시 누르고 벌집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미술관이 처음 개관했던 때에는 긴 기다림 끝에야 입장할 수 있었는데 이젠 즉각이다.

당시 우주선 같은 건물 외각을 빙 둘러섰던 대기줄에 서서 좋이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

미풍에 실려오던 자카란타 꽃향기와 시나브로 떨어지던 보랏빛 자카란타 꽃송이도 생각났다.

지금은 나목으로 선 가로수 자카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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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동안 사모은 2천여 점에 달하는 현대미술품을 소장한 더 브로드다.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의 작품이 전시된 일층 특별실은, 전에 '거울방'으로 일본 작가 설치미술이었는데 제주에서도 본 적이 있다.

이번 특별전은 판화와 드로잉, 애니메이션 영화로 잘 알려진 남아공의 예술가 작품이라는데 차례 기다리는 줄이 끝 모르게 이어져 그냥 패스했다.

소장품이 많아 전시품이 자주 바뀔 거라 생각했던 미술관임에도, 눈에 익은 작품 다수가 눈에 띄어 더욱 반가웠다.

미술관 안에는 그때나 이제나 관람객이 많았다.

여전히 희한하게 느껴지는 건 LA 인구의 다수를 점하는 흑인이며 남미인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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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검은 테 안에 만화 같은 그림을 그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앞에서 멀거니 서있었다.

몇 해 전엔 여기 서서 한국 최고의 재벌 삼성가 마나님을 떠올렸었다.

남편인 이건희 회장은 그 좋은 집 놔두고 병실에 장기 입원 중이었으며 아들 이재용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 엮여 수감생활을 하던 시기였다.

90억 상당의 그림인 '행복한 눈물'을 구입한 리움미술관 관장이었던 그녀는 참담한 속울음을 울고 있을 때였으니.

3조 원대에 이른다는 이건희 컬렉션은 그의 사후, 사회환원이란 명목으로 전국 박물관에 기증되었다.

그러나 말이 좋아 사회환원이지 강제 징발 혹은 억지 환수란 단어가 겹쳐지는 부분이다.

저 비슷한 로이 리히텐슈타인 작품은 지금 어느 미술관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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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쿤스의 튤립 묶음과 파란 푸들도 그 자리에 그대로라 고맙고 원숭이를 안은 마이클 잭슨도 반갑다.

구면인 엘 아나추이의 '붉은 벽'이란 제하의 작품 앞에선 기어이 사진 한판 또 찰칵.

콜라 깡통을 쓰레기장에서 주워 만든, 벽걸이처럼 큼직한 작품은 소재가 특이하고 신선해 주목받았는데.

언뜻 보면 마치 태피스트리 마냥 보여 가장 호기심 끌었던 붉은 벽 역시 예전 그대로여서 와락 옷자락이라도 부여안을 듯 다가섰다.

그 외 처음 선보인 작품도 다수였으나 어차피 이해 제대로 못하는 팝아트인지라 구면만 챙기다시피 한 셈.

전시실 한 바퀴 천천히 돈 다음 벌집 통로를 빠져나와 블러바드 건너편에 자리한 현대미술관으로 발걸음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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