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뉴스를 훑다가 더러는 특이한 헤드라인에 붙잡히기도 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며 뉴스 검색을 하는데 '배다른 민족'이 시선을 잡아당긴다.
단군왕검께서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때는 서기전 2333년.
단군 할아버지는 우리의 국조이시다.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하고 이치로서 세상을 다스린다는 정신으로 배달국을 세운 환웅의 뜻을 이어받았기에, 우리가 배달의 겨레요 배달의 민족이라 칭하는데 뜬금없이 배다른 민족이라니?
해괴 망측하고 요상 발칙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하긴 다문화 가정이 이제 한국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다고 한다.
전에 한국 살 적만 해도 태국이나 베트남 처자가 나이 많은 농촌 총각과 결혼한다는 말은 들어봤다.
여전히 지금도 사회복지분야의 일을 계속하는 언니의 생생한 증언에 따르면 현실은 이러했다.
이제는 충청도 지방 도시에서조차 아주 흔하게 피부 까무잡잡한 이주민을 만난다고.
동남아나 조선족 나아가 탈북인으로 구성된 다문화가정의 자녀를 자주 접하게 된다고 한다.
우연히 한 동영상을 봤는데 한국에서 흥성해 가는 도시 탑 쓰리와 몰락해 가는 도시 탑 쓰리에 관한 거였다.
조선업의 메카였던 거제시가 최악인 첫째 자리를 점했는데 업계의 이어지는 장기 불황으로 근로자들이 떠나며 지역 경제가 파탄지경이라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거제 앞바다에 요트를 띄우고 럭비를 즐기던 이들 다 어디로 떠났을까.
그나마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는 외국인 근로자들 대부분은 일용직 단순노동자들로 안산이나 김해에는 동남아 인들이 대거 살고 있다고.
얼마 전에 읽은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가 생각난다.
나라사랑의 붉은 마음으로 단재라는 호를 쓴 그분이 민족주의에 입각, 사대주의 역사관을 비판하면서 투옥 중에 저술한 방대한 책이 조선사다.
여진(女眞). 선비(鮮卑). 몽고(夢古). 흉노(匈奴) 등이 본래 우리의 동족으로 어느 때에 분리되었으며 분리된 뒤에 영향이 어떠하였는가에까지 접근한 <조선상고사>.
'아(我)'도, '아(我)'와 상대되는 '비아(非我)의 ''아(我)'도, 역사적인 '아(我)'가 되려면 반드시 다음의 두 개 속성을 가져야 한다.
첫째. 상속성(相續性) : 시간적으로 생명이 끊어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둘째. 보편성(普遍性) : 공간적으로 영향이 파급되는 것을 말한다
왜냐하면, 역사란 시간적으로 계속되고 발전해 가는 사회활동 상태의 기록이기 때문.
때(時) 땅(地) 사람(人), 이 세 가지는 역사를 구성하는 주요 삼대 원소가 된다고 그분은 말했다.
엉뚱한 비약일지 모르지만 그 내용이 어느 신문의 카드 뉴스에 접목이 된다.
혹자는 북한 사람들을 배다른 민족이라 지레짐작했을지도 모르나 그게 아니다.
여기서는 피부색이나 언어며 문화와 외양이 전혀 다른 타국에서 우리나라로 와 완전히 정착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른다.
우리가 은근 자랑하는 단일민족이란 단혈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는 민족이란 뜻이다.
"인종과 역사, 언어와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이 단일민족"이라 정의 내리기는 하는데, 그 기준이 절대적은 아니다.
어느 민족을 막론하고 단순 혈통만으로 구성, 유지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 수 있을까.
오히려 한 민족의 개념은 혈통이라기보다 문화가 아닐지.
인류의 역사는 태초부터 오늘날까지 줄곧 교류와 전쟁으로 얽히거나 얼룩져 왔다.
따라서 생물학적으로 미화된 순혈주의가 단일민족 신화로 이어진 것뿐.
공민왕의 노국공주는 후사가 없었다지만 인도 아유타에서 온 허황옥의 가야국 후손, 네덜란드인으로 조선에 귀화한 박연, 하멜의 후손도 있다.
몽고에 예속되었던 제주섬의 백 년, 당, 명, 청에 강토가 수탈당하며 숱하게 양산된 환향녀의 비극뿐이랴.
왜에 짓밟히고 일제 식민지에 정조를 유린당한 여인들에다 한국전 이후 유엔 병사와 섞인 수는 또 얼마인가.
배달민족의 사전적 풀이를 살펴보자.
상고 시대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을 단국(檀國), 즉 배달나라의 겨레라는 뜻으로 통틀어 이르는 말이란다.
배달은 ‘밝은 산’이라는 뜻의 상고 시대의 고유어에서 남겨진 말로, 한자의 음을 빌려 ‘倍達’로 적기도 한다.
또는 한자의 훈을 빌려 ‘白岳’ 혹은 ‘白山’으로 적기도 하였다
배달민족에 심취되어 단일민족의 주술에 깊이 함몰된 우리 한국인.
그러나 유엔자료에 따르자면 정작 순도로는 우리보다 이집트인이 99% 고순도를 유지한다고.
아주 오래전부터 이민족 노예를 그리 많이 부린 민족인데 그런 거 보면 씨앗을 아무 데나 뿌리진 않았던 모양.
반면 조선시대 양반님네나 근대의 부호들 일부이긴 하지만 생각 없이 욕구배설 해대며 에험! 내뱉는 헛기침부터가 가식의 장치였으니.
물론 역사와 전통을 소홀히 해서도 안 되겠지만 ethnic group(민족)과 nation(국민)을 혼동하고 있었던 우리는 아닐지.
중국의 경우 다양한 55개의 민족이 중국이라는 하나의 국가 아래서 중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듯이 민족과 국민은 엄연히 다른 뜻이다.
민족을 앞세우기보다 이제는 국가 개념이 우선시 되어야 할 시대.
대한민국 아니 한국인도 세계가 하나 된 다문화사회를 수용하고 인정하여야 할 때에 이른 듯싶다.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