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동과 서> 우선 책이 딱딱하지 않고 부담이 없다.
책을 드르륵 훑어보면 한 장 건너 한 장씩 사진이나 그림 등 그래픽 자료들이 풍부해서 볼거리도 많다,
게다가 심리학 실험을 통한 재미와 관심으로 시작해 철학적 통찰로 이어지도록 구성돼 있어 누구든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 새뮤얼 헌팅턴은 ‘다른 문화의 사람들도 다 나처럼 생각할 것’이라는 생각이야말로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전쟁과 테러 같은 현대 사회의 분쟁은 대부분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다는 진단도 그렇다.
<동과 서>가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해는 물론 타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_ 프롤로그 중에서-
<동과 서>는 명사를 중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서양인과 동사를 중심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동양의 인식론 차이를 짚어낸다.
텍스트를 둘러싼 맥락과 상황을 중시하는 동양인과 텍스트 자체의 의미 자체에 집중하는 서양인.
집단주의와 물아일체의 사상이 발달한 동양과 개인주의와 과학이 발달한 서양을 비교 분석했다.
또한 교역 문화에 기반한 서양의 개인주의와 농경문화에 기반한 동양의 집단주의로 인해 생기는 차이점들을 비교해 보자.
한 예로, 나무 재질로 된 원기둥 모양의 물체가 있다.
이것을 닥스 dax라 부르기로 하고, 다시 두 개의 물체를 더 보탠다.
하나는 파란색 플라스틱으로 된 원기둥이고 다른 하나는 나무로 된 사각기둥이다.
이 두 개의 물체 중에 어느 것과의 조합을 닥스로 볼 것인가?
실험 결과 동양인들은 재질이 같은 사각기둥을 닥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선택의 결과 자체보다도 재미있는 것은 그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다.
“같은 나무로 되어 있잖아요.”
“생김새보다는 본질이 같아야 같다고 할 수 있죠.”
동양인들은 겉으로 드러나는 형태보다 그것을 이루고 있는 ‘본질’에 주목하고, 나무라는 재료에서 공통점을 찾으려고 한 것이다.
반면 서양인들은 겉으로 보이는 생김새, 즉 ‘모양’이 같은 원기둥을 닥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과 서>는 미국의 미시간대학교, 일리노이대학교, 스탠퍼드대학교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 중인 최신 동서양 비교문화심리학 연구 결과 및 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썼다.
현재 동서양 비교문화 연구는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동아시아 3국이 앞서있다.
즉 한국과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에서 말하는 ‘동양’은 기본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중국 문화권(유교 문화권)을 의미한다.
‘서양’은 미국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한 유럽 문화권을 의미한다.
서양인들은 스스로가 똑똑하고 잘났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동양인은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느 사회나 사회적으로 기대되는 행동양식 Socially Desirable Response가 있는데, 양 사회가 기대하는 행동양식은 반대다.
동양 사회에서는 겸손함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서양 사회에서는 자신감을 미덕으로 여긴다.
한국을 비롯한 현대의 동양 사회는 지나치게 서구화되어 동양인들 스스로도 동양문화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이해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동과 서》는 동양 사회가 아무리 서구화되어도 실제 동양인의 행동과 습성은 옛 동양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자신의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열등감이나 자아비판 의식에 시달릴 수 있으며, 실제로 ‘서양 따라잡기’에 열심인 동양인들도 수없이 많다.
그래서 이 책은 동양과 서양 어느 한쪽 문화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관점을 유지함으로써 독자들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스스로와 자신이 속한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왜 동양에서는 붓이 발달하고, 서양에서는 펜이 발달했을까?’
‘동양인과 서양인이 사용하는 이모티콘 모양은 왜 다를까?’
‘왜 동양화와 서양화 속 인물의 크기가 다를까?’
‘동양인들이 부정의문문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책은 이와 같이 누구나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동서양의 크고 작은 차이에 의문을 갖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실제 동양인과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심리학 실험을 통해 동양인과 서양인의 인지과정 차이, 사고방식 차이, 가치관 차이 등을 하나하나 밝혀나간다.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어떻게 동서양의 문화 차이로 나타나는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그 담론을 확장하고 있다.
‘단호하다 assertive’라는 말은 서양에서는 긍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동양에서는 부정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서양에서 ‘단호한’ 사람은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신뢰할 만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동양에서는 단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무례하고 이기적인 성격으로 비치기도 한다.
동양에서는 자기 생각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기 의견과 상대방의 의견을 잘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이 더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 본문 188쪽 중에서-
2007년 버지니아공대 총기 살인사건 당시 한국계 미국인인 범인을 대신해 한국인들이 촛불집회를 하며 사과의 뜻을 전하고 대통령까지 나서 세 번이나 유감을 표했던 당시,
왜 미국 언론들은 황당해하며 “이것은 한국인이 사과할 문제가 아니니 사과를 중단해 달라"라는 사설을 게재했을까?
-본문 226쪽-
동양에서 총명하고 성격 원만한 아이라 칭찬받던 학생이 서양에 유학을 가면 왜 똑같이 공부해도
졸지에 자신감 없고 의존적인 열등생으로 전락해 버리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걸까?
-본문 89쪽, 193쪽-
동양인은 세상을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장(場)과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반면, 서양인은 세상을 각각의 개체가 모여 집합을 이루고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를 바탕으로 동양에서는 기(氣) 사상과 관계론, 연기론, 물아일체 정신 등의 철학이 발달했으며.
서양에서는 원자론과 이데아론, 논리학, 합리주의 사상 등의 전통이 생겼다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동과 서>는 다양한 비교문화 연구결과의 의미를 사회적ㆍ철학적으로 확장시키고 있어 통합적 사고를 길러준다.
아울러 동서양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도 함께 높여주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무엇보다 미국이란 사회에서 이민살이를 하는 입장이라 그 차이점을 수시로 경험하다 보니 더 극명하게 다가왔지 싶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