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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20. 2024

왜 쓰는지?

글쓰기


몸은 가두어도 혼은 못 가두리.

작은 액자에 담긴 위 그림은 오래전 책 표지에서 오려낸 그림이다.

어떤 형태의 구속에서도 정신, 넋, 영혼만은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음을 의미하기에 책상머리에 걸어뒀다.

그처럼 글을 쓰는 동안 나는 오직 나로서만 존재하며 무한 자유를 느끼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을 억압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물리적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아를 해방시켜 주는 일이 글쓰기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굳이 정호승의 시나 랭보의 시가 아니라도 익히 아는, 저마다 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누구도 자신의 감정적인 제 문제로부터 단호하고 완벽하고 산뜻하게 벗어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크건 작건 스크래치 난 감정의 상처는 치유받아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정서적 평화를 찾아야 한다.

이에 글쓰기의 역할과 효과는 기대 이상, 상상 이상으로 크다.

글쓰기는 환기창을 여는 일이며 마그마의 분출을 돕는 일이며 갇힌 물을 방류시키는 일이며 구원의 밧줄을 붙잡는 일이다.

불끈거리며 치받치는 감정을, 용솟음치는 내면을, 속내 후련하도록 맘껏 소리쳐 몽땅 다 쏟아내 버리는 일이다.

표현하라. 배설해라, 외쳐라. 터뜨려라.

하여 감정이 정돈되고 마음이 정화되며 스트레스로부터도 해방돼 정신건강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여과 없이 가감 없이 매임 없이 진솔하게.

편안하고 자유롭게 자기를 풀어내는 동안 내 안의 해결되어야 할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도 된다.

나아가 글을 쓰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야말로 최고의 선물로, 억눌려 있던 감정에 마음껏 나래를 달아줄 수 있다.

또한 무엇이든 창조적인 일을 성취해 낸 순간에 우리는 중독성 약물과 맞먹는 쾌감을 느낀다지 않는가.



마음속 깊이 담고 있는 여러 감정들을 다듬고 순화시켜 표현해 내는 글쓰기.

요즘 SNS를 통해 누구나 가벼이 글과 접하게 되고 직접 글을 쓰기도 한다.  

논리적으로 매끈하게 글을 쓰는 이, 재미있게 혹은 재치 있게 글을 쓰는 이, 정서와 지성이 알맞게 버무려진 글을 쓰는 이도 있다.


의도하는 바를 정확하고도 명료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글을 쓰는 이도 있으며 허심탄회하게  의사를 개진하며 자유로이 글로 쓰는 이도 있다.

흡인력 있는 글, 읽고 나서 울림이 생기는 글도 있고 무게 있는 글도 있으나 딱히 어떤 글이 좋은 글이라 규정지을 필요는 없다.

자기 글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작가라면 모를까, 자기 스타일대로 쓰고 싶은 주제를 자연스럽고 편하게 토로하면 그로 충분하니까.

하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써 내려가는 작가’라 하였다.

단 어떻게 글로써 긴 여정의 삶을 조리 있게 정리해 낼 수 있는지는 연습과 훈련과 습관에 따라 달라질 터이다.

타인의 감정과 행동을 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면도 있는 글.

그러나 이조차 개의치 말고 구태여 어느 것에도 구애받을 까닭 없이 그저 맘 내키는 대로 자재로이 쓸 것.


하여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겐 어디까지나  자유로운 향락일 따름.



교민들과의 재미진 놀이터였던 미주 중앙일보 J 블로그에서 블로거끼리 댓글 답글로 이런 농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

날마다 포스팅하며 열나게 자판 두드린다고 돈이 나와? 빵이 나와? 술이 나와? ㅎㅎ


사실이 그랬다.

가계에 도움을 주는 게 없다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글을 썼다는 사람이 있다.

캐슬린 애덤스다.

그녀는 인생을 글로 치유하는 법에서  ‘글 잘 쓰는 방법’이 아닌 '매일 쓰는 글'이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서술했다.

머릿속의 아이디어를 초고로 발전시키는 것부터 그녀는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개인적 트라우마나 혼란 또는 분노, 그 밖의 부정적인 감정을 글로 써보므로 더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도 알려준다.

글쓰기를 하면 자신의 마음을 실제로 읽을 수 있게 되며 그 과정에서 자신감과 자긍심을 키우게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글을 씀으로써 좋은  순간들을 붙잡아둘 수 있는데 이는 사진으로 남기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고도 했다.  

또 마음을 어지럽히는 상념들을 질서 있게 정리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가닥이 잡히게 되었던 경험도 들려주었다.

직접 체험한 일에 대해 쓰다 보면 그 경험으로 인한 충격을  둔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는 것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운동선수가 훈련하듯 매일매일 글을 쓰다 보면 인생의 벽이 문으로 변하는 경험을 맛본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하여 더욱 깊이 있게 명료하게, 하루하루 유의미하면서 보다 의식적인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다는 것.  

마음속에 담고 있는 여러 감정들을 다듬고 순화시켜 표현해 내는 글쓰기.

글쓰기는 나 자신, 나의 자아와 만날 수 있는 정직한 자리를 마련해 주며 스스로를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처럼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느끼게 되기도 한다.

나아가 자신을 정화시키는 힐링 타임이 되어 주는 글 쓰는 동안의 충일감은 느껴본 이만이 아는 행복.

글을 쓰는 동안은 자신이 어디에 있든 간에 시공간이 정지되면서 혼자 있는 것과 같은 호젓한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많은 사람이 자신과 연관된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씀으로써 껄끄러운 관계나 갈등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치유 수단으로써의 글쓰기' 저자인 루이스 디셀보는 자신의 병에 대한 글을 쓰다가 실제 그 병이 호전되는 치유의 효과를 얻었다.

학자들의 연구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글쓰기를 통한 마음의 병 치료가 신체의 병까지 치유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미국 보스턴 의과대학 연구진이 '미 소화기 질환 학회지'에 발표한 최근 논문에 따르면  '감정 표현 글쓰기'(expressive writing)로 알려진 이 같은 표현 방식이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의 상태를 상당 부분 개선해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스턴대 연구진은 평균 연령 43세의 성인 103명을 대상으로 이중 82명에게 다음과 같은 주문을 했다.

각자의 마음속 가장 깊이 자리잡은 생각이나 감정, 믿음 등을 하루 30분간 4일 연속 온라인상에 쓰도록 한 것.

그 결과 글쓰기를 행하지 않은 그룹과 비교해 글쓰기를 실행한 환자들의 경우 증상이 개선되고 생활의 질도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글쓰기가 일부 환자들에 유용할 수 있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표현적 글쓰기'는 앞서 연구를 통해 우울증이나 심지어 관절염, 만성 통증, 고혈압 환자들에게서 개선 효과가 나타났다고 보고됐다.

실제로 글을 쓰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얻게 될 뿐 아니라 한 편의 글을 제대로 완성시킴으로써 성취의 희열감과 인생에서 자신감까지 얻을 수 있다.

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 교수는 충격적인 사건이나 절망적인 체험 등 각자 마음의 상처를 언어로 고백하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나쁜 기운이 발산되어 심신 건강에 크게 도움을 주더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또 다른 생리학적 증거로는 글쓰기 덕에 혈액 내 질병을 막아주는 림프구가 증가했으며 혈압을 다소 낮추었다고도 했다.

이처럼 글쓰기를 통해 심신 양면에 걸친 치료 효과를 증대시켜 바람직스러운 건강 유지로 백세시대를 대비해 보는 것은 어떨까.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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