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 12경의 하나인 서진노성(西鎭老星)은 서귀포에서만 관측되는 무병장수의 별 남극노인성을 서귀진에서 바라보는 귀한 풍광을 이른다.
이 서귀진성 안에는 봄가을 두 차례 국가의례로 노인성제(老人星祭)라 하여 남극노인성에 제를 지냈던 노인성단(老人星壇)이 있었다고.
조선의 맥이 끊기며 사라진 유서깊은 전통을 복원, 그 후 사단법인 탐라문화유산보존회에서 조회훈령존안(照會訓令存案)이라는 고서의 자료에 따라 노인성제를 지내왔다는 것.
문협을 통해 21일 저녁 여섯 시에 서귀진성에서 남극노인성제가 거행된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어제가 춘분이라 길어진 해, 아직 훤한 대낮 같은데 여섯 시 가까웠다.
부리나케 이중섭거리를 지나 서귀진으로 달려갔다.
평소 한적하던 길인데 도로변에 차들이 빼곡하게 서 있었다.
고깔모양 부스가 차려진 그 건너편, 퐁낭 고목 앞에 차일이 쳐있고 제단이 마련돼 있었다.
위엄 어린 제의를 갖춰 입고 제를 주관하는 제사장과 옥색 두루마기 차림의 제관이 전례에 따라 의식을 집전하였다.
올해는 처음으로 여성이 한 명씩 제사장과 제관을 맡고 있어 유교식으론 매우 낯선 풍경이었다.
제가 무르익어갈수록 점점 노을빛 스며들면서 석양 짙어지고 있었다.
근자 보기 드물게 청명한 날씨임에도 바다에 낮게 해무가 껴있기 때문에 오늘 밤 역시도 노인성 관측은 어려울 거라 했다.
서귀포에서 첫 봄을 맞으면서부터 걸기대 했던 노인성 관측이다.
남극노인성을 관측하는 행사가 그러나 벌써 몇 번째 무산되었는지 모른다.
서귀포 삼매봉 팔각정에서 10월 말부터 3월 말까지 문섬 옆 수평선 위에 뜬다는 파랗게 보이는 별이 남극노인성이라고 했다.
남극노인성이 인간의 수명을 관장한다고 믿었기에 임금이 직접 그 별을 향해 제를 올리는 풍습까지 전해졌다는데.
그런 연유와도 닿아있어서인가, 추사는 제주 유배기간 동안에 이 별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표했다 한다.
이처럼 상서로운 별이라고 하여 서성(瑞星) 혹은 경성(景星)이라고도 하였다고.
동양에서는 남극성(南極星), 노인성(老人星), 남극노인성(南極老人星), 수성(壽星)이라고도 부른다는 별.
서양에서는 남극노인성을 ‘카노푸스(Canopus)’라고 하며 이 별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별이라 했다.
별의 고도가 낮아 북위 37도 18분 이상에서는 수평선에 가려 보이지 않는데 오로지 서귀포에서만 관측된다는 별이다.
또한 추분부터 이듬해 춘분 사이인 50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만 관측 가능하다고 했다.
서귀포 바다 수평선 근처에 낮게 떠서 매우 어렵게 볼 수 있는 남극노인성은 평생 한번 보기만 해도 무병장수한다는데.
이 별을 세 번 보면 백수 누린다고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호기심 가득한 채 삼매봉에 올랐으나 노인성과 상봉하기란 결코 녹록지가 않았다.
한번은 모슬포에 사는 유선생에게 일부러 연통을 넣어 저녁 일찌감치 삼매봉에서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도 해무가 껴서 행사는 취소됐다.
노인성 관측 프로그램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도 친지들에게 별 보러 가자고 알릴 수가 없던 이유다.
행사 시작 한 시간 전에 기상상태가 돌변하면 취소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름 끼고 비가 온다거나 바다에 운무가 짙게 깔려도 남극노인성을 관측할 수가 없으므로.
해마다 봄 내내 황사인지 스모그현상인지 창천 흐릿했고 걸핏하면 짙은 해무 자욱했으니 도통 별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얼마 전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에서 천체망원경으로 노인성을 관측하는 행사가 있대서 예약해 뒀다.
미리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고 날씨 좋은 날을 택해 결정했던 터다.
그러나 구름이 많이 껴 그날 행사는 자동 취소됐다.
[Web발신]
[서귀포시 E-Ticket] 예매완료
구ㅇㅇ님, 예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용당일 매표소로 가서 발권하시기 바랍니다.
■상품명 :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 관람예약
■예약번호 : RS25001125500
■스케줄명 : 5회(20:00-20:50) - 노인성 & 별관측 /
■이용일시 : 2025-02-28(금) 20:00
★ 입장시간을 준수하시기 바랍니다. <입장 시간: 예약시간 15분 전 ~ 천체투영실 시작 5분 전>
★ 입장시간 이후에는 예약자라도 입장이 불가하며, 현장 대기자에 한해 입장합니다.
★ 입장료 감면 대상 신분증명서(제주도민, 경로, 유아, 국가유공자, 장애인 등)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 날씨가 흐린 경우(눈, 비, 안개, 구름 많음, 강풍, 미세먼지)에는 망원경 관측이 되지 않습니다.
★ 망원경 관측 여부는 당일 관측 시작 전에 안내하여 드립니다. (사전 전화 문의 시 확인 불가)
★ 음식물 반입금지 / 음주자 입장불가 / 반려동물 동반입장 불가합니다.
연려실기술에 따르면 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은 이 별을 보기 위해 백록담에 세 번이나 올랐다고 기록돼 있다.
제주로 유배 온 추사 선생을 비롯 귀양객 김상헌 이원조 같은 분 역시 각자의 저서에 노인성을 관측하고 쓴 시를 수록해 놨다.
아무튼 몇 해째 봄이 지났건만, 세월이 하 수상해서인지 끝내 남극노인성은 운무에 가려 모습 드러내지 않았다.
예로부터 인간의 수명장수를 빌며 천하의 안녕을 기원하던 별로 노인성이 보이는 해는 나라가 평안해진다고 믿었다는데.
장수까지는 안 바라도 무병하길 기원드리며 그에 앞서 부디 태평성대 국태민안을 저마다 모쪼록 빌어마지 않았으랴.
옛 기록에 나라가 혼란에 빠진 때는 이 별이 보이지 않다가 천하가 안정되고 평화가 찾아오면 나타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난해 12월 초부터 시작된 정국 혼란과 거기서 비롯, 양극단으로 분열된 사회상인데 과연 별이 나타날 조건이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