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청 나무나눔 행사
어느새 80회째를 맞는 식목일이라고?
그간 거의 잊은 채 살아온 세월이 길고도 길었다.
중등학교 시절, 당시만 해도 전국적으로 녹화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때라 식목일 기념행사를 갖고 우리는 야산에 아카시아나무를 심는데 동원됐다.
속성수라 헐벗은 산기슭에 아카시아를 식재하면 토사로 인한 산사태도 막아줄 뿐 아니라 쑥쑥 자라 울창히 푸른 숲을 만들어 주던 효자나무가 아카시아였다.
교실을 벗어나 새잎 피어나는 산으로 향한다는 자체가 신이 난 우리는 소풍날처럼 들떠 재잘거렸다.
그러고 보니 성인이 되어 도시에서 살게 된 후부터 식목일은 거의 잊고 지냈다.
올해 다시 서귀포시청 서포터스로 활동하면서 기회가 주어져 새삼 식목일을 되새기며 뜻밖의 추억 소환으로 감회에 젖어들었다.
3월 22일 서귀포시청 2 청사에서 나무 나누어주기 행사가 진행되는 아침.
처음 가보는 신청사라 일찌감치 나선 터라 여덟시 조금 지나 도착했다.
그럼에도 이미 시민들 줄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하늘 푸르고 매우 온화한 날씨라 가족 단위 참여자들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눈부신 봄햇살을 즐겼다.
이날 기후위기 대응에 큰 몫을 하는 나무와 숲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뜻에서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나무는 자두, 블루베리, 체리, 복숭아 등 유실수와 장미허브, 커피나무 등 실내에서 가꾸는 화목류였다.
기실 나는 제주에 땅 한 뙈기 소유한 바 없기에 해마다 열리는 이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
전년도에도 월드컵 경기장을 비롯 각 읍면 단위로 자두나무 석류나무 올리브나무를 4천여 명이 받아갔다고.
올해는 서포터스 일원으로 동참하는 김에 블루베리와 체리나무를 받아 농장집에 선물하고 향긋한 장미허브는 책상에 올릴 참이다.
상록수인 황칠나무는 예약 상관없이 희망자 누구나 가져가라 했지만 짐스러워 사양했다.
그날따라 전국 여기저기서 대형 산불이 나 뉴스 요란스러웠는데, 앵커의 멘트 중 황칠나무는 귀한 약재이자 수액은 가구의 칠 용도로 쓰이며 나무에 수분이 많아 화재에 잘 견딘다는 말을 듣고 문득 아쉽다 여겨졌다.
모두가 같이 만들어 함께 누리는 건강숲 조성을 위한 나무 나누기 행사.
서귀포 시장님의 짧은 인사에 이어 서포터스들의 열띤 취재 속에 행사는 점점 무르익어갔다.
드론 촬영이 동원됐으며 시청 홍보실 카메라맨도 바삐 움직였다.
그 새새 봉사자들 도움으로 나무 이름표를 확인하고 이것저것 현장 스케치를 해나갔다.
파란 하늘 배경으로 막 봉오리 벙글기 시작하는 벚나무도 찍고 나무 심는 요령도 찍어뒀다.
드디어 이른 아침부터의 긴 기다림 끝에 나무 나눔이 시작됐다.
무엇이건 두루 나눈다는 것은 그것이 물질이던 마음이던 지식이던 아름다운 씨앗을 뿌리는 일과 같다.
나눔은 축복의 다른 이름, 그리하여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 하였던가.
자신이 좋아하는 나무 선물을 안고 돌아가는 시민들의 환한 표정만 봐도 덩달아 기쁨이 차올랐다.
이어서 유채꽃 걷기 행사가 기다리기에 우리는 서둘러 월드컵 경기장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