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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22. 2024

아뿔싸!

생일

간밤, 잠을 설쳤다.

쬐끄만 모기 한 마리랑 술래잡기하느라고.


겨우 사월인데 벌써 모기라니, 그것도 용케  고층까지 올라오다니.

앵앵거리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다.

고단하게 하루 일과를 보낸 경우라면 그깟 소리에 과민반응 보일 턱이 없으렷다.

얼굴 주위를 맴도는 모기 기척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눈이 떠졌다.

새벽 두 시가 넘은 한밤중.

모든  움직임과 소리가 정지된 고요한 시각이다.

모기의 미세한 날갯짓이 귓전에 머물길래 살그머니 손을 뻗어 후려쳤다.

손길 빗나간 듯 녀석은 날아가며 애앵- 다시 신호를 보낸다.

골똘히 추적 후 일격 그러나 곧 가비얍게 비상.

탐정은 연신 제 이마빡과 싸대기를 찰싹찰싹 때려댄다.

요것 봐라- 모기새끼와의 술래잡기에 약이 바짝 오른다.

말짱 달아나버린 잠.

불을 켜고 탐색전에 돌입한다.

사방 벽이며 천장이며 책상 아래까지 샅샅이 살펴보나 녀석은 자취 없이 싹 사라졌다.

내 너를 그냥 두고야 어찌 잘 소냐.

모기약을 치익 칙 뿌린다.

이번엔 냄새 땜에 창문이며 방문을 전부 열어둔다.

그 지경에 이르렀으니 잠은 천리만리 달아나뿔고.

어느새 네 시가 넘었다.

잠을 청해보나 간단없이 이어지는 잡념들에 더 초롱해지는 의식.

잠을 이어 보기는 이미 글렀다.

그래도 불을 끈 채 억지로 눈을 감았다.

불현듯 그때 생각이 났다.

아뿔싸! 딸내미 생일이 지났네.

사십오 년 전, 라일락 보랏빛 꽃구름 앞마당에서 일렁이며 향 흩날리던 사월이었지.

우짜꼬, 갑자기 등이 후끈해진다.

다시 전깃불 켜고 딸내미한테 꽃놀이 들놀이 핑계 대며 그림카드 하나 만들어 보낸다.

하긴 극치의 무신경함이 처음도 아니다.

저지난해에는 아들 생일날도 지난 담에야 뒷북쳤다.

그러면서 늘어놓은 너스레, 자식을 하도 여럿 두다 보니 일일이 챙기지 못하노라.

생일 기억해야 할 가족이 몇이나 된다고, 손자까지 합쳐봐야 고작 일곱인데. ㅉㅉ

순전히 저 놀기 바빠 애들 생일마저 잊을 정도로 역할에 소홀했으니 응당 직무유기감.

진심 미안코 겸연쩍어 쩔쩔매는 내게 딸내미가 보낸 쿨한 카톡.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르고 지내면 우린 되려 고맙지 뭐.... 계절도 찬란하니 계속 신선놀음 잘하셔."

내 생일날 온 꽃바구니야 그렇다 쳐도 머더스데이에 꽃바구니 받기 면구스러버 우얄꼬.

철딱서니 없이 덩더꿍이맹쿠로 이러구 산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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