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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24. 2024

오레오가 뭐꼬?

카미노 스토리

대체 저건 뭐꼬?

음습해서 귀신 나올 거 같다.

대부분 오래 묵은 듯 낡고 삭아빠진 조그만 건물이다.

오리오로도 들리고 오레오로도 들린다.

이름만으론 얼핏 새카만 초콜릿 쿠키 OREO가 생각난다.

그와는 전혀 다른 것이 오레오는 과자가 아닌 독특한 모형의 집이다.

ORRIO 혹은 HORREO로 표기된다.

현지인에게 단어를 써달라 했더니 앞에 글자를 적어줬다.

열심히 설명을 해주는데 스페인어라 도통 알아먹을 수가 없었다.

후에 검색을 해보니 위키피디아에서는 뒤에 글자로 나와있었다.

대충 느낌으로 우리네 성황당이나 신줏단지처럼 신성하게 여기는 그 무엇인 거 같았다.

지붕 앞면에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걸로 미루어봐도 그렇고, 공들여 꼼꼼하게 솜씨 부린 티가 역력한 점도 그렇다.

그것도 집집마다 빠짐없이 있다.


집이 크고 근사하건 작고 누추하건 거의 다 있다.

잘 사는 집은 그 규모가 좀 더 크고 없이 사는 집은 모양이 초라하다는 차이는 있다.

대도시에는 없고 시골 그중에도 농촌에만 있는 고유한 형태의 작은 건물, 보통 집 앞에 세워놨다.

긴 직사각형의 몸체 재질은 목재와 벽돌이고 양측에 조밀하고도 섬세한 공간 틈새를 뒀다.

(*쫄대나 대나무를 이용했고 벽돌엔 고르게 잔 구멍이 났다)

전면 여닫이문에는 자물통이 굳게 채워져 있다.

땅에서 일정 높이로 번쩍 올려지었으며 지붕은 거의가 기와다.

집을 지키는 부적이나 수호신을 모신 것도 같지만 그렇게 보기엔 너무 크다.

틈새로 얼핏 봤을 때 옥수수가 매달려 있어서 곡식 보관창고인가 했으나 씨앗 저장고라면 몰라도 곳간으로 쓰기엔 너무 작다.

스페인어 번역기 엉터리 해석을 재조립해 뜻을 맞춰보니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혼자 속으로 유추해 본 결과와 얼추 맞아떨어지는 쓰임새의 오레오다.

스페인 카미노 길에서 메세타 지역 벗어나 서북쪽으로 가면 갈수록 안개 짙었고 비가 잦았다.

습한 기후대라 숲 푸른 데다 나무 밑동마다 이끼가 잔뜩 끼어있었다.

지역적 특성에 따라 자연스레 갈리시아 지방은 농목축업을 생업으로 삼는 곳.

동네 고샅길로 들어서면 온 마을에 배어있다시피 한 시큼털털한 외양간 냄새가 진동한다.

자칫하다간 개나 말, 양이나 소떼가 시원스레 내지른 배설물을 밟기 일쑤다.  

돌아봐야 인기척도 없는 데다 누구 탓할 일도 아니라서 길가 풀섶에 신발 쓱쓱 문대고 흠! 하고는 지나는 길손들.

객들 대부분 거의가 지구촌 각 도시에서 왔을 테지만 카미노 길을 걷다 보면 이런 낭패 다반사로 겪는다.

그런 동네의 어느 집 오리오는 너무 낡아 금방 쓰러질 것만 같은 게 음산하기가 상여집이라도 보는 느낌이다.

반면 색칠 산뜻하게 칠하고 꽃으로 주변 이쁘게 장식해 놓은 집도 있긴 하지만 대개 연륜이 오래된 만큼 퇴락해 있는 오리오.

바스크 지방에도 오리오가 있다 하나 농가 마을 안으로 들어가지 않아서인지 본 적이 없고 레온을 지나서부터 자주 접했다.

밀이나 옥수수 등 곡물을 수확해서 보관하되 다습한 지역이라 지면과 떨어지게 높이 들어 올렸음이리라.

길고 좁은 직사각형 구조에 박공지붕, 좌우 측면에는 환기 위한 공기구멍이 있어 통풍이 잘 되도록 신경 썼다.

이 구조는 아주 조밀해 새나 쥐가 드나들지 못함은 물론 곡물 건조도 자연적으로 시키는 이중 효과를 얻는다.

농촌 생활에 필요불가결한 곡식 저장고인 전통 건축물로 농경 위주 지역에 국한된 매우 특이한 구조물인 셈.

이와 유사한 형태의 공중 창고는 이베리아반도 외에 발칸반도 캄차카반도에도 분포돼 있다고.


터키와 중동지방 역시 유사한 스타일의 구조물이 있다고 했다.


일본에도 있다는데 심지어 한국의 부산 인근 정관에서도 직접 목격한 바 있다.

각 지역 조건에 맞게 나무 위에 건물을 짓는다거나 작은 오두막 형태의 창고를 보통 집 위치보다 높다랗게 올려지었다.

14세기 문헌이나 그림에도 이미 그 흔적이 나타나있다는 오레오.

갈리시아 지방의 전통문화유산 나아가 스페인의 국가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되기에 이르렀다 한다.

근자 들어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복고풍 바람이 일기 시작하듯 그 유행물결에 따라 전통의 멋을 내는 장식품으로 부상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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