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봤다! 크게 외칠 뻔했다.
지난봄이었다
산방산 발치를 걷다가 마른 풀숲에서 달래를 발견했다.
생각사록 신기한 노릇이었다.
봄 풀 파릇파릇 올라오는 야산 자락에서 용케도 달래를 찾아내다니.
처음엔 긴가민가했다.
이파리 끝을 살짝 비벼보니 달래향이 번졌다.
틀림없는 달래였다.
그간 초봄이면 시장에서 사 오긴 했지만 야생 달래를 만나리라 생각도 못 했다.
한국에서는 달래도 재배하던데 이처럼 야생에서 자라는 달래를 본 건 근 칠십여 년 만이다.
하긴 가든 스테이트로 불리는 뉴저지, 수목 무성한 토양이라 뒤뜰에서도 달래가 무성하게 자랐다.
부엽토 기름진 흙에서 자란 하얀 알뿌리 꽤 굵었고 잘도 뽑혔으며 잎은 뻣뻣했으나 아쉬운 대로 된장찌개에 넣곤 했었다.
달래 향도 약간만 겨우 났다.
그럼에도 뚝배기에서 보글거리는 된장찌개를 먹으며 글라라는 어릴 적 고향 생각난다면서 자못 감회 어린 얼굴이었다.
그 생각이 나서 달래를 씻어 냉동칸에 넣어두었다.
뉴저지 교우이자 갑장인 그녀가 오월에 한국을 방문하려고 항공권 예매도 마쳐놨다.
현재 모국엔 아무런 연고가 없으므로 내가 사는 서귀포에 와서 쉬다 가고 싶다는 그녀.
글라라가 오면 고사리 밭에도 가보고 산딸기꽃, 반지꽃, 할미꽃, 자주색 노란색 현호색꽃도 보여줘야지.
별내린 전망대에 가서 같이 쑥을 뜯어 쑥떡도 쪄야지.
작년 봄에 올린 쑥개떡 포스팅을 보고 쑥떡이 먹고 싶어 몸살 날뻔했다는 그녀다.
미국에도 쑥은 나지만 향이 전혀 안 나는 맹탕 쑥이다.
심지어 한국에서 쑥 뿌리를 꿍쳐갖고 가서 뜰에 심어봐도 마찬가지, 귤화위지(橘化爲枳) 고사성어대로다.
어언 그새 서귀포 사람 다 되어, 어디 가면 바지락과 보말을 얻고 까사리와 톳을 따는지 안다.
그곳은 내 비장의 바다 놀이터요, 가꾸지 않아도 야생의 맛을 안겨주는 나의 우영팟도 물론 따로 있다.
달래는 어드메 쏟아부은 듯 나있으며 방풍나물은 어느 바닷가에 가야 연한지 훤히 꿰고 있다.
번행초 뜯는 장소는 어디며 통통한 고사리 나는 스팟은 어딘지 알기에 그녀가 오면 서귀포살이 잔재미를 함께 나누려 한다.
돌나물까지 숨겨진 나의 우영팟과 비장의 오름이며 바다 풍경을 그때 몽땅 보여주려 한다.
친구야, 와서 같이 달래 냉이 꽃다지 캐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