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한적한 어촌마을 이동 포구는 오월 무렵부터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다시마 채취기라 유월 말에 이르는 두 달 동안은 마을 전체가 북적거리며 성시를 이룬다고.
바다에서 건져온 생 다시마가 툭 꺾일 정도로까지 바스러지게 건조시키는 작업에 들어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보는 낯선 풍경이라 호기심이 준동해 신이 나서 이틀 내리 어촌마을을 찾았다.
바닷가에 면한 도로는 두 달간 차량 출입이 금지되며 모든 길은 다시마 건조장으로 전환되었다.
깨끗하게 씻긴 시멘트 바닥 위에 장판처럼 그물망이 쳐지고 거기다 다시마를 널어 태양으로 자연건조한다.
마을 공터에는 파쇄석을 고르게 깔고 그물망을 쳐서 다시마를 말리므로 이즈음 온 마을 바닥마다 까맣게 변해서 이색 지다.
다시마는 일차로 노지에서 반나절 해풍과 태양볕으로 자연건조 시키고, 열풍 건조기를 이용해 2차 건조한다고 한다.
올해는 일조량이 풍부해 다시마 말리기에 최적의 조건, 날씨가 좋으면 하루 두 차례 채취해 두 번 다 완전 건조가 가능하다고.
오후 다섯 시 다시마를 죽 펴 널어 밤새 해풍으로 물기 말린 뒤, 이튿날 한나절 햇빛만으로 자연건조된 걸 열풍건조기에 넣어 마무리 짓게 된다.
만일 비를 맞힐 경우 다시마 품질이 눈에 띄게 안 좋아 상품가치가 떨어지므로 비가 온다면 한밤중이라도 거둬들여야 한다고.
그래서 일하는 팀을 짤 때 야간조와 주간조를 둔다.
모내기철이나 추수기 한창 바쁜 농촌에 농번기가 있듯, 이곳 어촌 역시 최고로 바쁜 철을 맞았다.
다시마 포자 작업과 채취 시 마을 주민만으로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해 쩔쩔매게 되는 수확철, 곧 어번기를 맞은 것이다.
도시화 현상으로 젊은이들은 거의 대처로 나간 데다 고령화 시대라 노인네뿐인 마을이니 일손이 딸리는 건 당연지사.
따라서 고질적인 일손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가 대거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마 포자 작업, 채취 작업, 건조 작업 등 손 많이 가는 단순노동에 투여돼 바다일과 육지일을 병행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뭍에서 다시마를 똑 고르게 펴 너는 일은 인근 아녀자들이 하며 바다 양식장에 나가 다시마를 거둬 선창에다 내리고 건조장에 부리는 힘든 일은 남정네들이 맡는다.
하긴 다시마를 너는 일도 만만치 않은 것이 계속 땅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해야 하므로 오금이 저리고 허리 아프다고들 하소연.
돈 버는 모퉁이가 죽을 모퉁이라는 말대로, 사기나 치는 협잡꾼 짓 하며 산다면 모를까 돈을 땀 흘리지 않고 손쉽게 벌 순 없다.
이동마을 서른 집 중 스물여덟 가구가 다시마 양식업에 종사하며 두 집만 낚싯배를 부린다는데 어촌이라도 살림이 넉넉한 듯 주택들이 꽤 고급.
아한대 연안 청정해역에서만 가능한 양식어업도 쉬운 건 아니라서, 업주 역시 성실한 노력을 하는 데다 무엇보다 하늘이 도와줘야 한 해 농사 풍작을 거둔다고.
다시마 포자를 밧줄에 심어 10월 초순경 바다에 띄우면서 다시마 농사는 시작된다,
수온이 영하 10도 이하를 유지해야 포자가 번식해 튼실한 다시마로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나 수온이 올라가면 다시마 잎이 흐물거려진다고.
거기다 겨울 태풍이라도 거칠게 몰려오면 양식장을 단번에 초토화시켜 버린다니, 사람이 하는 業 무엇 하나 녹록하지가 않다.
다음 해 봄이면 다시마 채취 작업을 시작해 어른 키보다 허우대 크고 두께 두껍고 널찍하다.
색감이 짙고 윤기 자르르한 다시마를 수확할 때까지 그들은 바다 향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지낼 터이다.
기장 미역과 다시마는 수라상에 올리는 진상품으로 알려져 있을 만큼 쫄깃하니 차진 독특한 맛을 자랑한다.
생으로 쌈 싸 먹거나 마른 다시마를 튀겨서 먹는 튀각과 샐러드 외에, 가장 많이 쓰이기는 육수용이다.
구수하며 깔끔한 감칠맛을 나게 해주는 천연조미료 역할을 하는 다시마다.
요즘 들어 몸속 중금속과 방사선 및 미세먼지를 흡착해 배출시키는데 탁월한 효능을 인정받아 다시마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식이 섬유질 등 다시마에 함유된 주요 성분 중 알긴산(Alginic acid)은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낮춰주는 효능이 있으며 아이오딘은 갑상선 질환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후코이단 성분은 건강식품 범위를 넘어 암세포를 궤멸시키며 혈전 용해작용도 한다는 학계 보고가 있다.
또한 마른미역이나 다시마 표면에 보이는 백색 분말은 마니톨이라는 당류의 일종이라 물로 씻어내지 말고 이용해도 된다고.
곶감의 시설과 거의 비슷하게 제 몸 안에서 피어난 하얀 꽃이니까.
새하얀 조팝꽃 배경으로 더욱 눈부시게 푸른 계절은 이렇듯 여기저기서 흰꽃 피워 올리는 시기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