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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26. 2024

게티 씨 덕분

게티센터

자타가 인정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LA 최고의 명소로 주저 없이 꼽는 게티 센터다.

LA에 살며 나를 가장 매혹시켰던 장소라면 당연히 캘리포니아 미션들과 게티센터 & 게티빌라일 터다.

오늘의 주인공은 게티 센터다.

흰 대리석 건물이 돋보이는 네 동의 전시실, 원형의 산책로가 있는 야외정원, 복원과 연구에 주력하는 교육실 등 부속건물을 갖춘 Getty Center는 엔젤리노임을 프라우드 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널리 알려진 대로 게티 보존처리 연구소(Getty Conservation Institute), 게티 미술사 정보 프로그램(Getty Art History Information Program), 미술 교육 센터(Getty Center for Education in the Arts), 미술사 및 인문 연구 센터(Getty Center for the History of Arts and Humanities), 식당과 강당이 언덕 위에 성채처럼 둘러서 있는 게티 센터다.

석유재벌인 장 폴 게티(J. Paul Getty:1892-1976)가 평생에 걸쳐 컬렉션 해놓은 방대한 양의 예술품은 물론 재산 전부를 사회에 환원, 그 자산을 기금으로 설립된 재단에 의해 운영되는 미술관이다.

LA카운티에서 가장 규모 큰 자선재단으로 예술품과 기록물의 보존, 복원에 앞장서고 있는 게티재단은 현재 자산이 100억 달러를 넘는다.

정작 자신은 구두쇠로 소문났던 그였지만 전재산을 아낌없이 모든 이에게 돌린 게티 씨 덕분으로 맘만 먹으면 언제라도 수준 높은 문화를 더불어 향유할 수 있게 된 우리다.

Getty Museum은 LA 안에 두 곳, Getty Center와 Getty Villa가 있는데 둘 다 입장료가 없으나 게티 빌라는 예약이 필수다.

LA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Brentwood 지역에 1997년 현대식 건물로 완공된 게티 센터.


또 하나는 Malibu 해변에 로마 대저택을 닮은 게티가(家) 사저를 뮤지엄으로 개조해 1974년 문을 연 게티 빌라로, 생전 게티의 미술품 소장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게티 씨 선물 덕분에 누리게 된 이 무상의 호사, 언제든 방문만 하면 눈도 마음도 한껏 사치를 부릴 수 있다. 감사로이 누리는 이 사치는 사치이되 죄 아닌 사치일 테고.     

십 년 전 딸을 만나러 LA에 왔을 때 처음 가보고 한눈에  반해버린 곳, 그 후 대여섯 차례 거듭 찾아도 물리지 않는 게티 센터다.

딴엔 꼭 보여주고 싶어 초등학생 손주를 대동하고 간 적이 있는데, 나만 신났지 사실 머스마가 미술관에 뭔 흥미를 갖겠는가.

고흐의 '아이리스'를 찾아서 인증사진 찍어오라는 미션을 준 고모 말은 아랑곳없이, 전시실에서도 아이폰만 들여다보는 아이.


에 너무도 화가 나서 무릎 꿇는 체벌을 줘 자칫 아동학대로 악명 떨친 장소이기도 하다.

언니 내외도 LA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곳이 게티 센터였다고 늘 말해왔기에, 친구와 동행해 온 언니들과 또다시 방문했다.

지난해 여름 둔황 특별전이 열렸을 때 왔으니 근 일 년 만에 게티 센터를 다시 찾은 셈이다.

미술관 건물 자체도, 전시실의 무수한 명작들도, 센트럴 가든의 꽃과 나무들도, 안뜰의 자연석 분수대도, 옥상의 탁 트인 전망도, 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덩굴도, 테라스카페의 아이스티까지도 좋다, 전부 다 근사하다. 여전히 멋지고 매력적인 이곳.

이번에는 햇살 강해지기 전, 먼저 야외 정원부터 보여주기로 하였다.

초대형 꽃다발 같은 진분홍 우아한 부켄베리아 조형물은 언제 봐도 아름답고, 초록빛 잔디는 똑 고르게 다듬어져 있다.

조경 잘된 정원엔 각종 화목이 어우러져 만발한 꽃들 향기로왔고 특히 장미의 계절이라서 색색의 장미화가 미태를 뽐냈다.

이미 게티 센터를 포스팅한 줄 알았는데 찾아봐도 없는 걸 보니, 이에 관한 블로깅을 하도 많이 봐버려 아마도 기시감이 작용했거나 착각을 했던 모양이다.

정작 너무 친근해도 소홀하기 십상인 데다 등잔밑이 어둡다 했던가.


의외로 게티 센터가 빠졌기에 이참에 단편적이나마 사진 몇 장 곁들여 얼마 전 다녀온 그곳 스케치를 해보기로 한다.


게티 센터에 도착해서 주차장에 차를 파킹시킨 다음 엘리베이터를 타면 곧장 트램 타는 장소에 이른다.

산허리로 빨려드는 모노레일에 올라 5분쯤만  지나면 그랜드 피아노를 연상시키는 Museum Entrance Hall 입구가 올려다 보인다. 


처음 왔을 때나 지금이나 시작부터 압도당하게 만드는 장려한 풍광이다.

1983년 Getty Trust에서는 산타모니카 산기슭에 750 에이커(약 13만 평)의 대지를 구입하였다고 한다.


건축가 Richard Meier가 설계를 맡아 1997년에 개관한 유백색 대리석의 아하고 모던한 게티 뮤지엄.

게티재단 이사진이 고심 끝에 선정한 건축가는 백색 건축을 고집하는 가로 유명하다고.


이에 더해 전체 기간만도 무려 14년이나 걸렸다니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성심 다한 작품을 탄생시킨 그.


대장정 끝에 웅자를 드러낸 게티 센터는 과연 볼수록 규모 대단하기도 하지만 조경까지 짜임새 빈틈이 없다.

LA 전경과 태평양이 한눈에 조망되는 브렌우드 언덕 꼭대기에 위풍당당 자리 잡은 새하얀 건물은 눈이 부실 정도다.


여기 사용된 대리석은 바티칸 베드로성당 돔에 쓰인 대리석과 같은 티볼리(Tivoli) 지역 채석장에서 왔다고 한다.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르면 한글판 안내책자까지 준비되어 있고 오디오가이드를 대여받을 수 있다.


원형 홀 안에는 편의시설과 기프트샵, 영상관이 알맞게 자리했다.

안내서를 읽으며 홀을 빠져나오면 나무그늘이 있는 쉼터가 기다리는데, 양켠으로 물길 맑게 흐르고 분수가 드높이 솟구치는 Museum Courtyard는 정갈하면서도 아늑하다.  

동서남북으로 나뉜 전시동에는 교체전시관(Exhibitions Pavilion)도 포함돼 있으며 건물들은 서로 구름다리를 통해 연결돼 있다.


건물 가장자리 코너에 이어지는 옥상정원 역시 색다른 정취를 안겨준다.

각 층별로 나뉘어 회화, 조각, 사진, 타피스트리, 실내장식품 등이 연도순으로 전시돼 있으므로 특별히 챙겨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전시된 곳을 찾아가 별도로 관람하면 편리하다.

맨 위층 회화실에는 자연 채광을 받도록 한 천장설계로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는데, 햇볕의 강도에 따라 전시실로 들어오는 광선의 광도를 컴퓨터가 자동 조절하게 되어 있다고 한다.

이번에 주로 시간을 할애한 전시실의 주제는 '이탈리아의 유혹' 편.


이탈리아 명소를 그린 드로잉화와 조각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별전을 스윽 스친 다음 위층으로 올라가 거기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됐다.


그리스, 로마, 중세의 비잔틴, 근세의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다수인 게티 센터라 20세기 이전의 유럽 작가 작품이 주종을 이뤘다.

따라서 서양미술사에 나오는 루벤스 렘브란트 밀레 세잔 루소 모네 르노와르 드가 고흐 고갱 등의 작품을 원 없이 만날 수 있다.

문외한이 들어도 이름을 아는 대가들 작품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데다 상시 무료관람. (특별전의 경우 별도 티켓을 구매함.)

야외 정원 처처에는 개인에게 기증받은 현대 조각 작품이 설치돼 있는데 어느 경우, 장난스럽거나 뜬금없어 보이는 것도 있다.

게티 센터의 또 하나 자랑인 센트럴 가든.


 설계자 Robert Irwin의 설명대로 "예술 차원으로 거듭난 정원의 형태를 빌려 탄생한 조형 작품"이라 했듯, 일반적 개념의 정원을 뛰어넘어 살아있는 작품이면서 규모는 거의 식물원 수준으로 잘 가꿔져 있다.

산 아래로 LA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멀리 태평양이 짙푸르게 펼쳐져 조망권과 경관 그 자체만으로도 예술인 게티 센터.

꼭 미술관 나들이만이 아니라도, 수시로 열리는 라이브 음악 공연을 즐기거나 전망 좋은 카페에서 차 한잔 또는 산책이나 휴식 취하며 평화로운 힐링타임을 가져봄직한 곳이 게티 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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