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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26. 2024

파란만장의 연곡사 수난기

남도 여정


파란만장 뜻은 물결 파 波 물결 란 瀾 일만 만 萬 길이 장 丈,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얘기다.

만 길 드높이 치는 파도에 부대끼자면 그 시련이 오죽하랴.

피아골 들머리에 위치한 연곡사(鷰谷寺)가 그러했다.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내동리, 지리산 깊숙이 들어앉은 사찰인데 세상 풍파에 왜 그리 시달렸을까.

대자대비 부처님 모신 도량이 풍경소리만큼 평화롭기는커녕 아비규환의 화탕지옥 수차 펼쳐졌으니.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됐으며 참선수행으로 깨달음 얻는 것을 중요시하는 선종 대찰이었다.

경전 중심의 이론체계를 우선시하는 교종도 아닌 견성성불(見性成佛)을 목표로 수행처였다.

속계를 떠나 오직 깨달은 자 되고자 참선하며 수행정진하는 승려들이 모인 연곡사이건만 번번 세파에 오지게 당하곤 했다.

한시절 고승대덕 줄줄이 배출되던 수행 도량이 북상하는 왜군들의 패악질로 임란 와중 불에 타버려 뒤에 복구하였다.

일제강점기 때는 항일의병의 근거지라는 이유로 일본군에 의해 전소당하자 훗날 다시 세웠다.

중건한 지 얼마 되지 않아 6·25 전쟁이 터지며 또 불탔고 그렇게 거듭거듭 중창 불사를 한 연곡사다.

약체였던 조선조, 힘이 약해 당할 수밖에 없었던 외부의 침탈에 의한 수난사라면 못난 조상 탓이라도 하련만.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지며 삼 년에 걸쳐 피아 간에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인명피해와 경제손실을 입고 말았다.

남북한 합쳐서 3백만 명 가까이가 사망 또는 실종됐으며 부모 잃고 졸지에 거지로 전락한 전쟁고아가 거리에 넘쳐났다.

쌍방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며 폭격과 방화의 대상이 되었던 산간 지역의 수많은 절과 암자의 피해 역시 엄청났다.

국보급 유물과 전통 문화재가 전쟁 중에 무차별 파괴, 소실되거나 아예 자취를 감춰버리며 실종 처리되었다.

그나마 석조품은 반 토막 나거나 귀퉁이 이지러진 채로라도 남아있지만 대부분의 목조건축물과 서화 고문서 등은 흔적 없이 불타버렸다.



특히 산악지역에 근거지를 둔 빨치산 은신처였던 지리산 자락 골골에 자리한 사찰이 전쟁 피해가 극심했다.

연곡사 역시 빨치산과 토벌대 간의 치열한 공방전 터였던 데다 지리산 전투가 길어지며 작전상 소각됐다.  

한국군에 의해서건 유엔군에 의해서건 인민군과 빨치산에 의해서건 전쟁이 발발함으로써 귀중한 문화유산이 잿더미 되고 말았다.

소설 태백산맥에서 지나치게 편향적으로 그려진 좌와 우, 국방군과 인민군.

그러나 북괴가 서울을 점령한 6월 28일 서울대 병원에 난입하여 부상병과 일반 환자 1천여 명을 살해해 불태운 사건뿐인가.


영광에서 민간인 5천여 명을 학살한 사건이나 산청에서 젊은이들만 골라 무차별 처단한 비극도 있었다.


대전형무소 학살사건으로 숨진 7천여 명 등 민간인 십수만 명을 잔악하게 죽이는 만행을 저지른 그들이다.

육이오 전쟁은 결과적으로 4천 년을 뿌리내려온 이 땅의 역사와 문화 자취 다수를 태워버렸고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킨 악마의 전쟁이다.

한민족 모두를 불행으로 몰아간 비극의 육이오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인민군의 잔학성이나 인민재판 같은 무자비한 학살을 목격하지 않았더라면?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극단적 반공주의자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며 서로 간의 적대감도 이처럼 깊어지진 않았을 것이다.   

3백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육이오를 누가 일으켰던가.


그 무리가 바로 악독한 전범이자 민족의 원흉이다.

        

         연곡사에 남겨진 석조 문화재들  

상층부 가릉빈가 조각 섬세하고 정교. 각 층에 사천왕상과 운룡(雲龍) 사자 및 여러 동물 형상을 새겼다.

국보 제53호 동승탑.  기단(基壇)·탑신(塔身)·옥개(屋蓋) 세 부분.  국보 제54호 북승탑

보물 제153호 동승탑비

보물 151호 삼층석탑. 네 귀퉁이 추켜올림이 우아하고 안정감이 느껴지는 탑으로 통일신라 후기 석탑

보물 제152호인 현각선사 탑비. 고려 전기 현각선사를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으로 육중한 받침돌과 머릿돌만 있고 탑신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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