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 day is Earth Day

지구의 날

by 무량화


리히터 규모 6.8의 지진을 겪은 적이 있다. 이민을 떠나 미국 시애틀에 도착해서 시차 극복도 하기 전이다. 대지가 진저리 치듯 부르르 떨리더니 수초 후 흔들림은 멎었다. 천만다행으로 지하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이라 강도에 비해 피해 규모는 작은 편이었다. 그럼에도 쪽마루가 파도치듯 울렁대면서 가구가 마구 흔들리고 괘종시계는 떨어져 박살이 났다. 종말론을 상기시킬 정도로 땅이 흔들리며 몸의 중심을 잡을 수없게 하던 괴변, 황당했다. 난생처음 당한 일이라 혼비백산 공포에 떨어야 했던 그 순간은 지금 떠올려도 어지럼증이 일고 멀미 나듯 속이 메스꺼워진다.



바로 그 시각, 시애틀의 한 호텔에서 빌 게이츠가 각국 기자단을 불러 놓고 새로 개발한 프로세스를 발표하던 참이라 급박한 위기 상황이 즉각 전 세계로 생중계되었기에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안다. 심하게 요동치는 샨데리아와 엉겁결에 책상 밑으로 숨어드는 취재진의 대피 현장 모습이 생생하게 전파를 탔다. 연이어 맨발로 뛰쳐나온 시민들의 겁에 질린 표정과 길고도 험하게 갈라진 도로, 무너져 내린 가옥이 줄곧 방송 화면을 채웠다. 이후 우리는 주저 없이 시애틀을 떠나 동부로 왔다.



지진 안전지대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다 한다. 자연재해가 비교적 적은 편인 뉴저지에 살면서도 경미한 지진을 경험한 적이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샌 안드레아 지진대를 아예 끼고 살았다. 첨단 문명시대, 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나 지진 예측만은 별 진전이 없는 편이다. Earthquake, 그러나 실체를 미리 파악하고 제대로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연재해다. 다만 대부분의 지진 피해국이 가난한 섬나라 아이티처럼 저개발국이거나 인구 밀집 지역인 중국 쓰찬성인 점이 피해를 키웠다. 지진이 잦은 일본의 경우, 대지진이 일어났던 현장이 한신 고속도로가 지나는 구간 혹은 후쿠시마 원전 같은 참사 요인이 큰 지역이라 대재앙으로 나타났다.



저지난해 12월 14일의 일이다. 재난 알람이 긴박하게 삐삑거렸다. 멀쩡한 대낮에 난데없는 재난경보라 깜짝 놀랐다. 행여 휴전선에서 무슨 사건이 발생했나? 혹시 전쟁이라도 터졌나 싶어 심장이 두근댔다. 국내와 국제정세 두루 뒤숭숭한 세상인지라 황급히 폰을 확인해 봤다. 놀랍게도 서귀포 서남쪽에서 지진이 났다고 했다. 진원지와 과히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는데 지진 난 줄도 전혀 몰랐다. 신선놀음에 빠져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딱 그 짝이었다. 동백 군락지에서 낙화 진 붉은 꽃잎 완상하며 별천지에서 노닐던 중이었으니까. 경보 알람 소리를 확인하고 난 직후부터 며느리를 필두로 아들 언니 조카 친구들의 전화가 바리바리 왔다.



동백꽃잎 낙화진 사진을 찍던 어느 순간이었을 텐데 전혀 감을 느끼지 못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골목길에서 마을 사람을 만나 어느 정도 진동을 감지했는지를 물어보니 창문이 잠깐 흔들리더라고 했다. 그 시각쯤이면 학교에서 퇴근한 시각이라 옆집에 사는 현주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옷 갈아입다가 빌딩이 휘청이는 바람에 그녀는 너무 놀라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헬레나 씨는 식당에서 저녁 먹고 있었는데 테이블이 흔들려 깜짝 놀랐다며 괜찮으냐고 물었다. 아마 집에 있었더라면 겁이 나 벌벌 떨며 굉장히 황망해했을 텐데 밖에 나와 있었던 게 천만다행이었다.



잇따라 강진이 발생하는 환태평양 조산대는 태평양 남서쪽 뉴질랜드에서 인도네시아, 필리핀, 일본, 캄차카반도, 알류샨 열도, 알래스카, 북미 서부와 남아메리카 해안지역을 잇는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를 가리킨다. 이곳이 세계 주요 지진대와 화산대 활동이 중첩된 지역인 환태평양조산대이다. 동시에 지각을 덮고 있는 여러 판들 중 가장 큰 판인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북아메리카판 등의 지각판이 맞물리는 경계 지역에 위치해 있다. 한순간 지층 뒤흔들어대면 주변국들은 쑥대밭이 되면서 큰 경을 치곤 한다. 지진 피해는 리히더 규모 5.0부터 발생하며 7.0 이상일 경우 피해가 심각해진다.



세계 화산의 75%가 이 지역에 몰려 있고 전 세계 지진의 90% 가까이가 불의 고리에서 발생했다. 지진 위험에 가장 취약한 도시로는 에콰도르의 키토, 필리핀 마닐라, 중미 엘살바도르의 산살바도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일본 도쿄·나고야·고베, 칠레 산티아고 등 '불의 고리'에 속한 아시아와 중남미 도시들이 대거 포함됐다. 그러나 역대 최고의 지진피해를 입은 곳은 1557년 중국 산시성으로 당시 83만 명이 희생당했다. 최근의 지진으로는 1976년 중국 탕산에서 일어난 규모 7.6의 지진으로, 핵폭탄 리틀보이의 400배 위력을 보였다고 한다. 그보다 더한 위세를 나타냈던 케이스는 1906년 샌프란시코를 강타한 8.25의 강진, 1923년 일본에서 일어난 8.2 규모와 1960년 칠레를 덮친 8.9의 강진도 있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2004년 연말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인근 해저에서 일어난 진도 9.0의 강진의 규모야말로 무지막지했다. 희생자가 엄청난 데다 부상자와 이재민이 부지기수였던 참사였다. 대지진이 해일을 몰고 오며 바다를 낀 마을들을 창졸간에 덮치기도 했다. 쓰나미라는 생경한 단어를 그때 첨 알았다. 남방국답게 매사 낙천적이기만 한 태국이고 인도네시아다. 주어진 삶에 자족하며 욕심 적게 살던 순박한 사람들이 한순간 파도에 쓸려 주검으로 변해 버렸다. 사상자 가족들은 땅바닥에 주저앉아 처절하게 오열했고 더러는 망연히 눈물만 흘렸다. 졸지에 집과 부모를 잃고 배고파 우는 어린 눈망울을 대하자 정녕 신은 존재하는가 하는 탄식마저 일었다. 자연재해 중 지진만큼 무서운 재앙도 없다. 이로 인한 참변을 보며 불가항력의 재난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무력하기만 한 인간의 한계를 거듭 절감했다.




그럼에도 지진은 미리 이해하고 대비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자연재해다. 지진에 대비하려면 지진을 더 잘 숙지하고, 지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심리무장부터 시작해야 할 터이다. 만일 지진이 현실로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지진이 발생하면 먼저 포복 자세로 몸을 낮춰 엎드려서(drop) 책상이나 테이블 등 머리를 가릴 수 있는 공간에 몸을 숨긴 뒤(cover)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기둥 등을 붙잡고 대기해야(hold on) 한다. 건축물이 붕괴될 시 몸을 태아처럼 구부리고 최대한 벽 쪽으로 밀착시킬 것을 권한다. 크게 흔들리는 시간은 길어야 1~2분 정도이므로 그 순간에는 테이블 같은 튼튼한 엄폐물 아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진으로 생기는 가장 직접적인 피해는 화재다. 사용 중인 가스레인지나 난로 등은 지진 발생 즉시 꺼야 한다. 대형 새시나 유리창문과는 거리를 두어야 하며 계단이나 엘리베이터 이용은 위험하다. 지진이 그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여진이 계속될 수 있으므로 위험이 따르니 한동안 사태를 관망해야 한다. 이미 약해진 건물은 약한 진동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근처 접근은 가급적 피한다.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지진이 오기 전에 천장이나 높은 곳에서 떨어질 수 있는 물건은 치우고, 머리맡에는 깨지기 쉽거나 무거운 물품 등 위험물은 사전에 정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지진이나 각종 재난에 대비해 각 가정에서는 사흘간 자급자족할 수 있는 물과 비상식품, 플래시와 성냥 초, 구급약품, 접이식 칼, 배터리 라디오 등을 갖춰둬야 한다. 또한 현금, 그중에도 특히 잔돈을 준비해야 하고 매일 복용하는 약과 비상연락처, 본인 아이디와 혈액형도 반드시 소지하도록 한다.



우리는 너나없이 미약하기 그지없는 존재. 한 치 앞을 모르고 산다. 잠시 후의 일도 모르는데 하물며 내일 무슨 일이 생길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아틀란티스가 그렇게 바닷속으로 영영 가라앉아 전설로 남을 줄 어느 누가 알았으며 폼페이가 무참히 화산재 아래 묻혀버릴 줄 어느 누가 알았던가. 옥빛 물결 남실대던 평화로운 푸켓 해변의 낭만이 그처럼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해 버릴 줄 그 누가 짐작이나 했을까. 결국, 만물 위에 군림하며 잘난 척 설쳐봐야 부처님 손바닥 안. 우주 공간에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미물임을 도리없이 수긍하게 된다. 해서 그들이 겪는 시련과 고통에 동병상련, 동참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구나 지구촌은 이제 한 울타리 속이다. 종교와 인종과 국적이 다를지라도 우리 모두는 형제요 이웃이므로.



미증유의 재난을 당한 그들은 단지 그 시간에 거기 존재하고 있었다는 이유 외에 달리 무슨 죄가 특별히 그리 많았으랴. 더구나 피해자의 절반가량이 힘없는 사람들 아닌가. 주린 이에게 먹을 것을 주고 목마른 이에게 마실 것을 주고 헐벗은 이에게 입을 것을 주고 병들었을 때 돌보아 주는 것, 이처럼 이웃의 가장 보잘것없는 이에게 베푼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라는 주님의 말씀이 마태복음 25장에 실려 있다. 슬픔은 나눌수록 작아진다 하였고 또한 자비를 베푸는 자 자비를 받는다 하였다. 기막힌 불행을 당해 여러모로 어려운 입장에 처한 그들을 염려하며 진정으로 걱정 나누는 마음과 극진한 기도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보다 절실한 것은 당장의 생존을 위한 요구에 부응해 주는 것,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다. 十施一飯, 빗방울이 모여 큰 내를 이룬다.




지진이나 화산폭발만이 가공스러운 자연재해인가.

근자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며 점점 기후 위기가 실제적으로 체감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작년도에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 폭이 기후 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을 넘어섰다고 했다. 기온상승은 극지의 빙산을 녹게 하면서 해수면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는데. 우리나라 역시 해수면 상승 위험 국가로 분류돼 있다. 인천, 김포, 부산, 군산, 목포 등 해안 인접 도시와 내륙 지방인 평택, 익산, 심지어 올림픽 대로까지 영향권에 든다고 하였다. 따라서 2050년까지 한국인 약 40만 명의 거주지가 밀물 때 바다에 잠기게 된다고. 이처럼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바, 지구의 온도는 매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폭염, 산불, 가뭄, 폭우와 같은 현상도 빈번히 발생하는 지구촌이다. 기승부리는 기상 이변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는 '기후플레이션',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일컫는 '기후난민'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이런 신조어가 자주 언급되면서 절로 기후 위기에 관심도가 높아지며 경각심도 갖게 되었다.




지구의 날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1969년 1월 28일 캘리포니아 산타 바바라에서 있었던 기름유출 사고가 계기였다. 미국 정유회사인 유니언 오일사가 원유 시추 작업을 하던 중 사고로 원유 10만 배럴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면서 수백 평방마일에 달하는 인근 바다를 오염시켰다.
같은 해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UNESCO 회의에 참석한 평화 운동가 존 맥코넬 (John McConnell)이 지구의 날을 제안했다. 처음 제안한 맥코넬이 작성한 선언문 초안을 유엔사무총장 우 탄트가 서명한 후 승인되었다.
그다음 해, 1970년 4월 22일 미국 상원의원 Gaylord Anton Nelson과 하버드 대학생 Denis Hayes의 주도로 2천만 명의 자연보호론자들과 함께 '지구의 날' 선언문을 발표하고 행사를 주최한 것에서 전 세계적으로 지구의 날이 확산됐다.
산업 발전과 성장에 따른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서 생태계의 중요성을 재인식, 자연과 인류가 조화를 이뤄 살아가야 한다는데 뜻이 모아져 2009년, 유엔총회에서 '세계 지구의 날'을 제정하였다.



2025년 지구의 날을 맞아 '지구를 생각하는 소비를 실천' 하자거나 '에너지 절약과 플라스틱을 넘어' 살자거나 '미세먼지 없는 지구에서 숨 쉬고' 싶다거나 등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그러나 구호만 남발하는 일회성 행사가 아닌, 각자 일상 속에서 실천이 따르는 행동이 우선되어야 할 터다. 지구가 건강해야 인류도 건강하다는 하나마나한 말 잔치보다는 작은 실천이 보다 더 필요하다. 산업화 초기의 ‘런던 스모그’ 사건은 잘 알려져 있다. 그 당 시보다 현재의 공기 질이 훨씬 나아졌다. 꾸준히 합리적인 개선책을 찾은 결과다. 현재 우리를 위협하는 기후변화, 미세먼지, 미세플라스틱 문제도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낼까? 그를 위해서는 우리 모두 각각 매일매일을 지구의 생일인 ‘지구의 날’로 여기고 각자의 위치에서 가능한 환경보호 실천을 일상화해야 될 터. Every day is Earth Day. 지구 온난화와 청정에너지 추진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은 지속적인 생활화로 연결되어야 함에도 과소비에 길들은 세태라서 인지 뭐든 흥청망청. 마구 버리는 쓰레기며 함부로 쏟아내는 하수에 이르러선 과연 후손들이 살 지구환경을 고려하고나 있는지 의문스럽다. 낭비가 미덕인 세상, 언젠가 그에 대한 정산서가 고스란히 되돌려질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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