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대교 바라보며 포항물회를

by 무량화


​봄날 오후녘이었어요.

온천천에서 수영강을 거쳐 세 시간쯤 걸어 바다에 이르렀어요.


해가 지기 전부터 장산 옆에 떠있던 하얀 보름달이 따라오더라구요.


마침 보름 무렵, 원만무애한 둥근달을 보너스로 즐기며 센텀시티 지났지요.


건너편 마린시티 첨단 건물 창에서 형형한 불빛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어둠이 짙어질수록 영롱한 빛의 향연을 펼치는 도시, 홍콩 야경보다 더 찬연하더군요.


거기서 요트장이 있던 마린시티 쪽으로 갈까, 잠시 망설이다가 방향을 서쪽으로 틀었어요.


오래전에 가본 적 있는 옥련선원이 자리한 백산 자락 둥그스름한 언덕 넘으면 민락 회센터와 수변공원이 나오는데요.


귓가에 철썩철썩 해변 부딪는 파도 소리 높아지면 바로 목전에 광안대교가 보이지요.



눈부시게 휘황한 상가 불빛이 거느린 혼잡스런 소요와 번잡조차 '사람 사는 느낌이란 이런 거야'라 여겨지더군요.


수변공원에는 생동감 넘치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진을 치고 회와 반주를 들면서 기분 좋게 어울리고 있었어요.


예전처럼 술 먹고 호기 부리며 고성방가 떠들어대 분위기 흐리는 사람은 전혀 없었고요.


거기 끼어드는 대신 깨끗한 물회집이 보이기에 주저 없이 오 층으로 올라갔어요.


한정식을 좋아하는 식성임에도 물회를 먹기로 결정한 것은 요새 입맛 잡치게 하는 중국산 김치 피하기 위함인데요.


정말이지 그 뉴스 사진 보고서야 어찌 헐한 식당에서 내놓는 김치 집어먹겠던가요.


동북공정으로 역사 유린하려 꼼수 부리는 왕서방은 한술 더 떠 김치공정에도 슬슬 나설 태세라 경계해야 되겠는데요.


그들이 파오차이라 부른다는 김치는 우리 음식 중 오이지나 무짠지 정도이련만 고춧가루 넣고 버무렸다고 다 김치 되나요.


하긴 가짜 달걀을 만들어 팔고 썩은 마늘 도려내서 파는 그들 상술 탓하기 이전 수요가 있으니 공급 늘어나는 것.


싼값에 혹해 마구 수입해 들이는 사람에, 싸니까 쓰는 식품업체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자동 근절은 요원하겠지요.


우리 식탁에만 올리지 않으면 된다란 안이한 생각, 허나 식당이며 급식시설에서 이런 김치 내놓는다면 우리 애들 먹네요.


찬의 중심이 김치가 아니어도 되는 식당이자 횟집 동네에 왔으니 그래서 물회 식당을 선택한 겁니다.



수변공원 공용주차장 앞에 있는 포항물회 식당은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최고의 전망터였지요.


거리의 가로등은 물론 민락 어촌계 수산업협동조합 건물이 납작 엎드린 채로 내려다보였으니 시선 들면 바로 광안대교.


수시로 다양한 색채 선보이며 화려하게 명멸하는 조명 덕에 우아한 현수교의 윤곽이 더 돋보였어요.


다이아몬드 브리지라는 딴 이름처럼 다이아몬드로 꾸민 왕관이듯 품격 있는 광안대교 바라보며 저녁 맛있게 먹었는데요.


물회 중에도 좀 가격대가 높은 도다리 물회를 시켰어요.


식감 꼬들거리는 탄력감이 싱싱한 생선임을 증명하는 데다 회가 아주 넉넉하게 들어있더군요.


매콤달콤 시원하면서 시각적으로도 맛깔스러이 장식된 물회 한 대접 아니 한 양푼, 거의 얼굴만 한 크기였으니까요


오미자로 맛을 낸 육수라 오묘한 미감에 살얼음 고루 버무려 훌훌 떠먹다 보니 그만으로도 배가 부르데요.


결국 손도 안 댄 가자미조림은 포장해 달라 해서 갖고 와 이튿날 한 끼 반찬했지요.


맛집 검색 같은 거 없이 우연히 택한 곳인데 조망권 기막히게 좋고 물회 맛까지 최고, 완전 로또 당첨인 저녁식사였네요.


술기운이 아니라도 거나해져서 도연한 기분 되어 어흠~잘 먹었다 뇌어가며 돌아오는 길.


청남빛 맑은 밤하늘, 은쟁반 같은 보름달은 구름 헤쳐가며 어느새 창천 높이 떠서 흘러가더군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