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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Apr 28. 2024

반란



한 왕조의 쇠퇴기에 반란은 일어난다.

요동 정벌에 나섰던 이성계는 고려 왕조에 항명, 위화도에서 회군하여 무능한 왕실을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다.

명분이야 어떠하든 반역하여 난리를 일으켰으니 반란은 반란이다.

학정으로 백성이 도탄에 빠지거나 부패한 정권일 때 혁명은 터진다.

체제를 새롭게 바꾸는 혁신일지라도 반란은 반란이다.



기존 질서에 대한 반항이자 기존 제도에 대한 거부인 반란.

반란은 몸에서도 발생한다.

알러지로 여러 날 째 두드러기가 심하다.

쇠퇴기의 왕조인지 도탄에 빠진 나라인지 잦은 반란에 전전긍긍 중이다.

숨 쉬는 풍토가 다르니 체질이 바뀌었는가.

간편식에 산성식품 섭취가 많아져서인가.

아니면 나이 탓인가. 하긴 노화란 적응력 감퇴 현상이니,



나이 들면서 전에 없던 증세들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그만큼 몸이 부실해졌다는 반증이리라.

공격인자에 방어 인자가 맥을 못 추게 되는 것은 인체의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라고 한다.

계속되는 스트레스나 과도한 마음고생은
몸의 저항력을 현저하게 약화시키는 요소임에 틀림없다.



면밀한 의사 진단이 아닌 돌팔이의 추측성 자가 진단이긴 하나 전후 상황으로 미루어 심인성인 것만은 분명하다.

역시 정신보다 몸은 한 수 아래, 물질은 그만큼 허망한 것이다.

정신적으로는 참아내는데 몸은 끝까지 견뎌내지를 못한다.

어느 한계점을 넘어서면 몸 안팎에서 곧장 거부반응을 보인다.

하여 전과는 달리 걸핏하면 급체에 두드러기도 예사롭다.



알러지 요인은 여러 가지다.

음식, 약품, 온도 변화, 꽃가루나 동물의 털 따위에 특별히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이 알러지 현상.

물론 극심한 스트레스로도 온다.

사노라면 스트레스와 맞닥뜨리기 예사,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일도 이즈음 들어 유별나게 티를 내고 마는 나.

미국에는 의외로 알러지 증세가 많아 그에 관한 약들이 다양하게 유통되고 있다. 감기만큼이나 알러지가 흔하다는 얘기다.

재채기에 콧물, 눈은 충혈되고 피부의 가려움증까지 증세도 가지가지인 알러지.



지금도 음식이나 기후 등에는 별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나 심하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예외 없이 두드러기가 기승을 부린다.

화를 그렇게라도 발산시켜야겠다는 듯이 시위하듯 벌겋게 툭툭 불거지며 온몸에 열꽃을 피워대는 것이다.

나이 들어도 예각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송곳 같은 성깔 탓에 걸핏하면 두드러기가 솟아 참을 수 없는 가려움증에 시달리곤 한다.



며칠 전에도 그랬다.

음식 솜씨가 좋아 최장금이라 불리는 친구가 있다.

열무김치가 맛들었다며 저녁 같이 먹자는 기별이 왔다.

가는 도중 사소한 문제로 남편과 마찰이 생겼다.

손바닥도 맞부딪혀야 소리가 나는 법,

한쪽에서 무조건 지고 들어가면 되련만 나 또한 부당하게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동갑내기 氣 싸움도 젊어 말이지 칠십 향해 곧장 달려가면서 티격태격 한심스런 작태를 계속하는 우리.



시시비비 따지다 보면 필경 분위기 고약해지기 마련.

운전대 잡은 사람 더 이상 자극하면 휑하니 돌아서버릴 테니 약속 모임에 가려면 싫어도 입을 다물어야 했다.

꼿꼿이 들고 일어서는 자의식의 반란을 누르고 가타부타 말없이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속은 부글부글 화가 끓었다.



매사 자기 본위에다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라고는 겨자 씨톨만큼도 없는 위인.

아니 웬수. 밴댕이 소갈머리… 속으로 구시렁거리며 분기를 삭히자니 천불이 일었다.

겨우겨우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두드러기는 솟기 시작했다.

열무김치에 정갈스러운 나물, 현미밥을 먹었으니 탈 일으킬 음식이란 없다.

맛깔나게 무친 청포묵에 알러지가 생길 리도 만무.

결국 얕은 소가지가 감내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조기 유학을 온 열 살짜리 실비아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극성을 부려 팔과 목 언저리가 짓무르다시피 했었다.

부모가 며느릿감이 마뜩지 않다고 결혼을 반대하고 나서자 원형 탈모증이 온 젊은이도 있었다.

부부간의 불화로 갑상선 항진증에 걸린 친구, 이혼을 한 어느 친구는 대상포진으로 오래 고통을 겪었다.

금발 아름답던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 행을 앞두고 하룻밤 새에 백발이 되었다던가.



스트레스를 이길 장사는 없다.

만병의 근원이기도 한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체는 즉각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을 분비시켜
스트레스에 대적할 힘을 실어준다.

당장은 좋은듯하나 반대급부로 그 호르몬은 면역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스트레스 없는 세상을 살 수는 없는 일이니
그래서 마음 다스리는 공부는 필요한 것.

종교마다 가르치는 겸손이며 下心은 자기를 버리고 비우고 낮추라는 뜻이리라.



따지고 보면 내 성질에 못 이겨 생기는 두드러기 정도는 어쩌면 약과다,

그보다도 오히려 다행이다.

겉으로 드러난 반란이기 망정이지 만약 속에서 그 반란 수용하려면 더 큰 탈로 번질 것이 아닌가.

때가 되면 반란군은 평정되거나 퇴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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