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엔 천년 숲 비자림에 갈 일이다.
거길 가면 맨발로 찹찹한 흙길 걸어볼 일이다.
알알이 송이마다 발바닥 지압해 주는 흙길 맨발 되어 걸어볼 일이다.
혼자라면 팔 휘휘 내두르면서, 아니 그보다는 고즈넉 묵상에 들어 손이야 뒷짐 쥐거나 팔짱을 끼고서.
연인끼리라면 손 맞잡고 체온과 맥박 공유하면서.
벗들과 동행한다면 도란도란 정담 나누면서.
노거수 아름찬 천년숲을 온전신으로 마중할 일이다.
충청도에서 친구 둘이 3박 4일 여행을 왔다.
일단 공항에서 거처로 와 캐리어를 두고 가까운 천지연으로 세연교로 늦도록 산책 삼아 거닐다 만찬 거하게 들고 돌아왔다.
거처에서 밤늦도록 수다를 떨다가 이튿날 일찌감치 동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는개 온종일 습습한 터라 사려니숲과 비자림에 들렀다가 친구 딸내미가 추천한 송당 동화마을을 찾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더라고 하필 날씨 궂어 비나 안개 깊이 내리는 날이라면 제주에서 안성맞춤인 여행지들이 대충 이런 곳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비자림부터 찾았다.
비옷을 입었기에 옷소매 걷어붙이고 모공 활짝 열어 피부 통해서도 푸른 기운 흠뻑 받아들일 순 없었으나, 허파꽈리 한껏 부풀려 심호흡하면서 두팔 휘저어가며 걸었다.
숲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선한 피톤치드와 테르펜이 심신 건강을 도와주는 숲.
신선한 감촉에 오감이 깨어나는 비자림이다.
그랬다.
비자나무 가지 끝마다 연두색 부드러운 새순 돋아났으니 누구라도 한번쯤은 연한 침엽수 쓰다듬으며 푸른 향 음미해 봐도 좋으리라.
안개비 자욱 내리는 날, 그보다 빗줄기 난타하는 날이면 더더욱 숲향기 그윽해지는 비자림.
하늘 청명하게 푸르르면 한결 운치로운 숲.
오월엔 비자림에 꼭 가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