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록담에 구름 띠 하얗게 감도는 아침은 청명했다.
정오쯤 이르자 안개비 내려 한라산 자취는 가뭇없어졌다.
안개 습습히 스민 이런 날은 비자림을 걸어보려 했으나 시간이 늦어 가까운 추억의 숲으로 향했다.
햇빛 짱짱해도 숲 깊어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길.
조붓한 자갈길도 있으며 무난한 야자 매트길 데크길도 나선다.
이 숲길은 치유의 숲과 이어져 있으며 한라산 둘레길과도 겹친다.
지난겨울 폭설 내리던 날 노루처럼 눈 속을 뛰어다녔던 숲길.
지금은 먼 숲 어딘가에서 뻐꾸기 소리 들려온다.
눅눅히 떠다니는 공기에 맑고 싱푸른 나무향 실려있다.
뭇 산새 소리 청량히 퍼지고 두터운 상록수 묵은 잎 낙엽 진 위로 안개 입자 빗물 되어 툭툭 떨어진다.
길섶에 찔레꽃 덤불 졌고 산딸기 불그스럼 익아간다.
숲 우거져 어둑신하나 휘휘하지는 않다.
곶자왈처럼 침침한 길도 호젓하게 거닐 수 있음은 오가는 산책객 끊길 듯 이어져서이다.
길이 훤해지면서 어느새 치유의 숲으로 들어섰다.
치유의 숲에는 꽤 여러 사람들이 숲길 거닌다.
무장애길 벤치에서 쉬는 가족, 유모차 앞세운 젊은이 몇 팀 지나간다.
아직 걸음마 서툰 아기들은 호기심 천국이라 뒤뚱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와 뭐라 뭐라 재잘거린다.
말이 채 터지지 않아 오물거리는 입이 마치 애기새 연한 부리 같다.
조그만 손 만져주고 싶지만 세월이 세월인지라 내가 먼저 바이~ 손을 흔든다.
두어 시간 숲을 소요하다가 재킷 눅진해지기에 그만 일어나기로 한다.
폐부는 청신한 피톤치드로 소쇄시키고 숲의 푸른 기운 전이받아 생기 찬 심신 되어 하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