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의사의 노블레스 오블리주-1-

by 무량화


<칼레의 시민>이란 로댕의 유명한 조각품이 있다.

백년전쟁 당시 프랑스 칼레시의 시민들은 영국 왕에 끝까지 저항한다.

결국은 프랑스가 항복하게 되고 영국 왕은 칼레의 시민 여섯 명을 처형하라 명한다.

이때 처형자가 되겠노라 제일 먼저 자원한 이는 칼레시의 대부호였고 두 번째는 시장이었다.

노블레스(귀족) 오블리주(의무)란 고결한 표현이 태어난 배경이다.

자신에게 따르는 명예에 합당한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인 노블레스 오블리주.

부와 명성을 누리는 이들에게는 사회적 위치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가 요구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발적 판단에 의거해서다.


부산시 유형문화재 제74호인 비단 자수 책거리 8폭 병풍

1737년 프랑스 지리학자가 제작한 독도가 표기된 조선왕국 전도


부산대학교 박물관 특별전에서 행운처럼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아름다운 사례를 만났다.

기증유물 특별 전시 행사인 <어머니를 그리는 마음, 전심(傳心)>이 열린 덕택이었다.

전시실에 들어서자 마치 미담 뉴스를 접한 것처럼 마음이 따스해졌다.

기증자이신 부산대학교 의과대학 김동수 명예교수님의 진솔한 고백과 가족사진도 퍽 인상적이었다.

전쟁통에 월남한 김 교수는 병약한 자신을 품어주고 의사로 키워준 고마운 부산에 소장품 전수를 기증키로 했다.

부부가 평생 동안 수집한 우리 문화재 4,037점을 부산 시민들과 아낌없이 공유하고자 한 그 나눔의 정신.

전시품들을 둘러보면 볼수록 가볍지 않은 세월의 무게와 깊이가 느껴져 숙연해질 정도였다.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타인이 그러할진대 오랫동안 모아서 애지중지 쓰다듬던 소장품들이다.

하나하나 유물을 모으며 쏟아부은 공력이 대단했을 텐데 깊은 애착을 놓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저간의 여러 정황이 능히 헤아려지기에 정말이지 큰 일을 하셨다는 게 거듭거듭 느껴졌다.

원래부터 수많은 의료봉사와 기부를 통해 자선활동을 해오신 분으로 알려져 있듯 경제력만으로 행할 수 있는 게 아니잖는가.

이는 어려서부터 젖어든 기독교 가풍의 영향에 따른, 널리 나누는 사랑의 윤리가 근간을 이뤘기에 가능했으리라 짐작된다.



전통 국악기 생황/거문고와 가야금/운라


동양의학에 사용되는 약재를 재는 저울과 침통 및 약을 가는 도구 등 한의 필수품들


사랑채의 문방사우 / 불연(가마의 일종) / 나전칠기 이층장

벼루 / 연적

탕건/ 호패/서예 도구


나전칠기장과 화각장


청동제 기름등잔


진기한 문자 조합형 자물쇠와 백동 거북 자물쇠


목조각 떡살과 자기 떡살


값으로 따지기 어려운 문화재급도 있겠고 아기자기한 조각보며 어여쁜 화관족두리도 자개장도 솔직히 눈에 삼삼할 터.

그 어느 한 가지인들 애집 단숨에 떨쳐내기 어려우련만 전부를 아낌없이 기증한 두 분이 그저 존경스럽기만 하다.

세 따님도 놀라운 것이, 아름다운 예술품에 욕심 두지 않고 부모님 뜻에 기꺼이 동조했으니 그 또한 예사롭지가 않다.

지나가는 관람객조차 탐심이 생기는데 오래 곁에 두고 매만지며 쌓인 두터운 정 거두어들이기 매우 어려웠을 게다.

재벌가에서 수조 원대 예술품을 공익 재단에 기부하는 이면에는 여러 방정식이 작용한다며 순수성을 의심받기도 한다.

크건 작건 액수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아끼던 '자기 것'을 아무 계산 없이 사회에 내놓았다는 건 칭송받아 마땅하다.

우리나라처럼 기부문화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 않은 경우, 이번 전시회는 훌륭한 귀감이 될 터라 더더욱 높이 평가될 일이다.

아흔이 넘으신 노 교수님의 평강을 기원하며.


문무백관이 착용하던 관모인 금관/사모관대/관복

문관의 금관조복과 패옥/금관조복 후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