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리맨 가족을 위한 변호

2014

by 무량화


심리치료가 필요한 장애로, 치료가 꼭 따라야 하는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남자 얘기다.

公然淫亂罪(공연 음란죄)는 공공연하게 음란한 행위를 하는 죄를 이른다.

성적 흥분 또는 성적 만족을 위하여 불특정인을 상대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를 하여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수치감, 혐오감을 주는 행동을 하였을 때 성립되는 죄다.

성도착증인 일명 바바리맨은 노출증을 자제 못하는 정신질환자이다.

이러한 변태 곧 변태성욕은 성도착증에 포함되며 페티시즘, 관음증 등도 같은 범주에 속한단다.

바바리맨의 심리는 상대방(약자 & 여성)의 놀람에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누군가 그 순간을 목격하고 놀라 비명을 지르는 것에서 성적 욕구를 채운다는 것.

국민적 망신살이 뻗쳤다며 연일 매스컴은 그것도 알 권리라고 옐로페이지 같은 기사를 쏟아들 낸다.

그런 기사로 도배질을 하는 각 기자들은 어둠의 그늘에 묻힌 술집에서, 홍등가에서 어떤 행동들을 하였던가.

인간은 이성을 가진 고등동물로 존재할 때만이 인간이다.

하등 한 아메바처럼 단세포적일 때도 있으며 끔찍한 야수일 적도 있는 게 인간이다.

더러는 짐승 중에서도 동네 한길에서조차 흘레붙는 개, 그 개만도 못한 인간이란 말이 생겨나게도 한다.

어린아이가 성추행을 당했다거나 거리를 쏘다니며 히죽거리는 미친 여자가 임신한 것을 볼 때 절로 장탄식이 터진다.




심야 시간대, 제주의 왕복 7차선 대로변인 데다 여자 고등학교 근처라 더 충격적인 사건이다.

보통은 한적한 여학교 담 인근에서나 으슥한 골목길을 배회하다 마땅한 대상을 만나면 노출증을 드러낸다는데.

그는 지검장, 만 51세, 가족을 육지에 두고 제주 관사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제주도 전체를 관할하는 광주고등검찰청 소속의 제주지검 검사장인 그다.


맘만 먹으면 어느 곳을 가더라도 성욕을 채우는 모종의 접대를 받을 수 있으나 법조계를 대표하는 사회적 직분과 위치에다 체면이 있다 보니 그도 여의치 않았을 터다.

그의 얼굴에 드러나는 소심증이 또한 발목을 잡고 양심이 작동도 한다, 증세가 도지지 않아 정신 멀쩡할 때는....

배출구가 막혀있을 때 수도관은 엉뚱한 데서 누수 현상을 일으키고 만다.

넥타이를 단정히 졸라매거나 제복을 입은 소위 점잖은 척 위엄을 떠는 사회 지도층 인사,


덕망 있는 교수, 근엄한 종교인조차 결코 이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예외인 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따르기 마련, 불야성을 이룬 밤거리의 유흥가를 보면 뻔하다.

누구라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될 수 있으며 따라서 인간의 이중성을 솔직히 인정하게 되는 장삼이사들이 쌔고 쌨다.

그나마 뒤늦은 대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자괴감에 고개 떨구며 치료받겠노라 하는 그에게 인간적 연민마저 느낀다.

나는 지극히 도덕적이야, 깨끗해, 건전해, 정상이며 멀쩡하다고 하늘 우러러 떳떳하노라 자신할 남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갓 삼십 무렵.

남편 친구 중에 유독 피부가 하얗고 선이 예리한 검사가 있었다.

새파라니 젊은 시절 우리는 시어른이 장만해 준 커다란 주택에서 살았다.

다른 동창들은 아직 미혼이거나 신혼인 경우라도 대개가 셋방살이를 면하지 못했던 당시.

우리 집이 도심과 가까운 데다 너르다 보니 남편 동창(술친구)들이 떼 지어 스스럼없이 모이곤 하는 편한 장소였다.

통금 직전까지 술집을 전전하다가 그래도 아쉬움이 남으면 우리 집으로 몰려들 와 밤샘 술판을 벌였다.

그때 티브이와 VCR이 있는 안방을 그들에게 내주고 나는 아이들을 깨워서 옆방으로 피해 가야 했다.

술이 바닥날 즈음이면 불빛을 낮추고 한창때의 남자들끼리 낄낄대던 이유를 나중에야 알았다.


속물이 따로 없었다.

대구에서는 명문인 부중 출신의 나름 잘난 남자들의 세계, 남자들의 문화는 고작 그 수준이었다.

70년대 말은 지금처럼 노골적인 음란물이 마구 유통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검사 친구는 밀반입된 그런 비디오테이프를 수사 과정에서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밀수나 성폭력사건들을 최고 위치에서 선두 지휘하는 그의 업무상 거의 날마다 음란물을 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훗날 그 친구는 승승장구했으나 성악가 아내와 이혼하는 등 가정생활만은 순탄하지 못했다.

요즘은 장성한 아들의 결혼 문제로 골치를 썩으며 산다는 소식을 들었다.

산다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위차나 어렵지 않은 자리, 녹록한 일이 세상 어디 있을까마는.




제주 사건의 당사자인 검사장 역시 변태성욕이라는 정신과적 병 이전에 여러 복합적 문제가 누적된 결과물이 아닐는지.

한 인간의 유무죄를 최종 결정해야 하는 막중한 업무 스트레스를 정상적으로 풀어내지 못하자 일탈을 하게 된 건지도.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이런 경향을 보이는 사례가 그간도 종종 있었다.

전에 청와대 대변인 윤창중 사건 때 미주 블로그에서 그 가족을 변호하다가 단박 우익꼴통으로 매도를 당하기도 했듯이.

"극도의 수치심으로 죽고 싶은 심정이다."

사회적 신분이 있고 가족이 있는 그로선 한마디로 죽고 싶도록 참담한 일일 것이다.

본정신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하다가 들켜 온 천하에 까발려졌으니 차라리 죽느니만 못할 처지가 된 셈.

당시 그 무엇보다 안타까웠던 점은, 밤낮없이 진을 친 취재기자들 무서워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던 그의 아내가 치른 곤욕이다.


중학교 교사인 아내는 그 사건 이후 심한 마음고생으로 목소리가 안 나와 병가를 내고 칩거했다고 한다.

수척해진 그녀가 병원에 다녀오려고 아파트를 나왔다가 몰려드는 기자를 감당 못해 땅바닥에 주저앉아 오열을 하던 영상은 너무도 안쓰러웠다.

아무 죄 없는 아내와 가족들을 그렇게 만든 장본인인들 얼마나 자신이 참담했겠는가.

지검장 역시 잘못을 인정하고 병을 고치겠다고 하는 이상, 인간적으로 가엷이 여겨 이쯤에서 그를 덮어주었으면 싶다.

쑥덕대며 킬킬거리거나 미친 넘~이라고 쉽게 비아냥거리며 매도하는 대신 더 이상 거론하지 않는 것이 옳을 것 같다.

누구든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자 그에게 돌을 던져라. 하였듯 특히 무엇보다 그 가족의 심경을 헤아린다면 더는 그를 값싼 술안주감으로 씹어대는 건 그만해야.

하나의 병이거늘 따지고 보면 측은하지 않은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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