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금은화와 사계해안 미역밭

by 무량화


산방산에서 사계해안 쪽 용머리 지질트레일을 걷는데 자꾸 코가 벌름거려졌다.

길섶에 지천인 인동초 덩굴에 희고 노란 꽃이 함빡 피어있어서였다.

미풍에 섞여 휘감기는 달큰한 향기는 금은화 향이었다.


들길 걷다 코끝에 감미로이 스며드는 향이 있다면 그건 금은화 꽃향기다.

콧노래라도 흥얼거리게 만들 만큼 달큼하게 퍼지는 기분 좋은 향기는 바로 금은화가 건네는 선물.

흔히들 인동초라 하는 덩굴식물의 꽃이 금은화다.

삼동을 참고 견디기는커녕 겨울엔 존재감조차 없이 잎 떨군 채 무언가에 넝쿨 의지하고서야 사는 식물임에도.

인동초 보다 금은화가 맞는 것이 꽃 색이 하얗다가 질 무렵 노랗게 변하므로 금은화가 딱 맞다.

그 인동초 꽃이 바로 금은화다.

처음엔 꽃이 하얀색으로 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미색으로 금색으로 변해가는 금은화.

어릴 때 그 꽃을 쏙 뽑아 꽃자루 끝을 빨면 꿀물이 흘러들어 그 맛에 홀려 들었던 꽃이다.


서귀포의 오월은 어디 가나 꽃향기 그윽하게 스며든다.


들녘은 들녘대로 금은화며 찔레꽃 향기 흥건하고, 산길은 산길대로 종낭꽃 활짝 피었는가 하면 송화향 날리고, 농원길은 또 농원길대로 돌담 안이나 하우스에서 귤꽃향 진동하므로.


요새 오월꽃 한창 제철이라 서귀포에 살면 누구나 전자동으로 향 테라피를 받게 된다.


오감으로 스며드는 꽃향기에 향수가 따로 필요치 않을 정도다.



다시 이어지는 지질트레일.


사계해변에 깔린 바위는 퍽 특이하다.

흘러내리던 용암이 바닷물에 식어들며 숱한 기공을 품게 되는, 여타 화산석과는 형태도 색깔도 영 다르다.

풍화작용으로 이뤄진 미 서부 어느 지형인 듯 모래가 굳은 것처럼 보이는 암반에는 비정형의 둥근 홈이 무수히 파였다.

사람이 들어가 앉으면 상체만 드러날 정도로 크고 깊은 마린포트홀이란 이색진 이름의 구덩이들.

오늘따라 물이 아주 많이 빠져 형제섬도 움쭉 솟아올랐고 해안의 바위란 바위 죄다 드러났다.

음력 보름 때쯤 방문하면 간조시간이 가장 길어 이처럼 최적화된 포토타임을 누릴 수 있다.

입소문이 나며 핫해진 지역답게 군락 이룬 바위 언저리에 끊일새 없이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

멀찌감치 떨어진 따끈한 바윗전에 앉아 물범처럼 일광욕하면서 오가는 사람 구경만으로도 재미가 진진했다.



물이 쑥 빠진 터라 평소엔 들어가 본 적 없는 바다 품 깊숙한 데까지 가봤다.


발이 젖을 까닭도 없었다.


바위와 바위를 징검다리 삼아 연결해 들어갔다.

거긴 놀랍게도 온 데가 미역밭이었다.

미역 외에도 톳이 바위를 감싸 안았다.

물이 고인 여기저기 씨알 굵은 보말과 고동도 붙어 있었다.

아무 준비 없이 간 터라 일단 담을 봉투부터 확보해야 했다.

간식거리를 넣어 간 비닐봉지 꺼내 보말을 건져서 담았다.

톳은 채취하기가 쉬웠다.

헌데 칼도 없이 미역은 어찌 따누?

맞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카이.


무에 그리 바쁜지 손톱 깎을 시간도 없이 지냈다.

손톱이 길게 자라 게으른 티 역력하지만.

그런데 긴 손톱이 유용하게 이리 쓰일 줄이야.

엄지손톱을 이용해 미역줄기를 꼭꼭 찝으니 미역귀에서 미역이 분리됐다.

원시시대 부족들이 도구를 만들어 쓰기 이전엔 뭐든 이처럼 손으로 꺾고 훑고 따내고 했을 터다.

흠흠~ 원시인 흉내질도 해볼만 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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