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화리
연꽃무늬 비단 폭에 싸인 산봉우리에서 유래했다는 연화리.
마을 앞에 너르게 펼쳐진 봄 바다는 호수이듯 잔잔했다.
해조음 대신 갈매기 소리 한껏 여유로운 포구.
동해는 역시 물빛부터 달랐다.
새하얀 소형 요트가 뜬 청남빛 바다 빛깔만으로야 유럽의 어느 휴양지 같은 마을이다.
바다 감싸듯 둘러선 동양 다운 동글동글 유순한 산세 아니라면 말이다.
실제로 국민소득 3만 5천 불에서 4만 불 수준이 되면 사람들이 요트를 즐기기 시작한다고.
엊그제부터 느닷없이 부상한 시화호 거북섬, 여의도 세 배가 넘는 여기다 마리나 항만을 만들려 했다지?
처음에 세운 이 특화계획을 바꿔 세계적인 인공서핑장인 웨이브파크를 경기도에서 2020년에 만들었다는데.
외양 번지르르하게 현대식 건물 즐비한 거북섬 프로젝트는 그만 폭망, 현재 공실률 거의 90%의 유령섬이 됐다고.
수도권과 인접한 곳에 세운 해양관광레저 복합 시설로 카라반이며 푸드 코트까지 갖췄다는 포장지 근사하나, 개장과 맞물려 하필이면 시기적으로 악재인 팬데믹 파고를 넘지 못해서일까.
아무튼 5천억에 달하는 거액을 쏟아부은 이 신기루, 상가건물 등을 구매하거나 입주한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눈물 흘리다 못해 자살자까지 생겼다는데.
마을 앞 지척거리에 뜬 죽도공원은 비밀의 정원이듯 푸른 옷깃 여민 채 사려 앉은 섬이다.
죽도공원 다리 건너면 너른 암반 위에서 잠깐 걸을 수 있는 산책지가 열린다.
언뜻 보면 그 다리는 마치 모나코 캐롤린 공주나 찰스의 다이애나 비가 쓴 다이어먼드 관을 연상시킨다.
연화리 동남쪽으로는 시랑리 오랑대 해변, 오시리아역이 있고 아난티 코브가 들어섰다.
오랑대 시랑대 합해 만들었다는데 이름까지 발음 부드러운 오시리아 주변은 완연 외국풍이다.
바다가 잇닿아 있는 바로 곁 아난티 코브야말로 실제 이국적 분위기로 마치 딴 나라 같다.
연화리 북쪽은 곧바로 비린내 짙은 대변항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기장해안로를 타고 부산 방향으로 달리면 한국에서 파도가 좋아 서퍼들이 즐겨 찾는다는 송정이다.
아마도 그 말썽 많은 거북섬 프로젝트는 그래서 애초엔 부산 동쪽 해안을 타깃으로 삼았던가 본데 부산시와의 협의가 여의치 않았던 모양이다.
무엇이건 마찬가지, 누가 던진다고 덥석 주워 먹을 게 아니라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걸으라듯 매사 언제나 조심성 있게 해야 하는 법.
더구나 무거운 세금이 지출되는 경우라면 한층 더 신중해야.
하다못해 저 등대만 봐도 그렇다.
일단 따놓은 예산이라고 저따위 등대를 기장 해안 따라 열몇 개씩이나 마구잡이로 줄지어 세우다니.
이색 등대투어를 하라는데 어찌 좀 잘 봐주려해도 도무지 꼴불견이다.
붉고 흰 야구등대나 젖병등대, 태권브이 등대는 아무리 의미 유추해 봐도 뜬금없다는 느낌, 상상력의 빈곤인가.
어쨌거나 연화리는 전형적인 어촌이자 해녀촌이다.
환상에서 깨어나 뭍에 발 딛고 현실을 직시하면 긴 포구에 낡은 고깃배 주르름 정박해 있다.
사철 없이 해풍에 그을린 억센 해녀 할매 생활전선인 가게 간판과 곳곳에서 마주하게 된다.
해산물 싱싱한 포차촌이 펼쳐진 연화리 해변엔 특히 전복죽 진해서 구수하기로 소문났다.
바닷물 찍찍 쏘아대는 성게 해삼 전복 문어 굴 소라 멍게 가리비 개불까지 온갖 해물이 전을 펼쳤다.
해산물이 종류별로 들어앉은 벌건 플라스틱 함지박마다 해수가 조달되면 한편에선 연신 물이 흘러넘친다.
마스크 단디 쓰고 함지박 앞에 퍼질러 앉은 아지매 눈과 손은 쉴 새가 없다.
손잡고 의논하며 입맛대로 해물 고른 다음 흥정이 끝난 손님들은 가게 뒤편에 설치된 가건물로 들어간다.
바닷바람에 펄럭대는 텐트 아래 앉아 바다와 마주하고 느긋하게 모둠해물 쟁반 안주에 쐬주 한잔 캬아!
주소:부산 기장군 기장읍 연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