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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02. 2024

영예로운 로즈 장학생

2004년 로즈장학생 32명 명단에는 한인이 두 명 들어있었다. MIT에서 두뇌 및 인지공학과 생물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로럴 양은 한국 과학고등학교에 재학 중 도미한 지 불과 6년 만에 로즈 장학생에 선발되는 영예를 얻었다. 로럴은 MIT에서 4년간 조정대표선수로 활동했으며 2학년때는 온두라스에서 빈민여성의 면역실태를 조사하고 위생적 육아방법 및 응급처치 안내서를 만드는 등의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일단 남다른 길 안내해 주고 뒷바라지 기꺼이 한 부모님부터 예삿분이 아닌 듯하다.



어려서부터 배운 바이올린 연주실력도 수준급. MIT에서 전공 외에 체육이나 예술부문에 뛰어난 학생들에게 주는 버키드장학생으로 선발되기도 했다. 내년도엔 '국제성취대회'에 미국 대학생 대표로 참가할 예정이기도 하다. 로럴의 이러한 성취 비결은 독서의 결과다. 한국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무섭게 책을 읽어냈다. 주요 과목 과외학습에 바칠 수도 있는 시간과 돈을 독서에 투자했다고 한다. 책을 읽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읽은 후에는 주인공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문의 독후감을 쓰는 습관은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한 번 읽은 책은 반드시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또 한 명인 앤드류 김 군은 친구의 아들이라 안면이 있는 이웃이다. 아버지는 필라델피아 소재 생명공학과 교수이며 어머니는 현직 간호사다. 그가 로즈장학생으로 선발된 이유 중 첫째는 12학년 시절을 보낸 딥 스프링스 칼리지에서의 경험을 꼽았다. 친구 아들이 이름도 첨 듣는 대학에 갔대서 내심 놀랬던 기억이 난다. 응당 하버드나 프린스턴에 지원했을 줄 알았는데... 친구 아들은 뉴저지의 명문고인 체리힐하이스쿨에서도 성적 최우수 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 경계의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는 대학에 갔다니 처음엔 의아해할 밖에. 학교 선정을 어련히 잘했을까만은 가장 가까운 동네가 4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오지 중 오지로 목장과 알파파 농장 안에 있는 학교라고 했다.



후에 알고 보니 2년 과정 딥 스프링스 칼리지의 전교생은 26명. 매년 13명을 졸업시키고 13명의 신입생을 받는다. 교수는 6명. 인디오데저트 중심에 자리한 대규모 목장의 캠퍼스에서 앤드류 군은 정규 학과목 수업 외에 매일 다섯 시간씩 목장일을 했다. 노동의 소중함 독립성 책임감 등을 강조하는 이 대학에서 앤드류 군은 평점 4.0의 높은 학점 외에 학교 정신을 가장 모범적으로 수행한 점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시카고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앤드류 군은 딥 스프링스에서 배운 '주위를 돌아보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미는 정신'을 그대로 실천했다. 시카고 홈리스 지원연합회에서 일하면서 홈리스와 매춘이 얼마나 밀접히 연결돼 있는 지를 조사, 시 전체규모의 태스크 포스를 결성해 미성년들이 매춘에 이용되는 사태를 막는 일에 앞장섰다.



앤드류 군은 이 경험을 토대로 서민들 특히 힘없는 이들을 위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지를 터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치의 이론과 실행의 적절한 균형이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써 바람직한 결과를 이뤄낼 수 있는 것. 지난여름 워싱턴 DC의 아프리카 개발국에서 인턴으로 일했으며 간간히 농장 노동자들을 위한 블루스 밴드의 일원으로 첼로를 연주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각 주에서 한 명씩 전국서 50명의 모범적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트루먼 장학생에 선발되기도 한 앤드류 군은 옥스퍼드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후 법대에 진학할 계획이다. 아울러 언젠가 정계에 진출, 소외된 계층의 대변자가 될 꿈을 키우고 있다.


로즈 장학생 제도는 남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 광업으로 재산을 모은 영국인 세실 로즈 씨의 유언에 따라 1902년에 창설됐고 1904년부터 장학생을 선발해 왔다. 자산가이자 자선사업가였던 세실 로즈(Cecil Rhodes)의 유언에 의해 설립된 로즈 장학재단(The Rhodes Trust)에서 주어진다. 매년 세계 각국의 대학생 85 명을 선발해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무료로 공부할 기회를 주는 제도이다. 1902년에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역사가 백 년이 되었고 선발과정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우선 각 대학에서 추천을 받아 주별로 결성된 로즈 스칼라 위원회에서 뽑혀야 한다. 첫날 이 심사위원들과 함께 하는 칵테일 디너파티에서도 말솜씨 옷차림 등 매너에서 좋은 인상을 주어야 하며 둘째 날 정식인터뷰를 통해 각 주대표로 뽑히면 다시 미 50개 주를 여덟 개 지역으로 나눠 각 지역위원회로부터 최종 인터뷰를 받은 다음 합격하면 미전체에서 32명의 장학생이 결정된다.



수혜기간은 2년이며 3년째는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수여될 수 있다. 1976년까지 후보자는 영국연방, 영국식민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국에 최소한 5년 이상 거주한 19~25세까지의 미혼남자로 제한되어 있었다. 1903~14년, 1930~39년까지는 독일인도 후보자격을 얻었고 1970년부터는 독일 출신을 매년 두 사람씩 뽑았다. 1976년부터 여성도 동일한 조건으로 후보가 되었다. 선발된 이들에게는 전공별로 2~3년간 옥스포드대에서의 학비는 물론 기숙사시설과 생활비 여행비까지 일체가 지급된다. 로즈장학생이 되려면 우수한 학업성적 외에도 봉사활동이 특출해야 한다. 즉 학업적인 성과를 비롯해 자신의 재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열정, 이타심 및 봉사정신, 도덕성 및 리더십 등 네 가지에 중점을 두고 지원자들을 평가한다. 주변을 돌아보는 시각을 가진 학생을 선발, 옥스퍼드대학에서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특혜를 줌으로써 훗날 인류사회에 공헌할 만한 인물로 성장시키는 것이 장학재단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로즈는 가능한 한 장학생들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옥스퍼드 내의 각 대학에 고루 분포되기를 희망하나 장학생을 대학에 받아들이는 것은 각 대학 자체에서 결정된다. 로즈장학생에 지원하려면 최소한 추천서만 여덟 장이 필요하며 전공분야의 탁월성, 남다른 봉사활동,   리더십, 스포츠 등 지덕체가 고루 요구된다. 로즈 장학금은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장학금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제임스 풀브라이트 전 미국 상원의원, 웨슬리 크라크 나토 사령관 등 많은 리더들이 로즈 장학생이었다. 그 장학생에 선발된 학생들은 평생 '로즈 장학생'이었다는 자부심이 남다를 정도로 사회적 학문적 인지도가 높다고. 한국인이 로즈 장학생으로, 그것도 한 해에 둘씩이나 선발되다니 무척이나 장하다. 마치 내 손주의 일이듯 뿌듯하고도 기쁜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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