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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02. 2024

서귀포에선 누구나 귤꽃 향 테라피를


간만에 보인 청명한 오월 하늘.

아침나절 잠깐 바람 쐬러 나갔다가요.

자욱한 귤꽃 감미로운 내음으로 향 테라피를 받고 왔어요.

지금 서귀포는 어딜 가나 귤꽃 흐드러지게 피었거든요.

굳이 후각을 풀가동하지 않아도요.

분무기로 뿜듯 온데 꽃 내음 흥건해서요.

마구 스며드는 귤꽃 향이 숫제 샤워를 시켜줘요.


밭에 가까이 가보면 과연 그럴 만도 하다 싶어져요.


꽃몽아리 어찌나 송알송알 많이도 매달렸는지요.


숫제 흐드러질 판이라니까요.


송이송이 꽃송이마다 풀어내는 감미롭고도 산뜻 청신한 향 기막히게 곱거든요.

으음! 저절로 부드러이 감기고 마는 눈.

절로 기분 고조돼 빙그르르 왈츠 스텝 밟게 된다니까요.

이런 날은 일단 밖으로 나와야 되겠지요.

눈부신 오월에 대한 예우로서도요.

아니 그런가요?

서귀포에선 더더욱 그래요.

꽃 향만 고혹적인 게 아니고요.

저 잎잎이 반짝이는 푸른 나무들 보세요.

침엽수 바늘잎마저 갓 돋은 사슴뿔처럼 감촉 연하고요

신록 숲 단풍나무 어린잎은 청신한 연둣빛 마치 아기손 같아요.

오월 느티나무 숲은 경배드리고 싶게 신선하고요.

굴거리나무 새순은 또 어찌나 애리애리 고운지요.

신낭을 아시나요? 참식나무 새로 피는 잎새는 마치 보얀 꽃송이 같고요.

기이하게 굽은 폭낭 고목에도 가지마다 새 잎 연연히 피어나더군요.

들녘 어디나 만발한 찔레꽃 향에다 끝물인 자운영꽃 은은히 번지는 향 덕분에 행복한 아침을 열었네요.

천상세계가 이러하지 않을까요.

아름답고 푸근하고 평화롭고 다사롭고..

하여 마음이 고요해지며 심신 편안해지는 이런 상태가 곧 이상향의 경지에 듦일 터.

흔히 말하는 정신 혹은 영혼의 치유가 이뤄지는 순간이 아닐지요.

내일쯤에는 성산 일출봉의 오월을 보러 동쪽으로 길을 잡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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