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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02. 2024

신록 숲 청신한  자연휴양림으로의 초대

서귀포 자연휴양림

오후 들어 가까운 휴양림을 찾기로 작정한 건 신록이 꽃보다 아름다운 오월인 까닭.

한라산에 자욱이 눈 쌓이면 천백고지로 눈꽃을 보러 여러 차례 올랐던 1100 도로다.

중문 사거리에서 240번을 타고 법정사 거치고 한라산 둘레길 지나면 동편에 위치한 서귀포자연휴양림은 말 그대로 자연 속 휴식처이다.

제주에서 출발할 경우 영실 입구 지나서 내리면 자연휴양림에 이른다.

해발고도 700m에 위치한 휴양림이라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온대·난대·한대성 식물이 고루 분포돼 밀밀하게 우거져있는 숲 사이로 난 데크길 아주 편안하다.

초입 데크길은 층계 없이 평탄해 그냥 느슨하게 숲 속 생태계 관찰하며 뒷짐 지고 설렁설렁 걷기에 안성맞춤.

신록 연연한 서어나무 졸참나무 당단풍 때죽나무 숲을 지나면 편백나무 삼나무 주목이 피톤치드로 녹색 샤워를 시켜준다.

상록수인 녹나무 담팔수 굴거리나무도 봄이 되니 햇잎 나와 가지 끄트머리마다 보드라운 연한 겨잣빛이다.

양치식물은 너울너울, 콩짜개 덩굴 한결 생기로워졌으며 바위마저도 연두물이 들어 말랑말랑해질 거 같다.

다만 어둑신한 숲이라 모기 같은 날벌레가 많아 자주 팔을 휘저어야 했다.

걷는데 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 산책 구간은 어울림 숲길에서 유아숲 체험원 까지다.

숲 곳곳에는 산막, 산림욕장, 캠프파이어장, 취사장, 오토캠프장 등의 시설물들이 갖춰져 있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금아 선생의 시 <오월> 중 일부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역시 <오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 좋다.

천국이 이러할까, 참으로 좋다.

두 팔 활짝 벌려 빙그르르 제자리에서 한 바퀴를 돌아본다.

왜 초록이 평화를 상징하는지 신록의 숲에 와보니 알 것도 같다.

정서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편안해져 어느 결에 내면이 차분히 다스려지면서 신선감에 젖어들게 하는 색채.

이처럼 초록은 심신을 안정시키며 긴장을 풀어주고 정신의 균형을 잡아주는 색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에게 휴식과 위안을 주어 안도감을 느끼게 해서 우리를 가장 이상적인 심리 상태로 이끌어 주는 색이 녹색이다.

눈이 피로해지면 잠깐이라도 숲을 바라보라고 한다.

실제로 눈이 시원해짐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초록은 생리학적으로 눈에 가장 편한 색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배우들이 공연 중 잠시 머물던 휴게실을 그린 룸(green room)이라고 불렀다 한다.

무대 조명으로 피곤해진 눈을 쉬게 하고 긴장된 마음을 가라앉혀 공연에 집중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은 일상을 벗어나 자연 품에 안겨 쉬고 싶어 한다.

이는 자연에서 푸른 생명력과 에너지를 보충받으면 몸과 마음이 재생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야 건강하다는, 그래서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채근하는 색이 초록이기도 하다.

숲에 들면 어째서 마음이 고요해지며 영혼의 상처가 치유되는지를 절로 터득하게 된다.

평평한 숲에 불현듯 나타나는 깊은 계곡.


우락부락 거친 골짜기는 그러나 물기 없는 건천이지만 폭우가 내릴 시 엄청난 물길이 되겠다.


전망대 가는 길로 들어서면 처음엔 지압길이 나온다.


맨발로 걸어보고 싶게 까만 조약돌과 하얀 조약돌 번갈아 박힌 완만한 언덕길 얼마간 이어지기도 한다.


그러다 바야흐로 골짜기 깊어지며 비탈길 층계도 제법 가팔라진다.


오르내림이 두어 번 이어지고 나면 계곡 사이에 조성한 여름철 물놀이 시설이 나타난다.


건기라서 인지 지금은 물기가 없지만 여름철 아이들 신나는 놀이터가 됨직하다.


천연림이라 야생동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는데 새소리 외에는 흔한 노루도 이때는 만나진 못했다.


법정악 전망대 오르는 마지막 코스는 경사도가 제법이라 발치만 보며 걷다 보니 비로소 하늘이 열린다.


해무로 조망권이 선명하게 트이지는 않지만 저 아래 범섬,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신시가지가 아스름 떠오른다.


낯익은 섶섬과 고군산도 잡히고 돌올한 산방산 우측으로 보인다.


날씨 쾌청하면 마라도까지도 볼 수 있다지만, 탁 트인 태평양 푸르른 바다만 봐도 아주 근사한 전망이겠다.


사진을 찍으며 수인사 튼 목사님 내외와 동행이 되어 내려오는 길은 지름길로 왔는지 금세 주차장이다.


서귀포 온 후, 자석이 쇠붙이 당기듯 한 여러 만남이 있었는데 오늘은 특히 부인의 해맑은 아우라에 절로 끌려들어 친구가 됐다.


손 맞잡고 걷는 다정한 두 분,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부부화락의 모범답안 같아서 보기 좋았다.

                               ***


이참에 자연휴양림의 가치에 대해 공부해 볼까나!

                               ***

삼나무 숲의 관엽식물 참식나무(신낭) 새순은 보얀 솜털 가득해 멀리서 보면 꽃 같다.

겨우내 축 처져있던 굴거리나무도 새순 빳빳하게 돋았다.

양치식물 옆의 특이한 식물은 천남성이다.

연두색 외피에 검보라 꽃은 벌레잡이 통이며 가을에 빨간 열매가 달리는데 전체가 맹독성을 띠므로 접촉 금지 요주의식물이다.

종균이 접종된 표고버섯 재배지와 휴양림 안내도.

휴양림 시설 이용료/서귀포휴양림 안내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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