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옥 조르름 꿰듯 연달아 호수

by 무량화


산세 장려한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

남쪽 테하차피 패스부터 북쪽 프레도니어 패스까지 길이 약 600km에 이르는 웅장한 산맥이다.


남북의 거리가 서울ㅡ부산 거리보다 길다.


이 고산준령엔 4,000m 가까운 봉우리가 무려 120개나 모여 있다.

시에라 네바다 동쪽 이스턴 시에라 (Eastern Sierra)로 우리는 가끔 야영을 간다.

요세미티, 킹스 케년 , 세쿼이아 뒤편 산자락이다.

마음은 죤 뮤어 트레일을 걸어보고 싶지만 그 정도까진 무리라 그저 JMT(John Muir Trail) 초입만 들랑거린다.

인요(Inyo)와 시에라(Sierra) 국립산림보호지역인 이곳은 존 뮤어 트레일과 안셀 애덤스 야생지역(John Muir and Ansel Adams Wilderness Areas)이 포함된다.




비치옥 보석을 실에 조르륵 꿴듯한 호숫가마다 온갖 방초는 물론 관목과 교목 어우러지고 침엽수와 활엽수 골고루 들어 차, 살짝 발길 걸쳐보기만 해도 마냥 흐뭇해진다.


야생화 뒤덮인 천상낙원에서 한나절 노닐기도 했으며 솔숲에서는 짧게 낮잠도 즐겼다.


얼음처럼 찬 계류에 세수도 하고 산중 호수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물멍삼매에 잠기기도.

그쯤으로도 충분히 대자연의 장엄함을 만끽할 수 있기에 수준에 맞게, 만년설 히끗한 고산준봉 도전하려는 욕심부리진 않는다.

나흘간의 이번 휴가 동안은 미리 예약해 둔 비숍을 근거지로 삼아 주변 여러 호수를 섭렵했다.


시에라 그 품에 깃든 크고 작은 호수는 몇 개나 되는지 숫제 알려진 바도 없고,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미답의 호수도 숱하리라.


챙겨 온 식품류는 철제 곰 상자에 단디 보관시켜 두고(야영 중 한 번도 곰을 만난 적은 없지만) 가벼운 행장으로 호수 순례에 나섰다.


대개는 눈허리 시게 청명한 하늘이었으나 종일 안개비 젖어드는 날도 있었다.



오웬스 밸리(Owens Valley) 북쪽 끝에 자리한 아담한 마을 비숍.


비숍 뒤편으로 시에라네바다 준령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다.

산악인, 암벽 등반가, 낚시꾼, 수상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사철 없이 찾는 지라 항상 붐비는 이곳.

위쪽으로는 준 레익 인근(June Lake Loop)을 훑었고 리틀 레익스 밸리(Little Lakes Valley)를 쉬엄쉬엄 돌아다녔다.

락 크릭(Rack Creek) 시냇가 소나무 그늘에서 땀 들이면서는 JM를 위한 Horseback Riding 행렬을 만나기도 하였다.

다음 기회엔 비교적 완만하다는 Little Lakes Valley Trail을 걸어볼 생각이다.

High Sierra의 백미는 단연 수백에 이르는 고산호수, 품섶마다 골골마다 수많은 호수가 숨겨져 있다.

호수 주변에는 당연히 크고 작은 폭포와 맑게 흐르는 계곡이 덤으로 딸려 나오게 마련이다.

사브리나 호수(Lake Sabrina)와 South Lake, North Lake, 그중 사우스 레익에서 시작되는 비숍 패스(bishop pass trail).


여기엔 Long Lake를 비롯 Chocolate Lake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비경들을 품어 안았다.

세상의 모든 자연풍광은 나름 다 아름답지만 특히 이곳 풍치야말로 감동의 연속, 호수마다 원석 진열장을 들여다보는 거 같았다.

고봉에 올라 찍은 사진이나 공중촬영 사진을 보면 마치 비취옥을 조르름 깔아놓은 듯하다.

어딘가는 아콰마린을, 터키석을, 사파이어를, 토파즈를, 에메랄드를, 감람석을 흩뿌린 듯도 보인다.

메마른 지역에 살아서인지 더 보석 같은 호수요 계류의 물길이다.

내일을 사는 힘으로 저장시켜 둔 순간순간의 감탄부호들을 가끔씩 다시 꺼내본다.


미진한대로 사진과 글은 고맙게도 언제든 그때로 순간이동을 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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