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부러울 게 없노라

by 무량화


대자연을 그대들 품 안에!

청산 영봉과 산상 호수 벗 삼아 숨 고르며 산길 오르는 세상 부러울 게 없는 하이커들.

하늘빛 창창하고 바람 결결이 향그러운 계절도 마침 初夏, 하얗게 핀 야생화 반기는 숲길을 걷는다.

장엄 풍광 거느리고 굽이굽이 산길 감돌아 오르노라면 매양 가슴은 뛰고 마음 자못 설레느니.

우리는 퍼밋 없이도 갈 수 있는 하이 시에라의 Thousand Island Lake으로 향하는 중이다.


행장으로 미루어 JMT 걷기 위해 앞장선 젊은이들 딴딴한 건각이 아름차다.

일터에서의 한 주간 흡족하게 채우고 주말 산행에 나선 딸내미와 동행한 트래킹.


흙길 돌길 힘차게 걸으며 어느 정도는 간격을 두고 뒤따른다.

이제 그들에게 활동 무대와 시간을 물려주고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누님"이 된 지금.

매사 자족할 수만 있다면 여유롭게 세상을 관조할 수 있는 노년이란 얼마나 행복한 시기인가.

허위허위 짊어지고 온 삶의 짐 가벼이 부려놓고
제 멋에 취해 제 장단에 흥 돋우며 자유로이 살아도 흉허물 되지 않는 나이에 이르렀다.


나잇값 못한다고? 눈치 없다고? 푼수라고?


굳이 타인의 시선 혹은 비판에 갇히거나, 무엇과 비교할 필요 없다고 완강히 고집부린다면 곤란하겠지만.


그저 나는 나, 단순 진솔하게 살고자 한다.


자기 식대로 세사에 구애됨 없이 살 수 있어 복된 시기 노년이 아닌가.

나이듦은 단순히 생물학적 늙음이 아니라 잘 곰삭아 숙성돼 가는 과정이자 색색의 모자익으로 자기 무늬를 완성시켜 나가는 일.

여기에 건강까지 받쳐준다면 더 이상 어떤 축복을 바라랴.

좋은 일만 하여도 행할 날 과히 많이는 남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화양연화의 한때만 회상하며 허비할 수 없는 세월이다.

하루하루를 충만하게 그러나 비울 건 비워가며 살고 싶어 청산에 든 나.

호연지기 대신 다만 아직도 오르락내리락 들끓는 감정선 다스려 승화시키는 수련 되쌓으려 찾아온 산이다.

산비탈 오르며 거친 숨 몰아쉬는 동안 버려야 할 것들 심호흡 사이로 뱉어낸다.

머리칼 적시며 흘러내리는 땀으로 아직도 심신에 엉겨 붙은 오탁 씻어낸다.

그리하여 어느 정도는 정화되고 소쇄된 자신이 될 수 있음이니.

하여 정상 디디면 잠시 신선이 되고 하산길에 접어들면 나는 자유인으로 훨훨 나른다.


희랍인 조르바처럼은 그래도 종내 살지 못한다는 나의 한계 인정하면서.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