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자이언캐년 주왕산 웅자

by 무량화

산천은 의구하되......

삼십여 년 전 찾았던 주왕산이다.

초입 도로부터 주변 풍경은 완전히 변했는데 오로지 변치 않은 건 주왕산 바위뿐이다.

저만치 웅자 드러낸 주왕산의 상징 바위, 마치 하얀 이마같이 반듯한 암봉이 쓰윽 나타났다.

반가웠다.

그제서야 진짜 주왕산에 왔구나 싶었다.

우선 아침부터 먹었다.

청국장에 산채를 넉넉히 넣고 비볐는데 아주 맛있게 한 그릇 다 비웠다.

보리수 열매 곱게 익어가는 대전사 마당 가로질러 산길로 접어들었다.

쉼 없이 흐르는 계류 소리 좌측으로 따르고 청량한 산새소리 온 데서 여울지는 유월 숲 녹음은 깊었다.

아담한 석교를 건너면서부터 죽순처럼 솟아오른 장대한 바위 군이 산지사방에서 압도해 왔다.

수직 절벽 이룬 암봉의 전모를 보려면 심지어 고개를 하늘로 한껏 치켜들고서야 볼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주왕산은 바위 병풍 두른 기암괴석의 만물상이자 장엄한 대서사시를 읊는 음유시인이었다.

전에 한번 주왕산을 찾았을 때는 단풍철이라 산이 곱다랗다고만 느꼈는데 여름 주왕산은 장쾌하기 그지없다.

거칠 것 없는 저 위풍당당함이야말로, 저 의연함이야말로 한국의 자이언캐년이라 불러 손색이 없겠다.

아기자기한 한국형 산세에 이처럼 돌올한 기상 지닌 산이 다 있다니...

규모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겠지만 울울한 녹음에다 장엄스런 단일 암벽의 위세는 그 못지않게 당당하다.

자연스럽게 자이언캐년 애로우 협곡을 트레킹 하던 생각이 났다.

한국에서 미서부 관광을 가서 첨으로 자이언캐년을 휘휘 돌아봤을 땐 싱겁기 그지없이 무작정 커다랗기만 하던 산.

별것도 아니로구나 싶기는 요세미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버스 타고 거죽만 휘리릭 둘러봤을 때는 두 곳 다 참 멋없었는데 실제 산속으로 들어가 산과 하나 되어봐야 그 진면목을 파악할 수가 있다.

산의 속살은 유현하고 심오했으며 경건하기조차 했으니 걸음 옮기며 내내 감탄사 연발할 밖에는.

보디 빌딩으로 근육질 단단히 강화시킨 젊은이 등판처럼 강건해 뵈는 암봉들.

거기 락 클라이밍 동호인은 보이지 않았지만 자꾸만 바위벽을 눈으로 쓰다듬었다.

정상까지는 동행인에게 무리라 용추협곡까지만 올랐다가 산길 되짚어 내려왔다.

위치:경상북도 청송군 주왕산면 공원길 1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