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를 다녀왔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개최 중인 <사이, 그 너머 : 백년 여정> 전이다.
독일인 탐험가 발터 스퇴츠너가 제주에서 수집한 민속품 원본 62점이 92년만에 고향땅을 밟은 의미있는 전시회였다.
이는 드레스덴민족학박물관과의 특별교류전이다.
독일 문화의 중심지인 위 박물관은 1875년에 개관한 후 전 세계의 민족문화를 수집 보존 연구해왔으며 현재 9만 점에 달하는 유물과 10만여 점의 사진 자료를 소장하고 있다고.
Quelpart라 불렸던 제주에 온 한 독일인이 백 년 전 이 섬의 자연풍물과 전통문화 및 생활상을 직접 보고 겪고 느낀 탐색기록을 남겼다.
그가 남긴 이 귀중한 자료들은 제주섬에 대한 따뜻한 이해와 존중에서 비롯된 진심어린 탐색이었다.
이와 더불어, 일찍이 독일로 건너간 한국인 이주자 안봉근씨는 당시 박물관 민족학 컬렉션 책임 큐레이터였던 마르틴씨와 제주에서 온 한국문화유산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꼼꼼한 목록화 작업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일부인 귀중한 민속자료들이 이번에 고향을 찾은 것이다.
제주와 드레스덴 사이의 거리감 그리고 1929년과 2025년 사이의 약 백년이란 기간.
꼽아보니 정녕 머나먼 여정이며 길고 긴 세월 맞다.
그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만남이라니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할만 했다.
1929년이면 주권 잃었던 일제강점기 때 아닌가.
무력한 식민지 백성으로 살던 시기인데다 척박한 외딴 섬 살림살이 오죽 궁핍하고 헐벗었으랴.
백년 가까이 흘러간 지금은 상전벽해의 변화와 획기적인 경제발전을 이룬 덕에 특별교류전도 기획할 수가 있게 된 것.
독일, 하면 우리와의 연결점으로 쉽게 떠오르는 건
육칠십년대 외화벌이에 나섰던 파독 간호사와 광부들이다.
동시에 미국유학에 비해 덜 까다롭고 비용이 적게 들어 독일유학생이 많았다는 점 아닐지.
독일 지명이라야 전혜린을 통해 뮌헨 슈바빙 거리를 들어봤을 정도였는데 통독이 되며 동 서 베를린, 쉰들러 리스트 영화에서 언급되면서 알게 된 드레스덴 정도랄까.
아무튼 백년 전 제주 모습도 궁금한 데다 건축학을 전공하고도 한국 샤머니즘에 경도됐던 독일인에 호기심이 일었다.
때이른 폭염에다 습하기까지 한 날씨임에도 기꺼이 한라산 휘돌아 제주시로 나갔다.
박물관 초입의 특별전시실 건물은 관객들로 붐볐다.
흥분감으로 두근두근 동계가 일었다.
전시실은 제 1부와 제 2부로 나뉘어져 있었다
동선따라 1전시장부터 들어갔다.
독일 탐험가 스퇴츠너가 아시아 전역을 누비던 중 한국에 와 궁궐과 사찰 등 문화유적지를 주로 관광하였다.
일제 치하에서 압제 당하는 조선땅이라 감시와 제재로부터 벗어난 낯설고 신비로운 섬을 소개받고 제주 신지항에 도착한 그.
백년 전의 제주에서 섬사람들의 의식주와 생업, 신앙의례를 집중적으로 탐구해 나갔다.
컨테이너도 없던 시절에 어찌 그 버거울 정도로 규모 큰 물건들을 다 싣고 갈 수가 있었을까.
그는 귀국하면서 제주 민속품인 갈옷 적삼, 쟁기, 물소중이(해녀복), 키, 물구덕, 절구와 공이, 베틀, 물레, 도리깨 등 이백여 점을 수집해 가지고 갔다.
다양한 토속자료와 제주 풍물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사진에 담아갔음도 물론이다.
제2 전시실은 공간이 시원스레 넓었다.
이역만리 독일로 간 제주 민속품 232점은 드레스덴민족학박물관에서 구입해 소장하게 됐다.
참 묘한 게 인연이다.
당시 이 박물관 연구원이던 안봉근은 모국인 한국 제주에서 온 물품들을 정리, 목록화 작업을 거쳐 체계적인 관리에 들어가게 됐다.
한인 이주 1세대은 안봉근은 한국문화유신에 대한 유물 목록카드를 정성껏 작성해 나갔다.
안중근 의사의 사촌동생인 안봉근 선생이 드레스덴민족학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할 때 제작한 한국 문화유산 모형 6점도 이번에 함께 선보였다.
이 박물관에서 1931년에 펴낸 <한국의 농업>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 농촌의 문화를 유럽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다.
책의 저자는 박물관의 큐레이터인 마르틴 하이드리히이나 스퇴츠너의 농기구 표본을 토대로 했으며 안봉근의 연구 지원을 통해 나온 결과물이었다.
스퇴츠너 역시 제주여행에서 얻은 사진과.기록을 정리해 전문 학술지에 발표하고 한국 탐험기도 펴냈다.
양 전시장을 두루 살펴본 다음 밖으로 나오니 폭염특보가 발령된 날씨답게 후끈하다못해 화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