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케렌시아 그리고 납량특집 시간

by 무량화


금정산 아래 금강공원에 가면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아이들 어릴 적에 와본 적이 있어서 언제 한번 들러봐야지 했다.

그땐 해양 수족관이라서 상어며 가오리가 헤엄쳐 다녀 아이들이 무척 신나 했었다.

엄마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젊었던 당시, 초등학교 갓 입학한 딸내미에 아들은 중학 2학년일 때 사진이다.


그러구러 사십여 년 전 사진이다.




후덥지근한 날씨, 하늘은 흐려있어도 바람결 선선했다.

운동도 하고 바깥바람을 쐬고자 오후 서너 시쯤 금강공원으로 향했다.

여러 내용이 복합적으로 담긴, 긴 이름의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

전시실은 서늘했다.

피서지로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스페인 투우들이 격렬하게 싸우다 지치면 슬그머니 숨는 피난처인 케렌시아 같았다.

습하고 무더우니 오나가나 에어컨 아래가 좋다

천천히 전시실을 둘러봤다.

전시 공간은 2~4층에 별관까지라 볼거리가 많은데 물고기 떼 지어 노는 거에 빠져 시간이 술술 흘렀다.




어마무지하게 커서 덩치가 코끼리만 한 가오리와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거대한 청새치와 상어 박제품은 볼만하였다.


오래 물고기 떼를 유유자적 지켜보다 보니 잘도 가는 시간.

휴일이건만 관람객도 없이 텅텅 빈 박물관 구석구석 사진에 담으면서 느긋하게 즐겼다.

산호도 이쁘고 자개로 만든 나전칠기 공예품에도 물끄러미 시선 한참 보냈다.

4층 파충류실에 올라가 있는 중에, 곧 문 닫을 시각이라는 방송이 들렸다.

하필이면 이 징그러운 파충류 우글거리는 공간에서 람.

안 그래도 대충 패스하려던 으스스한 파충류 그중에도 아나콘다 등 뱀 종류가 똬리 튼 전시실에서다.

아무리 유리벽에 갇혀있다 해도 조명까지 불그죽죽해 소름이 돋으며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허둥지둥 건너편 별관 재빠르게 훑고 되짚어 나오려 하니 벌써 문은 잠기고 소등 상태.

그때부터 당황스러워지며 허겁지겁 출구를 찾아 헤매다가 겨우 계단을 통해 내려왔다.

잠시지만, 길을 잃고 닫힌 공간에 남고 말았다는 폐쇄공포감에 와락 두려움이 엄습해 와 땀이 다 났다.

오죽하면 전시실에 갇혔다고 긴급구조대 119로 전화할 생각까지 했을까.

납량특집극이 따로 없었다.

시간을 체크하니 아직 여섯 시 되려면 10분이나 남아 있었다.

아무리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직장인들이라 해도 그렇지, 칼퇴근도 아닌 조기 퇴근이지 뭔가.

어이없이 맞닥뜨린 시추에이션, 관람객 확인도 안 하고 다 퇴실한 줄 알고는 문 닫고 조명 내렸으니 담당자 실수다.


아래층 출구에서 만난 당직자 눈이 청상아리 눈처럼 동그래질 만도 한 일이었다.

암튼지간 호되게 겁먹은 채 십년감수, 그야말로 식겁했다.


2층 특별전시실
3층 종합전시실
거북과 악어
나전칠기로 만든 노리개/공예품/구두주걱
주꾸미/말똥성개/꼴뚜기
물개와 물범
보리새우/거북손/투구게
집게/갯가재/농게
귀상어/홍어
청상아리/백상아리
산호초
포경선에서 고래 향해 작살을 쏠때 사용하는 포경포

주소 : 부산시 동래구 우장춘로 175 (온천1동 산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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