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 강렬한 햇살 약간 끄느름해진 시각, 거처에서 가까운 속골 바닷가로 나갔다.
관광객보다는 제주도민이 즐겨 찾는 속골은 범섬이 보이는 바다로 곧바로 이어지는 시원한 계곡이다.
수모루에서 하차하거나 서귀포여고에서 내려 무조건 바다 쪽으로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속골.
올레길 7코스를 물고 있어 올레꾼들은 이미 알고 있으리라.
대륜동 해안올레길, 운치있는 나무다리와 빨간 우체통이 인상적인 곳이다.
속골은 대륜 12경 중 한곳으로 손꼽히는 명소로 용천수 콸콸 흐르는 깊은 계곡이다.
단어 그대로 속닥하게 계곡물에 발 담그고 범섬 바라보며 가족끼리 친구끼리 즐기는 보양식 닭백숙.
여름마다 마을회에서 '백숙집'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데 삼복엔 자리 잡기가 어렵다.
계곡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간판도 없는 허술한 식당에서 제공하는 닭백숙인데도 인기가 대단하다.
여름 한철만 연다는 야외 임시 식당이 물길 따라 차려져 너울대는 차양 아래 제법 붐빈다.
마을회에서 규모있게 운영하는 닭백숙집은 삼복 아니라도 성업 중이다.
얼음같이 찬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맥주 곁들여 백숙을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장소다.
한여름에만 여는 장사로는 그저 그만인 메뉴 선정이요 영업 아이디어 또한 신박하다.
물길에다 식탁과 의자를 내다 놓고 손님들은 맨발을 계류에 담근 채 뜨거운 백숙을 뜯는다.
고작 백숙뿐이냐, 하겠지만 자연 풀장도 기다리는 속골이다.
뼈골까지 시린 용천수를 가둔 곳에서 풀장처럼 물놀이를 즐길 수 있으므로 아이들 데리고 갈만한 피서지이다.
외돌개에서 야자수와 선인장 울창한 수모루 소공원 가는 길목으로 법환포구와 이어지는 자갈마당이 펼쳐지기 직전에 위치했다.
양켠으로 우거진 골짜기 숲이 길게 이어져 속골이라 불리는 오붓한 여긴 사철 맑고 차디찬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한라산 기슭 쓰다듬으며 흘러내린 계곡물에다 곳곳에서 터진 용천수 보태져 수질이야 따질 것도 없으렷다.
장맛비 아니라도 평소 수량 풍부해 여름철엔 물소리 한층 더 요란스럽다.
힘차게 흘러내리던 계류는 서귀포 바다로 곧장 미끄러져 민물과 갯물 둘은 스스럼없이 하나로 몸을 섞는다.
경관이 그럴싸한 위치마다 득달같이 조망권 앞세운 카페며 호텔 들어서 전망 독점하는데 여긴 아직 청정지대.
근방에 아무 건조물도 없어 찾기 상그럽겠지만 흘러내린 언덕이 바다와 만나는 지점이라 시야가 탁 트였다.
지형지물이 그러하나 지번만 정확하게 입력하면 네비가 이 장소로 안내해 준다.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호근동 1675-3 /서귀포시 속골로 118-13로도 나와있다.
언제부터였을까, 인근 주민들만의 속닥하고 안전한 피서지였던 속골유원지다.
아마도 그 이전, 세탁기는커녕 수돗물조차 구경하지 못하던 시절엔 마을 빨래터였을 법도 하다.
이제는 널리 입소문이 나 서귀포 시민들보다 관광객들이 더 즐겨 찾는 여름철 명소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찾는 만치 멀찍이 떨어져 화장실과 수돗간도 완비돼 있다.
해바르고 전망이 훌륭한 데다 낚시 포인트인 듯 여길 지날 적마다 낚시꾼 서넛과 만나곤 했다.
속골이 자신있게 방점을 찍는 것은 역시 탁족이겠다.
누항사 뒤로하고 잠시 세상 시름 잊은 채 신선놀음에 빠져본다는 거, 흔치않은 경험이다.
옛 어른들의 여름나기 피서법이었던 탁족.
조선 시대 세시 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도 실린 탁족은 당시 널리 유행했던 여름 풍속의 하나였다.
선비들이 무더위 피하려고 붕우들과 심산유곡 찾아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시 한수 읊거나 담소를 나누었다.
전면은 탁 트인 바다라 시원스레 부는 해풍 따라 철썩대는 파도소리 들린다.
저 멀리 범섬은 단아하기가 수반에 올린 한덩이 수석 같다.
법환포구와 강정에서 마주 보이는 범섬이 이 자리에서도 근사한 배경이 돼준다.
끼리끼리 삼삼오오 마주 앉은 표정마다 피어오르는 행복감, 파안대소 절로 터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