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아~ 썩 물렀거라!
얼음물만큼 차디찬 폭포수다.
깎아지른 주상절리가 만든 수직폭포다.
6미터 높이에서 거리낌 없이 수직낙하한다.
조심조심 폭포수 아래 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암벽에서 곤두박질치는 여남은 개나 되는 물줄기 소리 귀 먹먹하도록 우렁차다.
쏴아 콰르르! 옥구슬도 수정구슬도 아닌 게르마늄 구슬을 마구 쏟아붓는 연속음의 향연이 펼쳐진다
폭포수가 연타로 정수리 가득 쏟아져 내리 꽂힌다.
머리밑이 물 마사지 효과 때문인지 용천수 냉기 때문인지 사뭇 얼얼하다.
오분을 버티기가 어렵다.
이보다 더 시원할 수가!
이보다 더 짜릿할 수가!!
저마다 터지는 와아와 함성!!!
살다 살다 별 재미진 놀이를 다 해봤다.
힘차게 쏟아지는 소정방폭포수 아래서 물맞이하기.
득음을 하기 위해 폭포수 아래 가부좌 튼 소리꾼 흉내라도?
물론 뜬금없이 명창이 되고자 함도 아니다.
집념의 소리꾼이 폭포 아래 앉아 피를 토하는 고통을 감내하며 수련하는 과정을 영화에서 본 적은 있다.
그뿐 폭포수 하얀 나신은 단지 경이로운 감상의 대상이었다.
난생처음 물맞이라는 걸 우연찮게 해봤다.
제주 옛 민속의 하나로 신경통과 열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며 절벽에서 쏟아지는 힘찬 폭포수의 세례를 받는다는데.
특히 무더위가 한고비에 이른 백중날 폭포 물을 맞으면 백가지 병이 낫는다 하였다.
그렇다고 천연 워터 테라피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여러 고질을 달고 사는 병약한 체질은 결코 아니다.
동남아 여행 가서도 안마나 마사지 따위 받는 걸 아주 싫어하는 성정이다.
누군가가 머리카락 만지는 것조차 달갑지 않아 미장원 출입 최소화하고 지내는 사람이다.
몇 해 전이다.
시청 서포터스 현장활동의 하나로 소정방폭포에서 물맞이 행사를 갖는다고 했다.
소정방폭포야 집에서 가까워 참석은 하겠지만 물맞이까지는 사양할 생각이었다.
며칠 전 폭포에 갔을 때 중년 부인이 평상복 상태로 물맞이하길래 물길에 발을 담가봤다가 얼음같이 시린 물에 기겁을 했다.
그만큼 차디찬 물이라 자신이 없었던 터, 우비 준비도 하지 않고 그냥 구경이나 하다 올 작정이었다.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온 이 삼십 대 청춘들부터 앞장서 폭포 아래 바위로 올라가서 물을 맞기 시작했다.
곧이어 터지는 즐거운 함성, 탄성과 함께 환호성 지르며 연신 브이 자를 만들며 신바람 났다.
고조된 분위기에 휩쓸려 슬그머니 마음이 동했다.
판초를 빌려 입고 조심스레 폭포수 아래로 접근해 들어갔다.
물기둥이 아닌 물줄기가 후드득 머리 위로 쏟아져 내렸다.
폭포수 비말 져 내려 수압 그다지 세지 않았으며 냉기 역시 의외로 순했다.
34도까지 올라간 폭염 덕인지 물맞이는 짜릿하면서도 너무너무 시원스러웠다.
정방폭포의 아우쯤 되는 작은 키에 단정한 정방과 달리 자유분방한 물줄기를 흩뿌려대는 협곡.
여긴 언제 봐도 참 오묘한 지형이며 바닷물 색깔도 기차게 푸르다.
주상절리대 곳추선 절벽 위에서 용천수 들이붓는데 바로 그 앞바다는 투명한 청남빛 창창히 펼쳐졌다.
품 솔은 가슴이 바다를 향해 열려있어 정방폭포처럼 자갈밭 아래로 곧장 바다와 합류한다.
하여 물맞이 최적지로 소문난 소정방폭포다.
서포터스 활동하며 난생처음 폭포 물맞이를 해보고 그만 단단히 맛이 들려버렸다.
은근 중독성이 있는 물맞이라, 찌는 듯 무더운 날씨만 되면 친지들 불러 모아 소정방으로 향하곤 했다.
백중날, 복날 외에 아무 때나 무조건 덥기만 하면 물 맞으러 소정방으로 쪼르르 내달렸다.
준비물도 간단해 비옷과 타월뿐.
서귀포 사람들만이 아니다.
제주 올레 6코스가 폭포를 끼고 있어 요즘은 외국 관광객들도 차가운 폭포수 맞고자 찾아들 오더라는.
제주에는 백중날 물을 맞으면 백 가지의 병이 낫고 처서 날 맞으면 천 가지 병이 낫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옛 풍습대로 백중날 물맞이를 하면 신경통에 효험이 있어 허리병 낫게 돼 일 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다는데.
음력 7월 15일인 백중날이 올핸 팔월 22일에 들었다.
그때까지 기다릴 까닭이 뭬 있담?
기상이변이라나 뭐라나 연일 폭염경보 울려대는 칠월이다.
찜 쪄먹으려 드는 염제의 폭거에 맞서자면 폭포수 아래서 용천수 샤워나 즐길 밖에.
거리가 먼 것도 아니니 견딜 수 없이 더우면 아무 때나 오고 또 오면 되지 뭐.
한낮은 물론 밤까지 열대야 현상을 보이며 푹푹 쪄대는 한증막 더위가 두 달이나 이어질 거라는 예보다.
불볕더위 아무리 겁난다 해싸도 그러나 삼복 여름도 지나가게 마련이다.
원래 광복절만 지나면 바다 수온이 현저히 떨어져 해수욕장마다 폐장을 서둘렀다.
하기사 근자엔 봄이건 가을이건 계절 없이 서핑을 하고 제 기분 내키면 겨울 바다에도 뛰어드는 세태다.
한여름에 가죽 재킷 입고 다니는 것도 제 멋인 폼생폼사 세상 아닌가.
올해도 소정방폭포 수량 풍부해 물줄기 힘차서 몸을 가누기도 버거웠다.
겨우 중심 잡아 바로 서 보려 했으나 힘이 딸려 약간 비켜서서 약한 물줄기를 택해 물맞이를 했다.
두 팔 활짝 편 영락없는 허수아비 포즈일망정 날개 달린 듯 그대로 훨훨 하늘로 솟아오를 거 같은 쾌감이라니.
그만으로도 어찌나 시원하고 속이 뻥 뚫리는지 짜릿한 통쾌감마저 느끼게 되더라는.
암튼 앞으로 태풍도 올 테고 우물쭈물하다가는 날씨가 어찌 요사를 떨지, 무슨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 일.
잘 기억해 뒀다가 복날 하고 백중날도 필히 황선생하고 물맞이하러 와야지.
허투루 넘기지 말아야지.
기분학상 효험을 본 건지, 그녀는 육십 대라도 허리가 부실해 작년에 자주 물맞이를 했었다.
초복은 이번 주 일요일인 7월 20일, 중복은 7월 30일, 말복은 8월 9일 토요일이다.
그대들도 기회 닿으면 한 번씩 직접 경험해 보시라.
정수리를 난타하는 그 짜릿함을 맛보고 나면 아마도 소정방폭포를 거듭 찾지 않고는 못 배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