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역사, 가야 문화권이 산재되어 있는 경남 지역>
오래전 한때 박물관학회에 들어 역사탐방에 열을 내었더랬다.
당시 부산 근교의 고분 탐사에 흥미를 갖고 따라다닌 적이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게 기억되는 곳이 김해 대성동 고분 발굴 현장이다.
일본이 주장해 온 임나일본부설을 뒤엎는 출토물이 대거 출토되어 뉴스를 타며 우리는 얼마나 환호했던가.
그때 한 학예사가 비장한 어조로 말했었다.
나라가 힘을 잃으면 언제라도, 일제의 식민사관에 따른 조직적인 역사 왜곡 같은 상황을 또 맞게 된다고, 그러므로 국력을 키우는 일이 최우선이라고.
90년 초 대성동 고분 발굴조사는 부산 경성대학교 박물관 학예팀이 주도했는데 1990년 6월, 1차 발굴을 시작으로 이후 근동의 동래, 함안, 창녕, 창원 등 가야 문화권으로 확대되었다.
당시 발굴팀마다 유사한 출토물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면서 침묵 속에 잠들었던 가야 문화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고유한 유물이라 여겼던 통형 동기와 파형 동기가 여럿 발굴되었으며 투구, 갑옷, 그 외에 말 갑옷, 말머리 가리개 등 갑주 다수가 출토되었다.
따라서 가야가 철제품을 만들만한 철광석(울산 지방) 보유는 물론 제련기술이 뛰어난 철기문화의 종주국임을 출토유물로 입증해 내므로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던 일본 사학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출토유물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으로 우리 철기문화가 일본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오히려 가야에서 일본으로 철기문화를 전수해 줬다는 학설을 뒷받침하게 됐다.
도대체 임나일본부설이 뭔데?
<일본서기>란 고서에 고대 왜 왕권이 한반도의 임나 지역을 정벌해 현지에 설치한 직할통치기관이 임나일본부라 나와있다.
왜는 이를 기반으로 하여 4세기 중엽부터 6세기 중엽까지 200년간 가야를 비롯해 백제·신라 등의 한반도 남부를 경영했다고 주장해 왔다.
왜가 임나를 200년 동안이나 군사적으로 지배했다면 그 지역에 일본 문화유물의 요소가 강하게 나타나야 하는데, 가야 지역 고분 발굴 자료들에 의하면 4세기 이전의 유물 문화가 5, 6세기까지도 연속적으로 계승되는 양상이 나타난다.
즉, 일본에 의해 지배당했다는 증거가 문화유물에 반영된 바 없으므로, 임나일본부설에서의 문헌사료 해석이 크게 잘못되었음이 입증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까지도 역사 왜곡에 열 올리고 있는 일본 정부는 검정 통과된 중학교 역사 교과서 8종 대부분에서 '임나일본부설'을 정설로 둔갑시켰다.
뿐 아니라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을 버젓이 중학교 검정 교과서에 싣는데 이어 종군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 역사 왜곡 내용을 담은 ‘외교청서’를 각의에서 결정한 파렴치한 일본 정부다.
일본 사학계에서조차 부정하는 학설인 고대 일본의 한반도 남부 지배설, 이른바 '임나일본부설'까지 거슬러 역사왜곡을 대폭 강화하고 나섰다는데 이르자 철기문화를 찬란히 꽃 피웠던 가야 시대 얘기가 자연적으로 따라 나올밖에.
지형상 가까우면서 도무지 미워서 멀게 여겨지는 나라 일본, 그럼에도 배울 점이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5년 4월 29일 미국 상원과 하원 합동회의에서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연설을 한 바 있다.
일본 총리의 미국 의회 연설 성사 배경에는 지일파 의원 동원은 물론 영향력 있는 재미 일본인들이 한 덩어리로 뭉쳐 다방면으로 로비를 하는 등 대미 외교 효과가 컸다고 한다.
우연인지 술수인지 기묘하게도 4월 29일은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일본을 패전국이 되게 한 소화 천황의 생일로 지금도 이날을 기려 일본은 공휴일로 지낸다.
이때 아베 총리의 미 의회 합동 연설은 전후 70주년인 해에 맞춰, 전쟁에 대한 간접적인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미국이나 유럽을 의식해 최대한 수위 조절을 했다고 알려졌다.
앞으로 미·일과 중·일 관계에 관한 언급은 하겠지만 한·일 관계 즉 종군위안부와 독도 등 한국 국민의 정서에 만족스런 연설은 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일본은 국제사회에서 그들 특유의 이중잣대와 이중 플레이를 교묘히 펼쳐 왔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외교협상에서 최우선을 삼아야 할 것은 당연히 국익이다.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전 세계를 향해 자국산 제품에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천명했다.
지난 7월 8일 각국에 통보한 관세율은 어마어마했으니 베트남 47%, 중국 34% 한국과 일본은 25%였다.
8월 1일부터 적용하겠노라고 시한을 정했으므로 나라마다 그 안에 새로운 관세율 조정에 들어가야 했다.
관세협상은 사실 피 말리는 전쟁이나 진배없었다.
한국과 일본에 요구한 것은 미국에 관세 내라, 알래스카에 투자하라, 미국산 차와 쌀을 사라며 쪼은다.
지금까지 엄연히 존재했던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간곳없어진 채 한국은 일본과 공히 15%에 타결됐다.
일본은 금번 트럼프대통령의 관세협상에 알래스카 LNG 공급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국방 장비를 연간 수십억 달러어치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상호 협력하며 동맹 안보를 강화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적극 지지하며 이에 기여하겠다는 일본.
그 외에도 일본은 옥수수, 대두, 비료, 바이오에탄올 등 미국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산 쌀 수입을 75% 늘리는 등 수입 할당량을 대폭 확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납작 엎드려 네 네, 하면서 미국을 제 입맛대로 주무른 그들의 수완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따라 그간 관세 없이 물건을 사고팔고 했는데 앞으론 한국도 상호관세를 물리겠다 한다.
7월 마지막 날, 한국도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매듭지었다.
15% 정도면 선방했다고 손뼉 치며 자화자찬에 빠진 정부.
현재 일본은 엔저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일본은 4조, 한국은 1.9조 인 경제규모로 보나따나 같은 15%는?
미국 투자기금에 대해선 GDP 측면에서는 물론 한해 예산에 맞먹는 돈을 우리는 그냥 퍼준 것이라고 말하는 측 표현이 맞다.
쌀시장 개방이며 광우병 국민적 정서 고약한 30개월 이상된 소고기 수입도 빗장이 풀릴 조짐이다.
앞으로 게다가 방위비 협상도 남아있는 우리다.
자동차의 경우 정확히 따지자면, 일본은 미국에 수출할 때 2.5%의 자동차 관세를 기존에 물어왔다.
결국 일본은 12.5% 관세가 부과되는 셈이고 한국은 관세 없이 차를 수출하다 이제 15%를 오롯이 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현대나 기아차 가격은 더 오를까 낮아질까?
당연히 자동차 값은 오르며 대외 경쟁력은 낮아진다.
트럼프는 자국에 생산공장을 세운다면 세금을 물리지 않겠다니 이참에 아예 노사갈등 없는 미국으로 빠져나갈 궁리하는 기업들 적잖을 듯.
추후 미국과의 협상에 있어 어쨌거나 일본과는 이제 좋은 조력자로 지내야 할 이웃친구 사이가 됐다.
오는 25일 트럼프와의 첫 한미 정상 간에 통상회담이 열린다는데 그에 앞서 한일정상회담부터 준비하기로 한 모양이다.
그간의 관행을 무시하고 일본 총리와 먼저 만나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현재 정치적 위기에 처한 이시바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와 트럼프를 상대하기 전 공동전선을 만들려는 포석이 아닐까.
그러나 트럼프가 누군가, 미국의 정보력은 또 어떤가.
상대는 세계 구석구석을 제 손바닥처럼 소상히 꿰고 있는 정보력에다 고단수 협상의 달인 트럼프가 뒷짐 쥐고 있는 미국인만치 얕은 속임수나 꾀로는 먹힐 리 없다.
아무튼 현 정부로서는 앞으로 마주해야 할 미국과의 통상회담이 무거운 부담일 수밖에.
굽이굽이 위기마다 용케 줄타기를 잘해 온 한남동 주인장, 정치의 묘수를 과연 보여줄까.
이제 와서 우리의 쏠림현상이나 냄비근성을 탓하는 것도, 정부의 어설픈 대처를 성토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다만 계엄령 선포나 광우병 사태 같은 국가적 혼란만은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