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사장은 요셉의 바다낚시 친구다. 부산 살 때 처음엔, 심심풀이 삼아 광안리나 해운대 방파제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게 고작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낚시 재미에 빠져 요셉은 휴일마다 인근 청사포로 가덕도로 낚시를 다녔다. 낚싯대 컬렉션을 열나게 하더니 이윽고는 먼바다로 낚싯배를 타고 나가면서 출조영역을 넓혀갔다. 그때 만난 전사장과는 단짝조가 되어 주말만 되면 남해는 물론 진도, 완도까지 원정을 다녔다. 특히 포인트를 귀신같이 찾는 전사장이라 둘은 철 따라 조기, 감성돔, 열기, 우럭 등을 낚으러 다녔다. 어느 날 전사장이 2인용 고무보트를 샀다고 부러워하며 하나 장만해야겠다고 별렀다. 보트 가격이 의외로 만만하여 좋을 대로... 말 떨어지기 무섭게 승용차에 실을 수 있는 고무보트와 모터를 사가지고 왔다. 훗날 알고 보니 보트 자체보다 훨씬 비싼 게 모터로 완전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었다. 깜쪽같이 속았네, 했더니 보트 값이 얼마냐고만 물었지 않느냐, 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오늘 얘기의 주제는 낚시가 아니다. 정치판 김무성 씨가 줄창 친일행적이 있는 부친으로 하여 곤욕을 치르더니만 몇 해 전 마약에 빠진 사위로 인해 고개를 수그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자식 맘대로 안된다고 하였다. 한 번도 속을 썩인 적 없었다는 딸이 신랑감의 마약 투약 사실에도 불구하고 선택한 결혼이니 도리 없이 허락했다는 아버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며 대체로 수긍할 동병상련의 부모마음에 은근 호소하였다. 그 말은 맞다. 뜻대로 안 되는 게 자식이며 또한 항상 자식한테 져주는 게 부모다. 위 케이스와 다르긴 하나 그 뉴스를 접하면서 자꾸 전사장네 혼사가 떠올랐다. 낚시 친구라지만 전사장은 우리보다 나이가 여나므살 더 높았으므로 당시 결혼적령기 자녀를 두고 있었다. 가을이 기울 무렵, 중학교 교사인 큰딸이 중매로 결혼을 하게 됐다면서 청첩장을 보내왔다,
예비 사위가 한창 뜨던 탤런트 차인표를 쏙 빼닮았다며 낚시 중에 슬쩍 자랑도 했다는데 결혼식을 코 앞에 두고 집안이 발칵 뒤집히는 일이 발생했다. 오랜 친분이 있는 계원이 월하노인 역을 맡은 중매로, 그 말만 액면 그대로 믿고 아무런 의심 없이 혼사를 결정한 터였다. 모든 게 일사천리로 순조로이 진행되는 중에 와장창 신랑감의 거짓행로가 탄로 났다. 사진 한 장 주고받아 혼사가 성립되는 옛날도 아닌 인터넷 세상, 이 대명천지에 우째 그런 일이... 혀를 찰 노릇이었다. 직장이 변변치 않다고 할 때만 해도 겸손이려니 하고 오히려 가상히 여겼다 한다. 드러난 허우대만 멀쩡할 뿐, 학력도 가짜로 지방에서 전문대를 나와 누나집에 얹혀서 빈둥거리며 지내는 백수인 남자가 그의 본색이었다.
예식 날짜를 닷새 앞두고 터진 일이었다. 파혼해야 한다는 중론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인 신부는 달랐다. 청첩장도 돌린 마당에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식을 올리는 게 났다고 고집부렸던 것. 표현방식은 그러하나 몇 달 새에 그녀는 남자를 깊이 사랑하게 되었던 모양이다. 직장 다니며 자기 소유의 아파트도 장만한 그녀라, 현재 능력이 없는 남자이지만 심성 하나 착하면 됐다고 부모를 설득했다. 사기꾼으로 드러난 사람과 결혼을 강행하겠다는 바람에 전사장 부인은 충격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다. 뇌졸중이었다. 결국 결혼식장 혼주 자리 하나는 비어있었다.
중풍 후유증은 무거웠다. 언어장애와 안면마비에다 심각한 반신불수 상태가 된 채 오래도록 병상생활을 해야 했다. 전사장은 사업을 접고 즐기던 낚시도 끊었다. 그는 아내 간병인 노릇에다 집안살림을 도맡아 하느라 갑자기 폭삭 늙어버리고 말았다. 일진광풍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그 와중에 몇 달 후 딸은 아기를 출산, 외할아버지가 된 전사장. 부인은 퇴원을 한 다음 꾸준한 재활치료로 지팡이에 의지해 뒤뚱거리며라도 걸음을 옮길 만큼 회복되었다. 그러나 끝내 언어장애는 풀리지 않아 말이 영 어눌했다. 억장이 무너지고 기가 막힌 상황을 졸지에 당하자 말문이 콱 막혀버린 것 같았다. 그녀의 투병생활이 이어지는 중에 우리는 미국으로 왔다.
'전사장 내외가 남해 청산도로 들어가 자리잡고 산다카데. 매일 낚싯배 띄워놓고 신선놀음한다며 우리 보고도 미국살이 접고 그쪽으로 오락카더라.' 얼마 전 한국 나갔던 요셉이 전사장과 연락을 취했었다고 한다. 본인 건강도 좋아졌으며 부인도 맘 편하고 공기 좋은 데서 살아서인지 많이 회복되어 이제 웬만한 집안일은 거들 수 있게 되었다며 허허 웃더라는 전사장. 교직에 있던 딸은 지금도 학교에 나가는데 남편과는 결국 삼 년 만에 갈라서 아이 둘을 맡아 키우며 산다고 했다. "그건 그렇고... 우리도 청산도에 가서 살면 어떻겠노?" 넌지시 떠보기에 "나이 들어 바닷가나 호숫가에서 사는 거 근사할 거 같제? 천만에~ 노인은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캅디더." 애시당초 입막음하느라 단디 매조져주었다.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