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썰렁해진 바닷가와 달리 법조타운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살아가면서 되도록 갈 일이 없어야 할 법원인데 무슨 사건사고가 그리 끊이지 않는지.
법원 바로 앞 빌딩마다 변호사 사무실도 빼곡히 들어차서인지, 그 이상으로 촘촘 들어선 식당들은 오늘도 성업 중.
복날은 자리 나기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기에 전날 미리 말복 치레를 하기로 했다.
마침 입추 지나자 폭염도 기세 약간 눅었고 태풍 여파인지 바람도 살랑거리니 뜨건 삼계탕도 문제없겠다.
정평 있는 맛집인 법원가 한복판에 있는 흑임자 삼계탕집으로 올라갔다.
입구부터 분위기 묵직했으며 냉방시설이 풀가동되는 실내는 얼음골보다 더 써늘했다.
점심시간대가 되기 이전, 아주 이른 시각이라서인지 빈자리가 여럿이라 앞쪽 편한 좌석에 자리 잡았다.
주방 앞이며 진열대 여기저기 인삼주가 보기 좋게 진열돼 다른 인테리어가 빛을 잃을 지경이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삼계탕 색이 뽀얗지 않고 거무스레했으며 보다 더 걸쭉해 보였다.
오골계 삼계탕도 검은색을 띠긴 하지만 아무래도 검은깨를 갈아 넣은 것만큼은 짙지 않다.
영양식다이 국물맛이 진한 데다 여러 한약재까지 들어간 삼계탕은 과연 기력 보해주는 약이나 진배없겠다.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내며 근원이 동일하대서 약식동원(藥食同源)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식당에 붙어있는 흑임자 효능을 살피니 단백질 성분인 케라틴과 칼슘, 비타민 B와 E, 토코페롤과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됐다고 쓰여있다.
따라서 두뇌 발달에 좋고 시력을 증강시키며 탈모 예방 및 피부 미용 등등 검은깨를 자주 섭취하면 불로장생도 보장될듯하다.
내용만 들어봐도 어쩐지 건강 예약이 완료된 듯 미각이 북돋워지면서 침샘이 더 용솟음친다.
뚝배기 안에서 한참을 보글거리던 삼계탕도 냉방이 워낙 잘 돼있어서인지 알맞게 식어 훌훌 떠먹다 보니 금방 그릇이 비워졌다.
보통은 삼계탕을 시키면 반 마리 정도 남겨서 가져오는데 이번엔 한자리에서 깨끗이 다 해치웠다.
살 포동 하게 오를 거 같이 맛나게 포식을 했으니 말복치레 제대로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