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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량화 May 06. 2024

유레카! 터졌다, 엉또폭포

유레카!

왕창 터졌다, 물줄기 엄청난 엉또폭포수!

지난해, 수국 푸르게 피던 철이었다.

비만 왔다 하면 하마나 하면서 달려갔지만 허사였다.

세 번씩이나 그렇게 바람 맞히더니 올핸 4월 초임에도 우레같이 고함치며 웅장히 쏟아지는 엉또폭포.

아니 벌써 웬일로?

평상시엔 물줄기는커녕 물기 흔적조차 없는 밋밋하고 맹숭한 벼랑이다.

장마나 태풍이 지나간다 해도 강우량 웬만해서는 꿈쩍도 안 하는 절벽이라 봄비 정도에 설마? 했는데.

월산교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예견하긴 했다.

강폭 좁다 하며 기운차게 달음질치는 거센 물길을 보고 엉또폭포가 장관이겠구나 싶었다.

그때부터다

인디언의 북소리가 아주 가까이서 들렸다.

둥둥둥!

북 치는 소리는 가슴에서 났다.

심장 박동이 쿵쾅거리자 어느새 발걸음 나르는 양 빨라졌다.

간밤에 호우경보가 겁박하듯 울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한라산에 엄청 많은 비가 쏟아진 모양.

SNS가 순식간에 물어 나른 엉또 뉴스로 좁다란 도로는 이미 차들 뒤엉켜 있었다.

교통경찰관 나와있으나 마나, 서로 차머리를 들이밀어가며 앞서보려 기웃거렸다.

 

십여 분 거리도 금방, 엉또폭포 나신이 저만치 보였다.

옆을 따르는 계류 콸콸거리며 격렬하게 내달렸다.

우산을 들고 왔는데 구름 벗겨지고 날이 들자 산들바람 살랑거렸다.

밀감 농원을 둘러싼 숲에서 꺽꺽, 목쉰 소리를 내는 꿩 기척이 들려왔다.

꾸역꾸역 몰려드는 인파, 다들 발길이 급하긴 마찬가지.

데크를 지나 층계 앞에 이르자 엉또폭포 풍만한 자태가 육박하듯 다가섰다.

벼랑 언저리에는 운무 어리듯 피어오로는 물안개.

발치에는 흘러내린 실크 가운 같은 물보라 보얗게 퍼지고 있었다.

전망대 올라 폭포 목전에서 마주하면 다들 유구무언, 감탄사조차 잦아들고 만다.

인증샷은 저마다 필수다.

사진을 찍고는 줄지어 선, 다음 차례를 위해 오래 뭉개지 않고 자리를 비켜준다.

엉또산장을 거쳐 큰길로 내려오는 동안에도 시종 물소리는 따라왔다.

마릴린 먼로가 주연한 <돌아오지 않는 강> 영화 속 격류 져 치달리던 강물 소리 같은.

-2023/4/5-

                                ***


어제 온종일 부옇게 비가 내렸다

저녁부터 빗발 거세지며 바람도 심했다.

서귀포는 밤새 비가 주룩주룩 쏟아졌다.

밤중에 기상특보가 삐익비 울렸다.

한라산에 500밀리의 폭우, 제주공항은 비행기 결항을 속속 알려왔다.

아침, 부신 햇살에 잠에서 깼다.

하늘이 푸르렀다.

아, 맞다!

간밤에 그 정도의 비가 왔으니 엉또폭포가  터졌겠네.

늦잠을 잔 터라 그새 폭포 줄기 잦아들지나 않았을까.

마음이 급했다.

아침도 생략하고 서둘러 외출준비를 했다.

재빠르게 설친 덕에 금세 월산리에 이르렀다.

역시나!

그나마 다행이구나!


아니나 다를까, 엉또폭포 초입은 밀려든 차량으로 혼잡해 교통경찰이 나와 있었다.

잰걸음으로 폭포를 향해 직진했다.

폭포로 올라가는 인파와 내려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인 도로.

옆 계곡 물은 그리 많이 불어나진 않았다.

수량이 좀 약한 대로 저만치 폭포 나신이 보였다.

드디어 폭포 앞에 섰다.

올해도 여전히 가슴 뛰게 한 폭포다.

외경감이 들 정도로 웅장하진 않으나 폭포줄기 퍽 아름찼으며 대신 그 어느 때보다  벼랑 실루엣 실팍지게 드러났다.

절벽가에 핀 철쭉인지 영산홍 무더기 살푼살푼 물안개 사이에서 미소 지었다.

올해 들어 첫 번째 엉또폭포와의 랑데뷰.
 날씨까지 받쳐주는 데다 온 데서 안겨드는 귤꽃 향,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2024/5/6/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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