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우직녀 만나는 칠석날

by 무량화


칠석날 / 곽재구

우리할머니

채송화꽃 밭에서

손금 다 닳으신 손으로

꽃씨 받으시다가

이승길 구경나온

낮달 동무삼아

하늘길 갔다

반닫이 속

쪽물 고운 모시적삼도

할머니 따라

하늘길 갔다.







오늘 8월 29일은 음력 7월 7일, 견우와 직녀 설화가 전해지는 칠월 칠석날입니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일 년 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던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 건너서 만난다는 날이지요.

애틋한 상봉의 기쁨이 눈물비로 흘러내린다는 날이지만 아침부터 태양 짱짱해 오늘도 염제의 기세 대단할 듯.

견우와 직녀가 만났다 헤어진다는 이날, 만남의 기쁨에 흘린 눈물이 비가 되고 작별의 슬픔으로 흘린 눈물이 또 비 되어 내렸다는데 비 올 기미는 고사하고 오늘도 폭염경보네요.

기상이변 환경재앙 등등 올여름 유례없는 무더위로 설왕설래들이지만 어차피 여분의 달인 음력 6월이 두 번, 윤달까지 끼어들었으므로 늦더위 각오해야겠어요.


농사일을 하지 않는 요즘에야 세시나 절기를 꼭 기억해야 할 까닭은 없지만요.

그래도 가뭇없이 잊히기 전 챙겨 보듬어 보는 일도 필요하지 않을지요.

촌스럽고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사람이라 그렇겠지만요.

젊은 세대에게는 칠월 칠석보다는 서양에서 전해진 밸런타인데이가 더 알려져 있는데요.

한국식 토종 연인의 날은 바로 오늘 칠석날이 아닐까요.

하늘나라 성실한 목동인 견우와 옥황상제의 손녀인 길쌈 뛰어난 직녀가 결혼하였답니다.

결혼한 그들이 허구한 날 사랑에 빠져 놀기만 하자 옥황상제 눈밖에 나고 말았지요.

상제가 내린 벌은 엄혹했는데요.

견우는 은하수 동쪽에, 직녀는 은하수 서쪽에 떨어져 살게 하였지요.

이 부부는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건널 수 없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애태우면서 지내야 했답니다.

실제 거리는 16광년 이상 아득히 떨어진 위치라니 물리적으로는 만나기 어려우나 설화 속에서만 만나는 인연.


농사일로 바쁜 견우와 길쌈에 매인 직녀에게 그래도 일 년에 단 하루, 모처럼의 랑데부가 허락된 칠석인데요.

견우와 직녀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해 들은 까마귀와 까치가요.

해마다 칠석날에 이들을 연결시켜 주기로 하고 하늘로 올라가 기특하게도 다리를 놓아주었다는군요.

그렇게 놓인 다리가 바로 오작교(烏鵲橋)랍니다.

칠월 칠석은 오작교를 건너 그리던 임을 만나 1년 동안 쌓였던 회포를 푸는 날인거지요.

실제로 음력 7월 7일 저녁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동서로 갈라졌던 견우성(독수리자리:알타이르)과 직녀성(거문고자리:베라)이 만나는 자연적인 현상에서 비롯된 칠석날의 유래, 그럴싸하지요.

양수인 홀수 7이 겹치는 날이어서 길일로 여긴 칠석날.

그래서인지 하늘과 땅이 조화 이루는 이날, 특히 인연의 기운이 아주 강한 날이기도 하대요.


우리 어릴 적만 해도 칠석날 이른 아침, 마을 공동우물을 퍼내 새 물이 고이게 하고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걸로 시작됐지요.

그런 전통 풍습에는 분명, 이 샘물 마시는 모든 가정마다 건강과 축복 내려 줍소서! 하는 기원이 담겼었겠지요.

칠석날은 별자리를 특별히 생각하는 날이어서 수명(壽命)을 주관하는 북두칠성에게 수명장수를 빌었고요.

이렇듯 샘물을 향해, 별님을 향해 지성으로 비손 하는 날이 칠석날이었지요.

여식들에게는 직녀성에서 연유한 듯 바느질까지는 아니라도 바늘을 꿰면 시력이 좋아진다고도 하였네요.

고구려 덕흥리 고분 벽화에는 실제로 북두칠성, 견우성, 직녀성 등 별자리 그림이 그려져 있다는데 북녘이라 생전에 가볼 수나 있을지.

이로 미루어 아무튼 고구려 적에도 칠석날을 기렸다는 의미이니 삼국시대부터 전해진 명절인 게 맞네요.


옛 어른들은 더위가 물러나기 시작하는 이때, 포쇄(曝曬)라 하여 여름내 습기진 옷과 책을 볕 좋은 날 바람에 말렸답니다.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에게는 이날 '절일제'라는 특별과거시험이 실시되는 특전도 이날 내려졌대요.

칠석날 별식으로는 막걸리로 빚은 증편, 복숭아화채, 애호박 부꾸미 등의 음식을 만들어 두루 나눴답니다.

좋은 인연 길게 이어지길 바라며 국수를 먹는 날이기도 하고 되도록이면 담백하고 정갈한 음식을 먹으라네요.

기름지고 걸쭉한 음식이나 날(생) 음식을 삼가라니 회나 간장게장은 오늘 하루라도 일단 피하고요.

마침 오일장날이니 이마트보다는 복숭아를 사러 전래시장에 다녀오고 싶지만 불볕이 발길을 막는군요.

대신 해 기웃해지면 가까운 올레시장에 가서 절기음식이라는 증편이나 한판 사 와야겠습니다.

초저녁 즈음 구름이 안 낀다면, 증편 한 입 베어물고 천공의 무수한 별들 바라보며 그저 감사기도 올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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