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은 폭염에다 열대야까지 이어져 밤잠 설치기 일쑤였지요.
야외활동은 가급적 피하고 마치 겨울곰 동굴에 은둔하듯 그저 방콕만이 상책이더라고요.
그렇다고 제 발바닥 핥는 곰 흉내야 낼 수 없으니 온종일 재미 붙여 놀만한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전에는 삼복 무렵 작정하고 대하소설을 집어 들었는데 안경 끼기 싫어 그만둔 다음부터 대신 주야장천 영화 골라보며 피서를 했네요.
장르 구분 없이, 재탕 삼탕 가리지 않고 폭식을 하던 차라 먼저 일본영화 '플랜 75'를 쓸까 하다가 조지오웰에 대한 예우도 있고 현 사회상이 영화에 자꾸 오버랩되기에 우선.
동물농장, 이 소설이 요즘 자주 회자되는 세상인데요.
정치우화 소설답게 어느 나라 정치판이 이에 대입되고 비교되기도 하는데 이 책 내용과 흡사하게 흉내 낸 작태는 가히 판박이 같다고 할만 하더군요.
어쩐지 도매금으로 몰개념한 인간무리의 하나로 매도되는 것 같아 불편했던 개 돼지가, 그보다 하찮은 개구리 붕어로 아예 치부되자 그 표현에 노했던 민심.
그에 거부감이 들었던 더 큰 이유는, 나폴레옹에 대해 분노하지 않고 다들 아무 생각 없이 쥐죽은 듯 살아가는 존재들이 돼버린 것만 같아서였네요
동물농장은 잘 알다시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 조지 오웰이 발표한 작품인데요.
소련의 정치체제를 비판하기 위한 의도로 쓰어졌다지요.
영국 작가이자 언론인인 그는 사회 모순과 부조리를 날카로운 필체로 고발하는 한편 전체주의와 공산주의 및 사회주의를 통렬히 비판하는 글을 썼습니다.
삼십 대 때 공화파를 지지하면서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경험에서 크게 영향받은 그는 2차 대전 당시 건강문제로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못하는 대신 파시즘에 맞서고자 집필활동에 전념했다지요.
이 시기에 쓰인 작품이 동물농장입니다.
러시아 혁명기로부터 2차 대전 종전을 앞둔 시점까지를 풍자한 이 소설은 소련의 정치사에 빗댄 스토리이기 때문에 스탈린에 대한 신랄한 비유로 가득 차 있는데요.
인간은 권력을 추구하는 동시에 독점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어서 한번 권력을 잡으면 오만과 독선으로 치닫게 된다지요.
그가 직접 보고 겪었던 전쟁과 이데올로기의 참상에 대한 비판을 계속하면서 특히 철저한 감시체제인 전체주의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충격적으로 그려낸 동물농장.
원래는 메이저라는 수퇘지, 말하자면 마르크스나 레닌쯤 되는 똑똑한 돼지가 동물들을 깨어나라며 계몽시키는데요.
나이 든 메이저가 죽자 정권은 음험한 책략가와 꽤 지혜로운 두 젊은 돼지에게 넘어갑니다.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지도자 돼지에게는 같은 반열의 스노볼이라는 견제해야 할 정적이 있고요.
야욕 덩어리 나폴레옹 곁에는 충실하나 기회주의자인 부하 스퀼러, 그리고 복서라 불리는 충직한 말도 있지요.
어느 날 그는 개들을 풀어 스노볼을 제거하고는 권력을 독점한 나폴레옹은 공포정치를 이어갑니다.
나폴레옹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새 계명을 만들고 제 입맛에 맞게 정당화시켜 나가며 필요에 따라서는 다중의 의사를 조작하고 통제수단을 동원해 덮어씌우는 농간을 부리지요.
나폴레옹은 권력의 속성상 착취하고 억압하는 특권계급이 되어 군림하면서, 스스로 권력에 취해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착각하다가 결국은 권력남용으로 멸망하고 말겠지요.
하늘이 그의 정의롭지 못함을 용서치 않아 언젠가 반드시 응징할 테니까요.
빅브라더, 이중사고, 언어조작, 정신적 통제, 사상경찰 같은 유행어를 만들어 낸 것도 그였습니다.
휴일임에도 여전히 쪄대는 혹서라 밖에 나갈 엄두도 안 생기니 방구석 여포되어 어흠!헛기침이나 하고요.
동물농장 영화를 한번 더 감상하면서 이 시대 '깨어나라'는 의미를 거듭 음미해보고자 합니다.
https://youtu.be/NwtDL2SDYck?si=CLlQhhDXGcj6vD-k
https://youtu.be/mnTWUw8pJrM?si=qQbUTb_9ML-d5JyL